김채린 · 송영애
풍선은 어디로 갔을까?

By 2016년 09월 28일8월 17th, 2021작가 인터뷰

<풍선은 어디로 갔을까?> 김채린 · 송영애 작가 인터뷰

“이 책이 착하고 아름답게 세상을 돌고 돌아 따듯한 포옹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앗, 아이가 손에 들고 있던 풍선을 놓칩니다. 풍선은 순식간에 날아올라 보이지 않습니다. 풍선은 어디로 갔을까요?
잃어버린 풍선을 따라 떠나는 생각 여행 『풍선은 어디로 갔을까?』의 김채린 · 송영애 작가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 표지 이미지

 

『풍선은 어디로 갔을까?』가 나온 지 한 달 여가 지났습니다. 두 작가님이 함께 만든 첫 번째 책인 만큼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책을 출간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송영애) 상상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을 때의 기분을 어떻게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을지요.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많은 부분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이 소중한 첫 작품이 제 남은 인생에 힘과 자신감을 줍니다.

 

『풍선은 어디로 갔을까?』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나요?
(김채린) 처음에는 매우 단순한 생각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잃어버린 것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한때는 소중했지만 더 이상 소중해지지 않은 것들은 모두 어떻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잃어버린 것을 잊는데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었죠.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내가 처음 잃어버렸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오랜 시간이 흘러간 지금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내가 잊은 기억 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책을 만들면서 아직도 여전히 이런 질문들은 저에게 남아 있습니다.

 

작가 소개에는 쓰여 있지 않지만, 수를 놓은 송영애 작가님과 글을 쓴 김채린 작가님은 어머니와 딸 관계인데요.
어머니와 딸이 함께 책을 만들게 된 계기를 들려 주세요.
(김채린) 아이를 낳고 나도 엄마가 되고 보니 어린 시절의 엄마에 대해 무척 많이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엄마가 너무 많이 늙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기억 속의 엄마와 현실 속의 엄마가 너무나 대비되었죠. 은퇴 직후 일을 잃은 엄마의 모습은 제가 알던 모습이 아닌 것만 같았습니다. 내게 늘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힘과 용기를 주셨던 분이, 이제는 당신의 삶을 천천히 정리해야 한다는 말씀을 무척 많이 하셨어요. 나의 한 쪽에는 이제 막 세상을 시작하는 갓난아기가, 다른 한 쪽에는 나의 엄마가 있었지요. 하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아름다운 분이셨고, 충분히 젊다고 생각되었어요.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대학에서 공부하면 자신의 전공이 생기는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엄마의 남은 인생은 충분히 길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평생 나의 멘토였던 엄마에게 내가 가능성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아이를 가운데 놓고 엄마와 많이 고민하고, 많이 싸우기도 했습니다. 딸과 엄마라 아마 더 많이 싸우고, 더 쉽게 화해하고 했던 것 같습니다.

 

장면마다 한 땀 한 땀 공을 들인 흔적이 엿보이는데요. 그중에서도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요?
(송영애) 내 주위에 있는 것들이 내 눈에서 사라졌을 때 아주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수로 보여주는 일이었습니다. 책을 보면 소녀가 풍선을 잃어버리기 전에도 어디엔가 조각난 풍선이 있습니다. 소녀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잃어버렸을지도 모르는 것들이 이 지구상에서 헤매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모든 장면이 그렇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 이유도요.
(송영애) 엄마 따라 시장을 구경하는 장면입니다. 채린이가 아기자기한 시장 풍경의 원근이 원근법을 따르면서도 원근법을 깨는 투박한 그림이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한참 얘기를 해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막상 자수가 끝나고 나니 엄청 칭찬을 받았습니다. 딸에게 칭찬받는 기분도 좋았어요.

 


▲ 엄마 따라 시장을 구경하는 장면. 원근법을 따르면서도 원근법을 깨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림 매체로 자수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합니다. 자수 작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김채린) 엄마와 함께 그림책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이후로 엄마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다 자수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엄마가 손재주도 있으시고 이런 일들에 몰입을 쉽게 하시는 편이어서 자수를 하면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원래 나이에 비해 눈이 무척 좋으신 편이셨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한땀한땀 몰입해서 자수를 하다 보니 눈이 많이 나빠지셨습니다. 책 작업 이후로 돋보기를 쓰시고 이게 자꾸 두꺼워지고 있는데, 딸로서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 기계로 박은 것처럼 반듯하고 가지런하지 않은, 손맛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손자수로 작업했다.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 두 분이 마음을 맞추는 일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이야기해 주세요.
(김채린)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구성하면서 이것이 자수로 옮겨졌을 때 어떤 느낌이 날지, 그리고 막상 자수로 만들었을 때 생각했던 효과가 나지 않아 함께 고민했던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림과 자수는 판이하게 달라서 예쁜 그림이라고 자수도 예쁘라는 법이 없고, 그림은 엉터리인데 자수로 놓아보면 너무 예쁜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엄마는 드로잉 말고 엄마를 믿으라고 하시더라고요. 드로잉과 자수의 간극을 두고 엄마와 딸이 씨름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또 이 책의 느낌이 미려함 보다는 손자수로 투박하고 삐뚤삐뚤한 느낌들이 살았으면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이쁘지 않다며 너무 세련되게 자수를 놓기도 하셨어요. 결국 그런 세련된 자수는 안타깝게도 B컷이 되어 책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저에게 섭섭한 게 많으실 거예요.

 



▲ 아쉽게 책에 포함되지 않은 B컷들.

 

『풍선은 어디로 갔을까?』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김채린) 세상 모든 것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이 책의 주제를 기억해 주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버린 것들, 잃어버린 물건들 모두 어딘가에는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더불어 우리가 던지는 말들, 감정들, 험담, 분노, 친절이나 사랑, 그리움 같은 것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는 누구인가요? 그 이유도 알고 싶습니다.
(김채린) 대학 학부 시절에 그림책에 반해 한 권씩, 한 권씩 그림책을 사 모았는데, 아마 그 시작이 데이비드 위즈너나 숀 텐, 이브 번팅 같은 작가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데이비드 위즈너의 『시 간 상자』를 처음 보았을 때는 서점에 서서 눈물을 줄줄 흘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슬픈 내용은 전혀 없는데, 왜 그렇게 울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지금도 그 책을 보면 눈물이 나옵니다.
최근에는 마이라 칼먼이라는 작가에 관심이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 번역된 작품이 없는데요, 많은 작품들 중 『소방배Fireboat』라는 작품은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책이 되었습니다. 미국 뉴욕에서 911 테러 당시, 이제는 낡아 은퇴한 늙은 소방배가 다른 시민들과 함께 테러로 불이 난 뉴욕 빌딩들의 불을 끄는 이야기입니다. 아들에게 이 책을 읽어줄 때마다 참 많이 울었는데요, 아들은 제가 왜 우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합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알게 되겠지요.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으신가요? 다음 번 책에 대한 이야기도 살짝 들려주세요.
(김채린) 논리적으로 명석한 이야기가 주는 우둔함보다 우둔하고 모호한 이야기가 주는 명석한 깨달음을 담은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추론하고 추측하며 생각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음 책 작업 역시 그런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나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이들도, 그 아이들과 함께 하는 어른들도 같이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씩 해 주세요.
(김채린) 독자들께 내보낸 이 책에 저와 엄마에게 어떻게 돌아올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부디 착하고 아름답게 세상을 돌고 돌아 따듯한 포옹으로 돌아올 수 있게,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송영애)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같이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의 무한한 상상력에 함께 빠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을 보면서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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