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린, 이소영
잃어버린 거울

By 2022년 12월 08일12월 13th, 2022작가 인터뷰

『잃어버린 거울』 김채린, 이소영 작가 인터뷰

세상에는 경계가 없고,
우리들의 상상에도 경계가 없습니다.
무언가를 배울 때 꼭 과목의 이름을 앞에 붙일 필요가 있을까요?

<표지 이미지>

 

『잃어버린 거울』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채린) 2017년 탈고해서 2022년에 나왔으니 5년이 걸렸습니다. 원고를 앞에 두고 책을 완성하는 데까지 많은 부분에 어려움과 도전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출판사의 노력에 무척 감사드립니다.

(이소영) 사실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끝이 났는지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다만 평소에 하던 그림책과 동화와는 결이 달라서 끝난 후 다가오는 뿌듯함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문학에서 과학까지 분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내용 면에서 새로움을 보여 주는 지식교양서입니다. 그래서인지 시리즈의 이름이 ‘움직이는 생각’인데요, 이 시리즈와 책을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는지, 그 동기가 궁금합니다.

(김채린) 세상에는 경계가 없고, 우리들의 상상에도 경계가 없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배울 때 꼭 과목의 이름을 앞에 붙일 필요가 있을까요? 아이들의 생각과 상상이 어디로 갈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작은 먼지 같은 씨앗이 어디에서 어떤 나무가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어느 날 고래뱃속 김구경 대표께서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뭔가 통한 느낌이 들어 바로 원고를 쓰게 되었죠. 그리고 분야의 경계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생각’을 만드는 책이라는 소개를 썼는데 그게 시리즈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초기 채색>

 

첫 번째 주제로 ‘거울’을 정하셨는데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김채린) 과학, 예술, 역사와 철학 등이 하나의 점으로 모이는 소재들은 꽤 많지만 ‘움직이는 생각’ 시리즈의 첫 이야기는 ‘과학’이었으면 했습니다. 과학이라고 하면 전기를 사용하는 도구들, 컴퓨터, AI, 우주 등을 생각하기 쉽지만 거울처럼 아주 일상적인 도구들도 과학적 지식이 집약된 도구라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그 어떤 물건도 허투루 만들어진 것이 없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하고, 그 연구를 바탕으로 실험하고, 기술이 축적되어야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당장 지금 제 앞에 있는 종이, 연필, 볼펜, 옷과 신발 등, 이 모든 것이 그러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모두 과학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지나치죠.

새로운 과학 기술이 등장하면 예술이 주목합니다. 그 기술로 무엇을 하게 될지 마음껏 상상해 보는 거죠. 그러고 나서 과학 기술이 우리 삶에 정말로 들어오게 되면 문화가 됩니다. 그게 역사가 되고요. ‘거울’은 이 모든 것을 말하기에 아주 좋은 소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잃어버린 거울』 원고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떠셨는지, 그림의 방향을 어떻게 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소영) ‘어렵겠다’와 ‘해 보고 싶다’ 이 두 가지 마음이 공존했습니다. 그림으로 풀어낼 원고의 성격이 다양했거든요. 스케치 전에 여러 컷을 자유롭게 그리는 방식으로 색 톤과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진행되었어요. 이를 기준 샘플로 잡고 그에 맞춰서 원고 성격과 내용에 따라 변화를 줬습니다.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진행되지는 않고 하다 보면서 다듬어 갔던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 스케치>

 

이 책은 형식 면에서도 아주 흥미롭습니다. 줄글과 대화문, 만화와 일러스트, 퀴즈와 워크지 등이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가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김채린) 어린이들의 문해력에 대해, 더 나아가서는 일반 사람들의 문해력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집니다. 심도 있는 정보를 찾을 때 글이 아니라 영상을 찾는 아이들을 요즘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학년 때 그림책이나 만화책을 보다가 학년이 높아져서 갑자기 글이 길고 두꺼운 책을 읽는 게 아이들에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에 상당히 긴 시간 조사해 보니 그림책이나 만화책과 두껍고 그림 없는 줄글 책의 사이에 있는 중간 단계 책들이 많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움직이는 생각’ 시리즈는 그 중간 단계를 채우는 책으로 구상을 했습니다. 그림책을 보는 듯한 부분, 만화를 읽는 기분이 드는 부분, 배경이나 인물의 심경을 묘사하는 부분이 빠졌지만 대화로 상황을 추론해야만 하는 희곡을 소설 형식과 섞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형식적으로만 섞은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읽는 흐름과 호흡, 그리고 점진적인 문해력 향상을 고려해 구성하고 짜 넣었습니다. 이런 구성을 위해 참고할 만한 책이나 좋은 샘플이 없어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아동들의 문해력 관련 논문들을 읽으며 이 부분을 많이 고민했습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독서를 더욱 사랑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거울’에 깃든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책인데요, 거울에 관한 수많은 지식과 정보, 개념들 중에서 책에 실린 내용들을 어떻게 추리고 구성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채린) ‘거울’로 책을 쓰겠다고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다른 나라의 과학 교과서와 우리나라의 교과서를 비교해 보는 일이었습니다. 몇 학년 과정에서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어떻게 배우는지 궁금했고 그걸 조사하는 과정은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광학에 관한 지식은 어느 나라든 비슷했지만 어떤 나라들은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매우 독특했고, 이해하기가 힘든 부분들도 있었습니다. 과학을 설명하는데도 문학처럼 비유가 사용되는데 이러한 부분들은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과학 교과서들을 살펴본 다음에는 교과서 이외의 과학 책들, 거울을 소재로 한 명화, 시, 문학 등을 찾아보았습니다. 아이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 혹은 곧 중학생이 되어 접하게 될 작품들을 우선으로 선정하고 그걸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습니다. 물론 『잃어버린 거울』이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로서 주인공 진이의 모험에 걸맞은 소재들이어야 했던 게 가장 중요한 사항이었습니다.

 

<초기 채색- ‘백설 공주’ 속 왕비의 거울>

 

픽션과 논픽션, 현실 세계와 거울 세계, 개념과 활동을 넘나드는 이야기가 펼쳐지는데요, 이를 모두 담아내기 위해 그림을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이소영) 몇 년 전, 그래픽노블 기획의 책을 그림책으로 전환하면서 그래픽노블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어요. 그래서 만화 형식이 들어간 이 작업에 관심도가 높았습니다. 반면 출판사는 그림책 분위기의 교양서를 콘셉트로 잡고 있었기에, 이 두 가지의 그림 결을 분리할 필요가 있었어요. 이 두 가지가 잘 어우러지고 또 분리되도록 방향을 잡았습니다. 기준이 되는 그림 샘플을 중심으로 픽션 부분, 정보 부분, 개념 부분 등으로 스타일을 약간씩 다르게 파생시켰습니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이소영) 새롭게 기법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보다 원고 내용에 무난하게 묻히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글의 내용이 더 중요한 작품이니까요. 그래서 평소에 하던 수채화를 기본으로 했어요. 분위기로만 이야기하는 그림이 아니어서 세밀한 부분도 필요했기에 색연필, 연필 드로잉도 같이 진행했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거울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거울을 가진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거나 거울을 버리기도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우리 모두가 가진 각자의 거울이란 무엇일까요? 작가님의 거울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김채린) 『잃어버린 거울』에서 ‘거울’은 다른 세상과 통하는 통로입니다. 나의 얼굴과 내가 있는 세계를 보여 주기도 하지만 나의 생각과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여 주기도 하고요.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바라보는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보여 주는 것이 거울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잃어버린 거울』이라는 책 자체가 저의 거울입니다. 

 

<아이디어 스케치>

 

문학, 역사, 과학, 예술 등 여러 분야의 시선으로 거울을 살펴보는 이 책을 작업하시면서 수많은 거울을 표현해 주셨는데요, 작가님께는 어떤 ‘거울’이 가장 특별하고 의미 있었나요?

(이소영) 할아버지와 주인공이 연못을 바라볼 때 나오는 거울은 저에게 각별합니다. 사실 예전 거의 매일 가던 공원에 연못이 있어 자주 벤치에 앉아서 연못 풍경을 바라보곤 했어요. 그 순간에는 제가 다른 시공간에 있는 듯했습니다. 물의 흐름과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속도조차 한 땀 한 땀 느껴지는 느린 시간이었습니다. 아마 이 기억으로 장면을 구상했던 것 같아요. 표지로 나와서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또 주인공이 거울을 통과하는 장면에서 감정 이입이 많이 되었습니다. 거울은 나의 일부이면서 또 다른 초자아의 의미도 포함하는 상징인데, 거울을 통과하면서 이 모든 걸 뛰어넘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거울을 통과해 보고 싶더라고요. 무언가 다른 세계의 존재가 정말 있는 것 같았거든요. 세상에는 정말 똑같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거울에 비치는 나도 어떤 시선과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세계가 펼쳐질 수 있기에 거울은 또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품고 있지만 은밀하게 숨기고 있는 이중적인 존재인 것 같습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하면 더 흥미로울지, 책을 읽어 나갈 때의 팁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책 속 퀴즈들의 정답을 책에 함께 싣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김채린) 『잃어버린 거울』 속의 진이처럼 독자 여러분들도 함께 모험을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세계에서 퍼즐을 맞춰 나가며 잃어버린 거울을 찾아주세요. 정답은 직접 실행해 본다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혹시, 이런 것도 눈여겨보면 재미있을 거라고 독자들에게 살짝 귀띔해 주고 싶은 부분이나 책을 좀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이소영) 제가 한 작업에서 언급드릴 만한 팁은 없습니다.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작업했기 때문인데요. 단지 어른인 저에게도 생경한 신화와 이야기 속 인물들, 거울의 원리와 관련된 다양한 형태들에 대해 이 책이 계기가 되어 더 깊게 알아볼 수 있는 출발선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저는 재버위키를 몰랐었는데, 덕분에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주의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거든요. 

 

<초기 채색-재버 워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이소영) 저는 대개 쪽 컷 그림이 마음에 드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 생각 없이 그렸는데, 내가 이걸 어떻게 그렸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때가 있거든요. 저는 고양이 키티가 신분제를 설명하는 그 장면(?) (장면도 아닌 것 같은데……)이 참 좋습니다. 키티의 표정에 반항기와 한탄, 유머가 잘 배어난 것 같거든요. 키티가 표지 날개에도 들어가서 기분이 좋았어요.

 

마지막 장면은 이 책 속의 주인공들에게뿐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긴 여운을 남깁니다. 결말을 통해 특별히 전하고 싶으셨던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김채린) 저는 이야기를 만들 때 가장 먼저 딱 한 장면을 먼저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위해 모든 배경과 주변 인물의 이야기가 달려가지요. 『잃어버린 거울』에서는 ‘거울’과 그 거울이 깨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모험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소녀의 모험과 소년의 모험으로요. (제가 만든 말입니다.) 소녀의 모험은 집안 내부에 적이 생깁니다. 그리고 소녀는 집에서 쫓겨납니다. 소녀는 온갖 어려움을 겪고 집으로 돌아와 집안에 있는 적을 무찌르고 다시 집을 차지합니다. 소년의 모험은 집안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집에서는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집을 나서서 모험을 시작합니다. 그 모험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집으로 돌아와 모두에게 그 능력을 인정받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진이의 모험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새롭게 구성되었습니다. 진이는 소년이지만 집안, 즉 가족의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스스로 모험을 시작하고 결국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만 모험은 실패로 끝이 난 채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그 실패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실패는 쓰라리고 괴로운 상처입니다. 내가 온 힘을 다했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실패가 우리의 모험을 끝낼 수는 없습니다. 실패는 아무것도 끝낼 수 없습니다. 모험을 끝내는 건 우리입니다. 우리가 끝내기 전에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습니다.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김채린) 재미있고 흥미로우면서 참신하고 독창적인 퍼즐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이런저런 퍼즐을 만들어 보고 초등학교 친구들에게 풀어 보라고 해 보기도 하고요. 어떤 것은 너무 싱겁게 쉬워서, 어떤 것들은 너무 복잡해서 폐기한 것들이 많습니다. 

(이소영) 활동 페이지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본문과 차별되면서 가장 내용과 설명이 잘 드러나야 하고, 또 보기에도 좋아야 했기에 그리는 방식뿐 아니라 레이아웃도 고민이 되었던 부분입니다. 또한 원고의 내용을 오류 없이 전달해야 하는 정보 부분에서는 저 또한 완벽히 이해해야 했기에 일단 내용을 그림으로 먼저 정확히 그리고 그 다음 스타일 작업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활동 페이지 그림의 밑자료>

 

‘지식교양서’라고 하면 아이들에게 어렵고 공부해야 하는 책으로 느껴지는데요, 판타지 스토리에 개념들을 담아 자기 주도적인 책 읽기를 하며 새로운 독서의 경험을 선사하는 이 책이 그 선입견을 깨줄 수 있을까요?

(김채린) ‘지식’, ‘학습’이라는 말은 왠지 따분한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내가 몰랐던 어떤 비밀을 알게 된다’고 하면 가슴이 설렙니다. 사실 ‘지식’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그런 것들입니다. 세상은 온통 신기한 것들로 가득합니다. 이 신비로운 세계를 조금 더 알고 싶습니다. 이 마음은 호기심으로 만들어지고 모험으로 실행됩니다. 『잃어버린 거울』이 모험 이야기인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잃어버린 거울』을 통해 독자 여러분들 마음속에 있는 호기심과 모험 정신이 깨어나길 바랍니다.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김채린) 과학, 예술, 역사 모두 다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가슴에 깊이 남는 진짜 재미있는 모험 이야기. 그게 제가 『잃어버린 거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었고 앞으로 ‘움직이는 생각’ 시리즈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소영) 책 톤이 들쑥날쑥하지 않게 전체를 생각하며 작업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작업의 흐름이 끊기면 다시 이를 회상(?)해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잃어버린 거울』은 중간중간 텀이 길었던 작업이라 긴장도가 좀 높았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마지막에 한 번에 작업할 수 있어서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것 같습니다.

 

작업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김채린) 『잃어버린 거울』이 2020년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과학융합콘텐츠’에 선정되는 큰 영광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과학자, 문화기획자, 예술가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책의 자문으로 힘을 써 주신 유튜브 크리에이터 이효종 선생님과 과학을 가르치고 계시는 이한섭 선생님께 무척 감사드립니다. 모두 과학 문화 보급은 과학 지식을 가르치는 것보다 문학과 예술 속에서 가능하다는 것에 공감해 주셨고 그런 의미에서 『잃어버린 거울』에 큰 의미를 부여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진이의 모험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많은 분이 궁금해 해주셨습니다. 저로서는 ‘움직이는 생각’ 시리즈에 대한 많은 영감과 큰 동력을 얻었습니다. 

(이소영) 베르사유 궁전의 거울의 방 장면을 그릴 즈음 긴 홀딩 기간이 생겼습니다. 필요한 부분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 놓았는데, 다시 작업에 들어가려고 마스킹 테이프를 떼려 하니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런지 종이에 완전히 밀착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뗄 수 없어서 그냥 컴퓨터로 후작업을 했어요. 마스킹 테이프는 지금도 종이에 잘 붙어 있습니다. 더불어 이 책은 그림에서도 정보성이 들어간 부분이 많았기에 작가와 출판사의 감수를 꼭 받아야 했어요. 그래서 스케치를 정말 많이 했습니다. 꼭 정보뿐 아니더라도 말풍선의 크기, 그림의 위치, 트리밍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아서 종이를 참 많이 썼던 작업이었어요.

 

<초기 채색-거울의 방>

 

“나에게 『잃어버린 거울』은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김채린) 나에게 『잃어버린 거울』은 ‘신나는 모험’이다.

(이소영) 나에게 『잃어버린 거울』은 ‘초심’이다.

 

독자들이 『잃어버린 거울』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채린) 그냥 신나게, 재미있게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언가를 배우겠다는 것도, 지식을 쌓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거울 세계를 모험해 주면 좋겠습니다.

(이소영)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거울 속 모습이 다르게 보이는 것처럼 이 책도 어떤 시선으로 읽느냐에 따라 얻어 가는 게 다를 것 같습니다. 소설처럼 읽는다면 훌륭한 이야기가 들어 있고, 거울에 대한 지식을 원한다면 충분한 지식이 들어 있으며, 몸으로 움직이고 직접 손으로 만드는 체험을 원한단면 이를 충족시키는 활동들이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중요한 건 거울을 들고 있는 주인공의 의지처럼, 이 책을 들고 있는 독자의 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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