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다름, 김혜원
완전 소심한 김치

By 2025년 01월 13일작가 인터뷰

『완전 소심한 김치』 달다름, 김혜원 작가 인터뷰

우리의 소심한 마음도 존중받고 표현될 때
특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어요.

<표지 이미지>

 

완전 소심한 김치가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달다름) 오랫동안 준비했던 이야기가 세상에 나와 독자분들과 만날 수 있게 되어 정말 기뻐요. 특히 소심한 감정을 담은 이 책이 어린 독자들에게는 자신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고, 부모님들에게는 아이들의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책이 출간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보람차고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김혜원) 처음 원고를 받아 든 날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이렇게 완성되어서 책으로 만나게 되니 감회가 새롭고 너무 기뻐요.

 

완전 소심한 김치는 김치로 여러 가지 상상을 펼쳐 보는 올리의 모습을 통해, 엄마의 작은 심부름도 어마어마하게 느껴졌던 완전 소심한 나의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달다름) 『완전 소심한 김치』의 시작은 제 초등학교 1~2학년 때의 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졌어요. 조용하고 수줍음이 많았던 저의 실제 이야기에서 출발해요. 엄마의 심부름으로 김치를 배달해야 했고, 냄새나는 김치를 학교까지 가져가는 것이 두려워 아무도 없는 곳에 김치를 버리고 왔던 경험이 있었어요.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를 속상하게 했다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죠. 그러다 문뜩 ‘나의 소심한 이야기로 그림책을 쓰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소심한 나를 위로하고, 나와 비슷한 소심한 친구들에게 토닥임을 전해 줄 그림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완전 소심한 김치』를 쓰게 되었습니다.

 

<섬네일 구상>

 

완전 소심한 김치원고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떠셨는지, 그림의 방향을 어떻게 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혜원) ‘소심한 김치’라는 설정에 흥미를 느꼈고, 피식 웃음이 나는 지점이 있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어려서 저는 부끄러움이 많고 소심한 성격이어서 늘 주변을 의식하는 아이였어요. 그런 저의 ‘소심력’을 발휘해 사소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달다름) 소심함은 극복해야 할 결점이 아니라, 중요한 특성이며 존중받고 공감받아야 하는 감정이라는 점을 전하고 싶었어요. 소심함은 신중함, 공감 능력, 창의력 같은 긍정적인 자질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자 했어요.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소심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할 용기를, 부모님들에게는 아이들의 작은 마음속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계기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학교에 김치를 가져가야 하는 상황으로 배경을 설정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김치학교라는 소재는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나요?

(달다름) 김치는 한국적인 음식으로 친숙하면서도 아이들에게는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학교는 아이들이 자신의 소심함을 자주 경험하는 공간이기에 배경으로 적합하다고 느꼈어요.

 

<그림 작업>

 

올리의 소심한 마음이 피워올린 상상들이 커질수록, 평범하던 김치가 점점 완전 엄청난김치가 되어 갑니다. 완전 소심한 모습과 완전 엄청난 모습을 오가는 김치의 모습을 통해 담아내고 싶으셨던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달다름) 올리의 이야기를 통해, 소심함이 단순히 불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방식으로 표현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평범한 김치가 ‘엄청난 김치’로 변신한 것처럼, 우리의 소심한 마음도 존중받고 표현될 때 특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어요.

 

우리에게 익숙한 김치의 특징을 위트 있게 녹여 낸 상상들이 한가득 펼쳐집니다. 책 속에서 올리와 김치가 주고받는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구상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김혜원) 너무 옛날이야기 같지만, 학창 시절에 도시락을 싸서 다녔던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텐데, 엄마가 싸 주신 도시락 가방 안에서 푹푹 익어서 쉰내 나는 김치에 대한 경험이요. 요즘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해 보지는 못하겠지요. 반찬으로 싸 가는 김치도 그러할진대, 하물며 김치 한 포기가 담긴 김치 통이라니요? 저라도 학교에 절대 들고 갈 수 없었을 것 같아요. 올리는 용기 내서 김치 통을 들고 집을 나서지요. 절대로 학교에 갈 수 없다고 말하는 김치를 오히려 학교에 데려가 보려고 애를 써요. 아마도 김치는 올리의 자의식이 만들어 낸 환영일 수 있어요. 천사와 악마처럼, 우리 마음속에서는 두 가지 마음이 늘 부딪히니까요. 문득 ‘지킬 앤 하이드’가 생각이 나네요.^^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색감과 그림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김혜원) 주로 사용하는 재료인 수채화와 수채 과슈 색연필을 사용해서 담담하게 표현했습니다.

 

<김혜원 작가님 작업 사진>

 

김치를 둘러싼 상상 장면의 묘사와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나요?

(김혜원) 책 안의 다른 내용은 글 작가님들께서 써 주신 상상의 내용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긴 것이지만, 김치 패러글라이딩은 어떤 장면이 일탈의 자유로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했을 때 떠올랐던 장면이에요. 어쩐지 배추김치의 제일 넓적하고 푸릇한 겉 이파리가 하늘에 촥 날리면서 양념들도 날리고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실제로도 패러글라이딩을 꼭 한번 해 보고 싶어요.

 

채소를 캐릭터로 구현하시는 작업에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김혜원) 원하는 것을 원하는 대로 캐릭터화해서, 말하고 움직이게 하는 것이 그림 그리는 재미라고 생각해요. 캐릭터를 만드는 일은 늘 즐겁습니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달다름) 김치가 외계인의 재판에 끌려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 장면이 특히 마음에 들어요. 어른들에게는 웃음을, 아이들에게는 공감을 줄 수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김혜원) 애정이 가는 장면은, 학교 앞에서 김치 통을 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는 올리의 뒷모습이 꼭 저 같아서 좋아하고요, 마지막에 김치가 김치 통에서 나와서 이름표를 고치는 장면이 좋아요. 소심함과 별개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느낌이 들어요.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달다름) 올리가 결국 김치를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을 내리는 장면이 가장 어려웠어요. 독자들에게 주인공의 마음을 진솔하게 전달하기 위해 여러 차례 수정했어요.

(김혜원) 만화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우주, 싹둑싹둑 행성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어려웠어요.

 

<초기 스케치>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감정은 우리가 바깥에 쉬이 내보이기 부끄러워하는 마음, 등 뒤로 숨기게 되는 작은 마음들입니다. 마음속에 감추곤 하는 소심함을 직접 꺼내어 들여다보고자 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달다름) 소심함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소심한 감정을 들여다보고 표현하는 과정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성장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어요. 이 책을 통해 소심함을 숨겨야 할 감정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꺼내어 표현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감정이라는 점을 전하고 싶었어요.

 

책의 결말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의미는 무엇인가요?

(달다름) 소심한 감정은 단순히 극복해야 할 약점이 아니라, 상상력과 창의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요한 힘이 될 수 있어요. 소심한 마음에서 시작된 걱정이나 두려움은 때로는 과장되고 커지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들만의 독특한 세계가 만들어지기도 하니까요.

 

<그림 작업>

 

이 책 안에서 그려진 김치처럼, 겉으론 평범해 보이지만 나에겐 엄청나게 다가오는 것들이 있기 마련일 텐데요. 일상에서 작가님에게 엄청나게 느껴지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달다름) 마감 기한이 다가오는 순간들이 저에게는 항상 엄청난 일처럼 느껴졌어요.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부터, ‘이 글이 독자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까지 제 소심함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이에요. 하지만 그 소심함 덕분에 작품 하나하나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김혜원) ‘소심함’ 하면 떠오르는 저의 유년기 한 장면이 있어요.

초등학교(저 때는 ‘국민학교’였지요.) 봄 소풍 가는 날, 늦었는데 학교에 도착해 보니 운동장에 모여 있던 반 친구들이 벌써 두 명씩 짝을 짓고 줄지어 출발하고 있었어요. 그 줄에 낄 수가 없어서 소풍에 따라가지 못하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어요. 엄마가 꼭두새벽부터 부지런히 싸 주신 김밥 도시락을 가방에 고이 담은 채 말이죠. 어쩌면… ‘소풍에 가기 싫어서 일부러 늦게 걸어갔었던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그날의 진실은 그때의 저만 알고 있을 텐데, 이젠 기억이 흐릿해졌어요.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달다름) 내 안에 있는 소심함을 마치 보물찾기하듯 들여다보며, 거기서 어떤 재미있는 상상력과 가능성이 튀어나올지 탐구하는 데 집중했어요.

 

이야기가 품은 고유한 정서를 그림으로 담아내는 데에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혜원) 원고를 검토할 때 인간미와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표현이 어려울 수 있어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면, 그 정서를 붙잡고 진행합니다.

 

<초기 가제본과 스케치 구상>

 

다음으로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어떤 그림 방식이나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으신가요?

(김혜원) 마음이나 어떤 대상이든지 작은 것과 큰 것의 대비에 늘 관심이 있고요.

내가 보기엔 엄청난 차이라고 느껴지는 것들이 멀리에서 보면 크게 차이 나지 않고, 들여다보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잖아요. 늘 지레 크기에 겁먹고 도망치는 저의 소심함을 사소한 귀여움으로 잘 담아 보고 싶어요.

 

작가님이 소심해지거나 작아지게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마음속에서 소심한 근심이나 상상이 끝없이 피어오를 때, 작가님만의 팁이 있으시다면요?

(달다름) 저는 낯선 환경에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 소심해지거나 작아지는 것 같아요. 그럴 때는 최대한 소심하지 않은 척 연기를 하면서 ‘이번에도 잘 해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요. 속으로는 온갖 걱정과 상상이 스쳐 지나가지만, 그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천천히 받아들이면서 적응해 나가려고 해요.

(김혜원) 여전히 사람들 앞에 나설 때 제일 작아집니다. 이건 아마 노인이 되어도 똑같을 것 같아요. 팁이 있다면 배우고 싶어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소심하고 엄청난 상상 속에서 끙끙대며 고민하고 있을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이나 조언 부탁드립니다.

(달다름)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올리처럼, 저는 여전히 소심하고 엄청난 상상 속에서 두려워도 하며, 소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답니다. 어린 시절, ‘소심한 성격은 나쁜 거야.’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소심한 나를 탓하기도 하고, 자책도 했지만, 시간이 흘러 소심함은 저를 더 건강하고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어요. 소심한 성격 덕분에 저는 저를 보호하는 방법을 배웠고, 걱정스러운 상황들을 미리 생각하며, 걱정거리들을 빠르게 해결하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었어요.

분명, 소심한 성격은 여러분에게 작지만 단단한 용기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내면을 만들어 줄 거예요. 저처럼 말이죠. 그러니, 소심한 자신을 탓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잠시 멈추고 내 안의 소심함과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 소심한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봐 주세요.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 잘할 수 있어.”라며 내 안의 소심이가 말을 건네고 있을 거예요.

 

<그림 작업>

 

나에게 완전 소심한 김치(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달다름) “나에게 『완전 소심한 김치』는 (소심함의 재발견)이다.”

(김혜원) “내 소심함을 자랑할 수 있게 해 주는 친구.”

 

독자들이 완전 소심한 김치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달다름) 김치의 엉뚱한 상상에 피식 웃기도 하고, 올리의 모습에서 비슷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며, 재밌게 읽어 주면 좋겠습니다. 읽는 내내, 작은 위로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해요. 소심한 마음이 올라온다면, 혼자 속상해하지 말고, 소심한 친구 올리와 소심한 김치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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