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정글교실』 임다솔, 김세영 작가 인터뷰
우리 어린이들의 미래가 행운목의 꽃말처럼
행복하고, 행운이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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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정글교실』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임다솔) 감격, 또 감격입니다. 컴퓨터에 12년 넘게 잠자고 있던 작품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다니요. 고래뱃속 출판사에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김세영) 드디어 책이 나왔네요~ 책이 나온 걸 보니 뿌듯합니다. 가장 먼저 고생하셨을 우리 고래뱃속 이인영 아트디렉터님, 김구경 대표님과 백지원 편집팀장님, 백다영 편집자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제 작업이 끝나도록 기다려 주신 임다솔 글 작가님께도 고맙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당탕탕 정글교실』에서는 각자 개성 강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해 우정을 나누고 갈등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포인트인데요, 이야기 속 캐릭터들은 어떻게 잡게 되셨나요?
(임다솔) 오래전에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학원을 언니와 함께 운영했어요. 그때 만났던 친구들이 작품 속에 녹아 있어요. 창휘와 욱진이, 영훈이와 예슬이, 나샘이 등등은 그러해요. 하지만 바울이는 아니에요. 성경 속에서 만난 예수님의 모습이죠.
혼혈아로 어눌한 말을 하며 아이들에게 바보 취급받으며 생활하는 바울이가 오히려 다른 각도로 봤을 때 우수하며, 천재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창작했습니다. 바울이는 사람을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바울이는 사람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무리 자신을 괴롭혀도 미워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세속적 성공을 위해 경쟁만 일삼고, 서로를 신뢰하지 못하고, 서로를 견제하는 현실 속 교실(학교)은 서로에게 상처만 줍니다. 또 아이들은 하나같이 가정이 결핍되어 있습니다. 바로 나 잘난 왕따 나샘, 일그러진 일짱 욱진이, 넘버 투 미란이, 캥거루 왕자 영훈이, 찌질이 왕따 바울이가 그런 인물입니다. 모두 아픔을 간직한 아이들입니다. 그런 학교 속 아이들의 세태와 각각 개성 있는 캐릭터가 생생하게 드러나게 하기 위해 각 장마다 인물의 중요도도 조절 배치하여 사실적으로 그려냈습니다. 이 작품은 학교 친구들을 경쟁자로만 대하는 현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시멘트빌딩에 익숙한 도시 속 어린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줄 거라 기대합니다.
<임다솔 작가의 초기 캐릭터 구상>
『우당탕탕 정글교실』 원고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떠셨는지, 그림의 방향을 어떻게 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세영) 원고를 처음 읽었을 땐 요즘 아이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잘 집어내고 있어서 많이 공감했고 호감이 갔습니다. 그림의 방향은 캐릭터 위주로 잡혔어요. 각 장마다 들어가는 그림을 영화 포스터처럼 해 보는 건 어떠냐는 김구경 대표님의 제안을 받고, 괜찮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 각 장면마다 영화 캐릭터의 포스터 사진처럼 접근해서 작업했습니다.
작업을 하시는 데 있어 관건 중의 하나는, 개성 강한 이야기 속 캐릭터들을 잡는 일이었을 것 같아요. 각각의 캐릭터들을 구상하면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었나요?
(김세영) 네, 맞습니다. 캐릭터를 잡는 게 가장 중요했고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처음에 나샘이 캐릭터를 청바지에 편안한 분위기로 잡았다가, 새침하고 모범생 같은 이미지에 맞추자고 의견이 모이면서 단정한 느낌의 원피스로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바울이는 예수님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고 바보 같은 면도 존재하는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영훈이는 겁쟁이 마마보이 이미지이고 미란이와 욱진이는 겉은 거칠고 모가 나 보이지만 속에는 따뜻한 온기가 있고 또 정을 바라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습니다.
<김세영 작가의 초기 캐릭터 구상>
왁자지껄 정글교실을 이루는 아이들뿐 아니라 선생님과 나샘이의 엄마, 아빠와 같은 어른들의 캐릭터도 인상적입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어른’은 어떤 모습인가요?
(임다솔) 나샘이가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엄마의 속마음을 듣는 장면이 있지요? 겉은 어른 모습이어도 마음속에는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싶어하는 어린아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른도 늘 성장해야 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나이 많은 어린아이라 생각합니다.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임다솔) 처음 작품을 구상했던 시기는 자신의 이미지와 체면을 위해 겉만 번지르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환멸을 느꼈던 때였어요. 돌이켜 보면 나 역시도 그러했으니까요. 뒤지고 싶지 않아 가식적으로 무의미하게 쏟아 놓는 말들에 지쳐 있었죠. 진실이라는 것이 있는지? 나는 누구며,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내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고 고민했고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임다솔 작가 초기 스토리 구상>
이야기 속에서 바울이는 다른 사람들은 쉽게 듣지 못하는, 다른 생명들의 목소리와 친구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와 같은 ‘들을 수 있는 귀’가 이후 나샘이가 갈등을 해결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 주기도 하지요. 이와 같은 이야기의 설정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임다솔) 사람들 말소리에 지쳐 있었을 때였어요. 그래서 들려오는 소리들에 귀를 막고 있었지요. 다 소음이고 공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그즈음, 집에서 가까운 천변을 혼자 걸으면서 새와 바람과 나무들과 대화를 했어요. 그때 자연 생명체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던 거 같아요. 생명체들의 소리를 들으며 속상했던 마음이 조금씩 치유됐던 기억이 있어요.
작가님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 바울이처럼 ‘특별한 능력’을 하나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싶으세요?
(임다솔) 하늘을 날고 싶은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가끔 하늘을 나는 새에 제 마음을 투영해 날아 보기도 했어요. ^^
<임다솔 작가 초기 스토리 구상>
스케치북을 들여다보는 듯 정감 가는 인물들의 모습과 서정적인 색감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김세영) 연필과 수채화, 색연필로 작업했습니다. 저는 작업할 때 한 번에 색을 올리지 않고 색을 쌓아 가는 방식으로 하는 편입니다. 평소에 연필 작업을 좋아해서 다음엔 연필과 먹으로만 작업을 해 봐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임다솔) 반에서 가장 힘이 센 욱진이가 가장 힘없고, 나약한 바울이를 가장 무서워하는 장면이요. 욱진이는 바울이가 자신보다 더 강하다는 걸 알았어요. 아무리 때리고 괴롭혀도 바울이는 욱진이를 미워하지 않았으니까요.
(김세영) 바울이가 나오는 장면들이 좋았습니다. 바보 같게 착하고 따뜻한 마음이 독자의 마음도 편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바울이가 토끼와 이야기하고, 강아지 바울이와 함께 있는 장면에서처럼요.
<초기 스케치>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임다솔) 『우당탕탕 정글교실』 안에서는 환상의 세계가 지독한 현실 상황 속에 함께 공존해요. 생활동화나 사실동화에 익숙한 독자들이 이런 설정을 낯설어하거나 어색해하지 않을까 조금 고민이 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상은 팽팽한 현실을 말캉말캉하게 말들어 준다는 믿음이 있어요.
(김세영) 교실 장면이 어려웠습니다. 첫 번째 교실 장면은 삭막하고 생기 없게 표현해야 했고 맨 마지막의 교실 장면은 갈등이 가라앉고 따스하고 다채로운 교실의 모습을 그려야 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되어서 스케치 수정을 여러 번 했습니다.
<초기 스케치>
혹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임다솔)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저의 현실 속에서 제가 사랑했던, 실재했던 아이들이라 다 애착이 가요. 하지만 바보 바울이만큼은 성경 속에서 만났던 예수님의 모습이에요.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셨던. 감히 따를 수 없는 인물이죠.
이야기 속에서 특히 공감하며 상상하고 그린 캐릭터가 있으세요?
(김세영) 모든 캐릭터에 공감이 갔었어요. 나샘이도, 그리고 미란이, 영훈이, 욱진이도 모두 제가 가진 모습의 일부라고 생각이 듭니다.
가장 상상하며 그린 캐릭터는 바울이었던 것 같아요. 예수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재밌는 캐릭터였어요. 마음을 읽는 신비로운 능력까지 있지요. 바울이는 일상에서 찾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지만 독자들이 될 우리의 아이들은 훨씬 바울이 같은 모습이 많을 것 같아요.
<초기 스케치>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임다솔) 현실 속 살아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생생히 드러내고 싶었어요. 마음속 돋보기로 톺아보고 싶었어요. 현실과 완전히 분리된 게 아니라 현실 속에 자연스레 스며 있는 환상을 그려내고 싶었어요.
(김세영) 아이들이니까 미운 모습도 귀여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리지만 부드럽고 변화에 유연하잖아요.
작업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임다솔) 책으로 출간하기까지 많은 애로 사항이 있었어요. 세상에 나오기까지 12년이 넘게 걸렸으니요. 말로 다해 무엇하겠어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김세영) 어머니께서 뇌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지셔서 병원에 두 달 정도 입원하시고, 그렇게 어머니를 돌보면서 작업을 이어 나가게 되어서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정말 인생이 짧고 단순하구나 싶더군요. 안 그래도 욕심이 없는데 더 없어졌습니다. 하하하하.
작업 과정 중에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번아웃이 왔었어요. 그래도 지나고 보니 다 약이 된 것 같아요. 오히려 전보다 더 밝아졌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아이들도 아마 나샘이와 친구들과 같은 다양한 갈등과 사건들 속에서 크고 작은 아픔과 기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겠지요. 우리의 현실 속 ‘우당탕탕 정글교실’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어떠했으면, 하고 바라시나요?
(임다솔) 십여 년 전 어린이들의 삶의 풍경이나 현재 어린이들의 삶의 모습이나 사실 크게 바뀌지 않았어요. 여전히 많은 학원을 다니고, 여전히 공부에 매여 지내고 있지요. 친구들과 부모님과의 관계 속에서 힘겨워하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해요. 우리 어린이들의 미래가 행운목의 꽃말처럼 행복하고, 행운이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초기 스케치>
“나에게 『우당탕탕 정글교실』은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임다솔) ‘행운목’이자, ‘행운목 꽃’입니다. 『우당탕탕 정글교실』 출간이 가까워질 무렵 오무이 집 행운목에서 화들짝 행운목 꽃이 피었어요. 그 곁에 앉아 있으면 진한 향으로 어지러울 정도랍니다. 두 번째로 보는 행운목 꽃이었어요. 꽃말대로 저에게 큰 행운이고 행복입니다.
(김세영) ‘봄’입니다. 저에게 『우당탕탕 정글교실』은 새싹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봄 같은 책입니다. 따뜻하고 말랑말랑 부드러운 봄을 맞이해 보세요~ 많은 어린이 독자님들이 읽어 주시길 기다릴게요.
<마지막 장면>
독자들이 『우당탕탕 정글교실』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임다솔) 우당탕탕 정글 교실을 재미있게 읽어 주신다면 좋겠어요. 어린이 독자들이 공감하고, 웃어 주고, 울어 주면 좋겠어요. 어린 독자들의 엉킨 마음과 생각을 풀어 주는 그런 책이 되길 소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