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김세영 작가 인터뷰
“그림책의 작은 부분들을 찾아봐 주세요.”
누구에게나 가슴 뛰었던 순간이 있죠.
아주 작은 것이지만 생각하면 절로 웃음 나고,
그것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던 순간들!
그 소중하고 설레는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책,
『짜장면』을 쓰고 그린 김세영 작가를 만나 보았습니다.
▲ 표지 이미지
안녕하세요? 작가님. 기다리고 기다리던 『짜장면』이 출간되었어요!
소감이 어떠세요?
작업을 상당히 오래 끌었던 작품이라 잔잔하게 기쁜 것 같아요. 드디어 끝을 냈다는 안도감도 들고요. 작업하면서 진짜 이게 끝이 날까, 내가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역시, 다 하고 보니 또 아쉬운 점도 눈에 들어오고요.
이 책의 처음이 궁금해요.
이 책은 한겨레 그림책 학교를 다닐 때 더미북으로 작업했던 건데, 졸업하고 고래뱃속과 인연이 닿아 더미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림책으로 만들 수 있었어요. 저한테는 행운이었죠.
『짜장면』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간을 운동회로 한 이유는 아이들의 발랄한 모습을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요즘 아이들이 학업에 치여서, 또 미세먼지다 뭐다 환경적인 부분도 그렇고 운동장과 흙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아이들이 좀 더 아이처럼 뛰어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싶었어요.
작업 기간이 꽤 길었어요.
작업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으셨죠?
작업 기간이 말하기 민망하게 긴데요, 5년 넘게 걸린 것 같아요. 첫 책이라 쓸데없이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그림 스타일도 초기엔 더 못 그린(?) 그림이었는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까 그것도 맘에 안 들기 시작하고 섬네일도 여러 번 다시 했고 그 시기를 좀 오래 했던 거 같아요. 갑자기 잠수를 타서 출판사 분들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는데 작업이 진전이 없고 보여 줄 게 없어서 미안한 마음에 연락을 못 했어요. 그 당시를 생각하면 낯 뜨겁고 지금도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그 과정을 한 바퀴 돌고 보니 참 바보 같았구나 싶어요.
▲ 섬네일, 채색 연구
▲ 본문 장면
『짜장면』을 보면 오랜 작업 기간이 수긍이 돼요.
그만큼 그림이 완성도 있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작가님이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혹은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요?
아이가 운동장에 혼자 서서 고개를 떨구고 있는 장면요. 그리고 면지가 마음에 들어요. 면지는 색을 거의 쓰지 않고 한 작업이라 신이 났던 것 같아요.
가장 고민이 많았던 혹은 어려웠던 장면은요?
본문 첫 장면과 가족들이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장면요. 배경 컷이라 손이 많이 가고 색감 맞추기가 까다로웠어요. 마지막까지 질질 끌었던 장면이에요. 색은 올라갈 만큼 올라갔는데 원근감이 안 사는 거예요. 근데 계속 제 그림만 보다 보니까 뭐가 잘못된 건지 감도 안 오고 정말 입이 바짝바짝 마르더라고요. 그때 부산에 사는 언니가 놀러 왔는데, 연필로 명암만 좀 살려 보라고 했어요. 망칠까 봐 너무 조심스러워서 연필로 색을 채우듯이 살살 하니까 결국 밀려 버린다는 말을 듣고 과감하게 필요한 부분에만 명암을 잡았어요. 그러니 그림이 살더라고요. 언니 덕을 좀 봤지요.
그리고 제가 수작업이다 보니까 머릿속으로 이런 느낌으로 나오겠지 하고 색을 칠했는데 그게 생각이랑 다른 결과가 나올 때 난감했어요. 컴퓨터처럼 되돌아가기 버튼이 없으니까요.
동양화를 전공하셨는데, 그림책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짜장면』의 그림 스타일이 나오기까지 오랜 고민과 과정이 있었을 것 같아요.
서울에 잠시 올라와 있었는데, 신문이었나 인터넷이었나 기억은 잘 안 나는데 한겨레 그림책 과정 입학 공고를 우연히 보고 신청을 했어요. 하필 그날이 마감 날인 거예요. 합격이 안 될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운이 따랐던 것 같아요. 합격하고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생각하니 첫 수업 때의 기대와 긴장감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짜장면』의 그림 스타일은 초기에 볼펜으로도 해 보고, 먹을 사용해 보기도 했는데 결국 연필로 그리고 색을 채우는 방식으로 가게 되었어요. 모래의 보슬보슬하고 잔잔한 느낌을 만들기에도 연필과 물감이 최적의 궁합이었고, 아이의 발랄함과 엉뚱함을 전달하기에도 적합했어요. 그림 스타일보다는 오히려 내용을 어떻게 풀어 갈지 더 고민이 되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섬네일을 많이 그렸죠.
▲ 아이디어 정리, 섬네일 작업
『짜장면』의 매력적인 주인공, ‘사자 머리 우사인 볼트’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주변 지인들이 주인공이 저를 닮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일부러 캐릭터를 그렇게 잡은 건 아니지만 은연중에 상당 부분 반영되었나 봐요. 제가 어릴 때 사자머리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어요.
▲ 캐릭터 구상, 섬네일
그림이 참 섬세해요.
인물도 많고 배경도 디테일하고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자료 수집과 그림 표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힘든 점도 있었지만 참 재밌고 즐거웠어요. 자세히 봐야 보이는 아이들의 옷과 표정들, 몸으로 하는 말 같은 거요.
초등학교 운동회에 직접 가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고, 인터넷으로도 운동회 관련 자료를 많이 찾아봤어요. 중국집도 많이 다녔고요. 주인 분들이 사진 찍는 걸 별로 안 좋아하셔서 짜장면 시켜 놓고 음식 사진 찍는 척하면서 배경을 찍고 그랬는데……, 아마 티가 많이 났을 거예요. 자료는 그림을 그릴 때 참 중요해요. 계속 여러 번 보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아이디어를 얻게 되기도 하거든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짜장면’은 어떤 음식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짜장면을 소울 푸드라고 하는데, 작가님에게도 소울 푸드가 있나요?
제가 생각하는 ‘짜장면’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음식인 것 같아요. 짜장면은 먹기 쉬운 음식이기도 하지만 뭔가 맛있는 걸 먹고 싶을 때 고르는 음식이기도 하거든요. 맛도 있고 배도 부르고 값도 부담스럽지 않고요. 그리고 짜장면은 가까운 사람들과 먹게 되는 음식이기에 추억도 많기 때문이지요.
저는 크로와상이라는 빵을 무지 좋아합니다. 식탐이 별로 없어서 대충 있는 데로 먹는 편이고 야채, 나물, 미역국, 된장국 이런 음식을 좋아해요. 그리고 제 추억의 음식이라면, 어렸을 적 운동회 때 먹었던 양념치킨요. 그땐 자주 먹을 수 없기도 했고, 옛날 닭이 상태가 더 좋아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주인공이 작가님의 모습을 닮았다고 했는데,
어린 시절, 작가님도 달리기를 잘했나요? 특별히 자신 있는 게 있었다면?
달리기를 잘하긴 했는데 그렇게 잘하는 축은 또 아니었어요. 하지만 달리기를 좋아했어요. 어렸을 적에 무척 활동적어서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았던 거 같아요. 집 안에 기둥이란 기둥은 다 기어 올라가고,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리기도 하고, 좀… 사고뭉치 타입요.
특별히 자신 있었던 건 기억이 잘 안 나고,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진 세상이 평화롭고 신기하고 흥미롭고 무해해 보였는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그런 게 아니란 걸 깨달아 갔던 거 같아요. 좋아했던 건 책 읽기요. 아무거나 읽는 걸 좋아했어요. 영화도 좋아했고요.
주인공이 마지막에 느꼈을 감정이 미묘합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면서도, 각자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이 있으세요?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는 집에 오면 누가 시키기 전에 알아서 숙제하고 준비물을 미리 챙겨 두는 성실한 아이였어요. 근데 어느 날, 깜빡 잊고 숙제 노트를 집에 두고 학교에 간 거예요.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하면 이해해 줄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벌 청소를 시키시는 거예요. 내가 노트를 안 가지고 왔으니까 내 잘못이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속으로는 엄청 억울했던 것 같아요. 청소 끝나고 선생님이 주먹밥 비슷한 걸 주셨는데 마음 상한 거 티 내기 싫어서 고맙습니다 하고 받아 먹었어요. 울음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고 교실을 나왔죠. 지금 생각하면 벌 청소를 하는 게 규칙이니 선생님이 잘 하신 것 같아요. 하하. 제 경험과는 다르게 약간 변형된 내용이지만 그때의 경험을 모티프한 이야기가 『짜장면』이에요.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나요?
흙요. 아이들이 땅을 밟고 살아간다는 느낌이 드는 책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래서 황토색을 많이 쓰긴 했는데 독자 분들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 원화
다음 책을 구상하고 있으신가요? 어떤 책일까요?
자연에 대한 책을 구상 중입니다. 도시에서 자라나는 아이가 가족과 숲에 캠핑을 갔다 벌어지는 해프닝에 대한 이야기예요. 책이나 영상을 통해 접한 자연과 실제 자연이 어떻게 다르게 다가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나에게 『짜장면』은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따뜻함, 온기다.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 책이 독자 분들에게 짧지만 재밌는 시간을 선사하길 바랍니다. 다 읽고 나서 그림책의 작은 부분들을 찾아보는 것도 추천해 드려요. 어린이 독자 분들, 모두 모두 몸도 마음도 건강한 어린이가 되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