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림
할머니네 방앗간

By 2017년 11월 22일8월 17th, 2021작가 인터뷰

<할머니네 방앗간> 리틀림 작가 인터뷰

“방앗간의 따뜻한 온기가
모두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방앗간의 기계들이 위잉 돌아가면 요술처럼 뚝딱 떡이 나옵니다.
방앗간은 동네 어르신들이 모이는 사랑방이기도 하고,
온 가족이 모이는 공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마치 방앗간에서 갓 나온 떡을 받아든 것처럼
따뜻한 온기를 고스란히 전해 주는 그림책,
『할머니네 방앗간』의 리틀림 작가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 표지 이미지

 

작가님의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첫 책을 받아들고 기분이 남다르셨을 것 같은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늘 마음속으로 되뇌던 일이 실제로 이루어져서 기쁘고, 한편으론 아쉬워요.

 

편집자 입장에서도 책이 나오고 나면 ‘이건 이렇게 할걸, 저건 저렇게 할걸’ 늘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아마 작가님은 더욱 그러실 것 같아요.
이 작품이 작가님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지요? 첫 책으로 여러 가지 주제를 고민하셨을 텐데 왜 이 ‘방앗간’이라는 주제를 선택하셨는지 궁금해요. 어린 친구들이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낯설 수 있는 공간이거든요.
어린 친구들과 외국인들에겐 낯설지만 호기심이 가는 공간, 그리고 저희 가족들에겐 친숙하고 따뜻한 공간이 방앗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겪은 방앗간의 풍경이 흥미롭고 따뜻하게 전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요. 첫 책은 50년 동안 묵묵히 이 일을 해 오신 할머니와 가족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책 속에 펼쳐진 할머니네 방앗간 풍경

 


▴할머니네 방앗간에서 털털털털 바쁘게 일해 온 기계

 

주인공이신 할머니께서도 이 책을 보셨나요? 뭐라고 말씀하시던가요?
굉장히 기특해하셨어요. “아이고, 드디어 나왔구나. 장하다!” 이렇게요.

 

모두 공들여 작업하셨겠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이고 왜 그 장면을 꼽으셨나요?
개인적으로는 고추 빻는 장면이 가장 좋았어요. 털털털털 고추가 갈리면서 코가 간질간질, 매콤하게 피어오르는 그 향내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시루떡 장면이 제일 맘에 들어요. 그 장면을 시작으로 다른 장면의 그림도 어떻게 채색할지 방향이 정해졌거든요. 무언가 쓱~ 풀리는 느낌이었어요.

 

▴전체 채색 방향을 결정짓게 한 시루떡 컷

 

그렇다면 가장 안 풀려서 고민이 많았던 장면, 아니면 아쉬움이 남는 장면도 있는지 궁금해요.
가래떡을 만드는 장면요. 정말정말 어려운 장면이었고 지금도 제일 아쉬워요. 하얗고 쫄깃쫄깃한 떡을 표현하기가 어려웠거든요. 다시 생각해도 아쉬운 페이지예요.

 


▴수정 전 가래떡 컷

 

▴책에 실린 완성된 가래떡 컷

 

총 작업 기간은 얼마나 걸렸고, 작업 기간 동안 어떤 점이 가장 즐겁고 힘드셨나요?
4년 남짓 걸렸던 것 같아요. 사실 할머니네 방앗간은 제가 처음으로 시도해 본 작업 방식이었어요. 수채화로 인물까지 그리는 작업은 처음이었거든요. 그래서 채색 작업에서 애를 먹었던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했는데 그 과정이 힘들지만 재미있었어요.

 


▴집사가 계속 작업만 하자 삐쳐 버린 고양이 ‘밀로’

 

작품 속에서 떡 만드는 재료라든가 도구, 송편 같은 건 실사를 넣으셨더라고요. 어떤 의도가 있으셨나요?
추억을 각색한 작업이긴 하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한 책이니까, 사실적으로 표현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실사를 넣었어요. 그림으로도 표현해 봤는데 아무래도 생생한 느낌을 나타내기엔 어렵더라고요. ^^;

 


▴따뜻한 그림과 함께 생생한 재료 사진이 활용되어 더욱 실감나는 장면

 

사실 책 표지를 보자마자 궁금했던 점은 ‘리틀림’이라는 작가님의 이름이 어떤 의미일까 하는 거였어요. 어떻게 이런 이름을 짓게 되었는지 설명해 주세요!
제 본명에 ‘아름다울 림(琳)’이라는 한자가 사용되었어요. 이 한자는 수풀 림 자 앞에 구슬 옥 자가 합쳐진 한자예요. ‘숲속 빛나는 별 하나’ 이런 문장이 생각났고, 그래서 지은 작가명입니다(제 본명은 아버지께서 지어 주신 이름이에요)

 

다음의 두 번째 책으로는 어떤 책을 구상하고 있으신가요?
앞으로 전통, 할머니, 할아버지, 가족을 주제로 작업을 꾸준히 하게 될 것 같아요. 두 번째 책은 ‘자개농’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아요.
*편집자 주 : 자개농은 자개장롱, 나전장이라고도 합니다. 금조개 껍데기를 썰어 낸 자개를 박아 꾸미고 옻칠한 장롱이지요. 80년대까지만 해도 이런 자개농이 각 가정 안방에 흔히 놓여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네 방앗간』 독자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모두 책을 보시면서 마음이 편안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겐 낯선 방앗간, 그리고 떡이 좀 더 친근감 있게 다가가고, 어른들에겐 추억을 떠올리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많이많이 사랑해 주세요.

 

▴겨울의 길목, 가슴까지 따뜻한 온기를 전해주는 『할머니네 방앗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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