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새와 춤추는 사람

By 2023년 09월 20일작가 인터뷰

『새와 춤추는 사람』 미안 작가 인터뷰

그럴 때마다 번번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일상의 루틴을 되풀이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버텨 내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표지 이미지>

 

새와 춤추는 사람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새와 춤추는 사람』은 『거짓말』에 이어 ‘소문’을 주제로 한 두 번째 그림책입니다. 『거짓말』과 뿌리는 같지만 전개와 기법은 전혀 달랐기 때문에 첫 책을 만들 때와 같이 새로웠으며 고민이 많았습니다. 긴 시간에 걸쳐 만들어와서 그런지, 출간되었다는 게 실감이 잘 안 나네요. 후련한 마음과 함께 지난 작업 과정을 돌아보게 됩니다.

 

<초기 섬네일>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이 동산 위에서 함께 춤을 추는 사람과 새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으셨나요?

우선 사람과 새의 관계가 의미하는 바는 다양합니다. 인간과 동물뿐 아니라, 인간과 인간 사이가 될 수도 있고, 개인과 그의 자아라든지 창작자와 그의 주관을 대입하여 보셔도 됩니다. 이러한 관계들이 외부 요인에 의해 변화를 겪으며 흔들릴 때, 사람이 어떻게 그 위기를 타개하는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사람의 일상을 이루는 것으로 이란 소재를 사용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람의 일상에는 사람만 있지 않습니다. 사람과 동물은 대화로는 소통이 불가하지만 때로는 어긋난 대화가 낳는 갈등과 오해가 없어 더 단단한 결속을 자랑할 수도 있죠. ‘새’는 사람의 삶에 별안간 날아든 낯선 존재지만, 언어 대신 ‘춤’으로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합니다. 서로의 동작을 배우고 익히다 보니 신호를 주고받지 않고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춤을 출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공유하는 기억이 누적되며 새와 사람의 관계는 안정적으로 깊어집니다.

 

<초기 구상>

 

춤을 추고 난 뒤 사람과 새가 주고받는 반짝이는 돌멩이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반짝이는돌멩이와 반짝이지 않는돌멩이가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지 작가님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반짝이는 돌멩이’는 특정 대상과 관계를 이루며 다져온 인내와 신뢰의 증거입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꾸준한 수집과 훈련이 불러온 영감이라고 할 수 있고요. 이야기 속에서 ‘사람’은 외부의 방해와 상대(새)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인해 생기와 균형을 잃어 위태로워집니다. 그는 상실한 삶의 부분들을 되찾고자 홀로나마 노력하는데요, 함께하던 때에 비해 부족할지라도 애써 보는 사람의 의지를 반짝이지 않는 돌멩이로 형상화했습니다.

 

소문이 퍼지며 몰려온 주변 사람들의 불편한 관심과 방해의 상황 속에서도, 새와 사람은 늘 한결같이 춤을 춥니다. 다른 사람들의 행동으로 인해 새가 떠나 버린 뒤에도, 사람은 변함없이 춤을 추는 일상을 이어갑니다.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일상이란 무엇일까요?

환경의 변화나 관계의 불화 등, 순조롭게 흘러가던 삶에도 언제든 크고 작은 시련이 날아들고는 합니다. (창작자로서의 고난이라면 슬럼프나 아이디어가 고갈된 상태를 예시로 들 수 있겠습니다.) 그럴 때마다 번번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일상의 루틴을 되풀이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버텨 내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사람의 ‘일상’은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보루와 같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선 독자들이 이후의 이야기를 자유로이 상상할 수 있도록 결말을 열어 둔 채로 끝을 맺습니다. 작가님께선 결말에 어떤 의미를 담고 싶으셨나요?

처음 구상했던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완전히 닫혀 있었어요. 그러나 논의를 거쳐 여운을 주는 방향으로 가기로 결정되었습니다. 멀찍이 보이는 작은 새의 모습과 반짝이는 돌멩이의 재등장으로 희망적인 상황의 도래를 암시하며 반쯤 열린 상태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독자님들의 상상으로 확장된 세계에서는 멀리 보이는 새가 사람이 기다리던 파란 새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내려놓은 반짝이는 돌멩이 역시 그 새와 재회하여 받은 선물이 아닐 수 있겠죠.

 

<초기 채색>

 

이 책 속에선 새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사람입니다. 이는 새와 춤을 추는 사람도, 소문을 퍼트리는 사람도, 동산 위에 찾아오는 사람도, 모두 사람임을 의미하지요. 이 같은 설정을 통해 작가님이 드러내고 싶었던 우리 존재의, 나아가 삶의 민낯은 무엇이었나요?

이 그림책 속에 담긴 이야기는 단편적인 사건입니다. 그들이 해당 사건에서 어떤 역을 맡았든 그들 인생 속에서의 역할은 다양하며 유동적입니다. 모두가 누구든 될 수 있으니 인물들에게 이름을 붙이지 않았어요.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 창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프닝들은 대체로 사람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문제의 원인과 해법 모두가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해요.

관계의 상징으로 사람과 새를 이용하기는 했으나, 보다시피 둘은 온종일 함께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새와 사람은 각자 속한 삶이 있습니다. 매일의 일부를 공유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가면 새는 자신의 둥지로 돌아가고 사람은 자신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 집에는 또 다른 사람이 있을 것이고, 설령 그가 홀로 사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 마을에는 이웃 사람이 있습니다. 따라서 새와 춤추는 사람은 (싫으나 좋으나) 사람 사이에서 사는 사람이기도 한 것입니다.

 

이제까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며, 작가님께선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어 앞으로 작가님이 되고자 바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어떤 사람’이었다고 명쾌하게 정의하기 어려울 만큼, 그다지 한결같지 않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직면한 상황과 사람이 달라질 때마다 쉽게 마음과 생각이 바뀌었고, 스스로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며 혼란을 겪어왔습니다. 앞으로는 독선을 항상 경계하면서 주관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그리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을까요?

지난 『거짓말』 책과 같이 표지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표지의 그림은 내용을 알기 전에는 새를 기다리며 풀이 무성한 언덕 위에서 꿋꿋이 독무하는 사람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읽은 후 다시 볼 때에는 거대한 푸른 새의 등에 타고 자유롭게 춤추는 사람으로도 인식하게끔 연출했습니다. 그런 계획을 염두하며 그리니까 풀 한 포기가 새의 푸른 깃털로도 보여서 스스로도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초기 스케치>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뒷면지입니다. 사람의 삶과, 새와의 관계 회복을 이미지로 전달하는 방법을 떠올리는 데에 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첫 번째 원화 작업 시기엔 마카와 펜, 색연필을 사용했고요, 두 번째로 전체 원화 재작업에 접어들었을 때에는 과슈를 주재료로 하였습니다. 기존 재료도 부분적으로 이용하면서요. 이후 스캔하여 포토샵으로 후보정과 배치를 마쳤습니다.

 

작가님에게 그림책은 어떤 의미인가요? 앞으로 그려내고 싶은 이야기들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제게 그림책은 승패를 가리지 않는 물수제비 놀이와 같습니다. 돌을 수면에 던지듯이 이야기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제시하면 잔잔했던 상대의 마음에 파문을 일게 됩니다. 던진 이와 보는 이 모두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해요.

던질 돌이 남아있는 한 계속 시도할 수 있으며, 구경하던 사람이 언제든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닮아있고요. 앞으로 모든 사람, 나아가 많은 생명이 삶을 살아가며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일에 관해 색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습니다.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명시적 의미와 함축적 의미가 모두 어색하지 않게 읽히는 구조를 만드는 데에 제일 힘을 쏟았습니다. 일차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일상을 유지하려는 개인의 모습을 이야기했습니다만, 주관을 지키는 창작자로서의 태도를 담은 내용으로 받아들이기에도 무리가 아니었으면 했어요.

 

<가제본 작업>

 

나에게 새와 춤추는 사람(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제게 『새와 춤추는 사람』은 ‘꿈’입니다. 저는 아직 책 속의 ‘새와 춤추는 사람’처럼 굳건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그와 같은 태도로 인생을 살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독자들이 새와 춤추는 사람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건강기능식품이라 여기며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독자님들의 인생에 닥칠 어려움을 의약품처럼 예방하거나 치료해드릴 수는 없어도 긍정적인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해서요.

여러 사람들과 더불어 매일을 살아가는 개인으로서나 세간의 평가 앞에 선 창작자로서 심란할 때가 많으실 텐데요, 이 책을 읽으시며 삶을 견뎌낼 힘을 얻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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