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명
안녕, 중력

By 2020년 07월 15일8월 17th, 2021작가 인터뷰

<안녕, 중력> 박광명 작가 인터뷰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속박을 통한 안정감과
속박을 벗어났을 때의 자유로움을 말하고 싶었어요.”


▲ 표지 이미지

 

작가님의 두 번째 그림책, 『안녕, 중력』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오래 묶은 숙제를 끝낸 것처럼 홀가분하고 좋습니다.
제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사라지진 않지만,
중력이 주름진 아이를 하늘로 보내주듯 저도 이제 『안녕, 중력』을 보내줘야 할 것 같네요.

 


▲ 초기 섬네일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그래비티(Gravity)>라는 영화에서 산드라 블록이 해변가에 발을 딛는 장면에서, 중력의 고마움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중력이 우리를 잡고 있다면, 제가 롤러코스터나 화장실에 갈 때 고충이 있겠구나! 이 이야기를 써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요?
첫째는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고마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속박을 통한 안정감과 속박을 벗어났을 때의 자유로움도 말하고 싶었습니다.

 


▲ 실을 풀면서 날아가는 장면으로 죽음을 그려낸 마지막 장면

 

마지막 장면에서 실을 풀면서 날아가는 장면으로 죽음을 그렸는데, 어떻게 이런 장면이 만들어졌나요?
제가 열세 살 때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바로 옆에서 임종을 지켰는데 저는 무섭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숨을 거두신 할머니의 모습이 편안해 보였죠. 그래서인지 중력을 벗어나 날아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자유롭고 편안하게 보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죽음은 어떤 의미에선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거니까요. 언젠가 우리 모두 자유로운 슈퍼맨이 되겠네요.

 


▲ ‘중력이’ 캐릭터 연구

 

작업 과정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업 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나 어려웠던 점, 즐거웠던 점 등을 이야기해 주세요.
처음은 <내 짝꿍, 중력>이라는 가제의 코믹한 느낌으로 시작했었는데, 중력에 대해 생각할수록 좀 더 깊이 있게 다루고 싶어져서 이야기와 그림이 많이 바뀌었어요. 즐거운 이야기에서 방향이 달라져서 이야기를 다시 엮어 내는 과정이 어려웠어요.
출판사에서 중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죠. 함께 대화하며 작업했던 시간들이 소중했습니다.

 


▲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과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

 

책 속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을까요?
주름진 아이가 날아가는 장면이 제게 가장 울림을 줍니다. 첫 번째 더미북에도 할아버지와 함께 늙어가는 중력이 나오거든요. 함께 인생을 보낸 아이를 떠나보내는 그 먹먹한 순간에, 자유로이 날아가는 주름진 아이를 보며 중력이도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요?
아이가 학생에서 아저씨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는 성장과정을 담은 장면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더 많은 에피소드를 전하고 싶었지만 한 장면으로 전달하려니…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주름진 아이는 나중에 별이 되요. 그래서 별 속에는 아이의 많은 추억이 담겨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별자리로 아이의 성장과 추억들을 담았습니다.


​▲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연구한 장면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처음은 수작업으로 마블링 기법, 에어스프레이를 이용한 뿌리기 기법을 많이 연구했었어요.
스텐실 기법을 응용해 ohp 필름에 구멍을 뚫어 에어스프레이를 뿌리곤 했는데, 그 느낌이 참 좋고 이뻤어요. 그 느낌을 디지털 작업으로 실현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안녕, 중력』의 주인공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하늘을 날고 싶은 아이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슈퍼맨’이 있지요. 슈퍼맨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슈퍼맨을 좋아하고, 날고 싶은 아이가 주인공이 되었어요.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나요?
아이의 시간이 흘러가는 게 자연스럽고, 그 모습이 독자에게 편하게 느껴지게 하고 싶어서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지난 작품 『대단한 밥』에 이어 두 번째 책을 내셨는데요. 첫 번째 책을 냈을 때와 다른 점이 있을까요?
그 사이에 제 삶이 많이 달라졌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더 바빠졌고 결혼도 하고 임신도 했었죠. 『대단한 밥』에 비해 작업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항상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래서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잘 마무리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활동도 기대가 되는데요.
세 번째 책은 정말 가볍고 재밌는 책을 그리고 싶습니다.
여름에 대한 책을 기획 중인데, 책을 보면 참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고 싶어요. 가볍고, 재밌게, 제 입꼬리가 올라간 상태에서 작업하고 싶습니다.

“나에게 『안녕, 중력』은 ( )이다.”
“시작과 끝”이다. 탄생과 죽음 모두 그려낸 책이라 저에겐 매우 의미 있습니다.

​​

독자들이 『안녕, 중력』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녕, 중력』은 텍스트를 매우 절제해서 썼어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아놨습니다. 묶여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독자 분들이 풀어서 읽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어떤 아이의 모습이었을까? 또는 내가 나이가 들면 어떤 모습일까?” 질문을 던지고 대답하며, 스스로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책이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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