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
작은 스케치북

By 2023년 07월 18일작가 인터뷰

『작은 스케치북』 상현 작가 인터뷰

‘나의 세상’, 작은 오두막일 뿐이지만

스스로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완벽한 세상이었어요.

<표지 이미지>

 

 

『작은 스케치북』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새 책을 처음 만졌을 때의 부드러운 느낌은 늘 좋아요. 더군다나 나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고, 애정과 노력이 담겼다고 생각하니 더 부드럽게 느껴지네요. 새롭고 즐거운 일이 시작될 것만 같은, ‘부들부들’ 설레는 기분이에요.

 

어떤 계기로 이 이야기를 쓰게 되셨나요?

작년에 연재했던 이야기들을 모으고 다듬고, 또 더해서 만들어진 그림 에세이예요. 항상 머릿속에서 맴도는 이야기 중에서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들을 모은 것들이에요. ‘작은 스케치북’ 속에 나만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하게 되었어요.

 

 

<초기 스케치>

 

 

이 책은 1부 <벗어난 길>부터 4부 <꿈은 돌아 돌아>까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내용과 흐름으로 이 이야기를 엮어내셨나요?

처음에 연재할 당시에는 ‘계절’의 흐름 순이었어요. 각 계절이 될 때마다 떠오르는 기억을 모아 보려 했어요. 하지만 이야기를 펼쳐내고 다시 모으는 과정에서 조금 달라졌어요. 오히려 불규칙한 조각처럼, 시간 순서 같으면서도, 계절의 흐름 같기도 하고, 아니면 파편처럼 흩어진 이야기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하나로 묶였을 때는 커다란 하나의 과정처럼 보이기를 바랐어요.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시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소재 자체에 모두가 공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감정은 보편적이기에,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을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게 담아내려 했어요.

 

 

<본문 중에서>

 

 

1부 <벗어난 길>에는 ‘고등학교 자퇴’라는 중대한 결심을 내린 뒤부터 열리기 시작한 새로운 길의 풍경과, 그로 인해 얻게 된 새로운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읽게 될 많은 독자 분들도, 그 결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이 안에 담긴 마음의 풍경에 깊이 공감하며 읽으셨을 것 같아요. 책에 소개되지 않은 에피소드 중에, 그 시절의 기억이나 마음에 대해 독자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그 시기에는 다른 무엇보다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었어요. 건강하게 먹고 독하게 운동했어요. 그리고 아주 많이 잤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체중 감량도 많이 했고, 이른 시간 안에 몸의 건강을 회복할 수가 있었어요. 생각해 보면 그것이 핵심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틀을 깨는 성장이기도 했고, 의지와 회복력이 자연스레 조금씩 생겨났어요.

 

세상의 제삼자가 되어 세상을 관찰하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에피소드에서, 그 일이 일어나는 장소를 ‘오두막’에 비유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오두막에 이름을 지을 수 있다면, 어떤 이름으로 짓고 싶으세요?

‘나의 세상’, 작은 오두막일 뿐이지만 스스로 가장 나다울 수 있는 완벽한 세상이었어요. 그때 단단히 지어둔 오두막은 지금도 여전히 마음속에 언제든 휴식할 수 있는 안식처와 같은 존재로 남아있어요.

 

 

<초기 스케치>

 

 

2부 <여름의 해>에는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여름의 추억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지금 호주로 돌아간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있으세요?

그곳에서 지냈던 동네 ‘팜코브’의 해변에서 하염없이 바다 수영을 하고, 일했던 리조트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하룻밤을 묵어 보고 싶어요. 그때는 현실의 일부였기에 그만큼은 즐기지 못했어요. 지금이라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책 속에서 호주에서의 1년을 ‘생애 가장 여름이었던 그해’로 표현하셨는데요. ‘그해 여름’에 받은 가장 찬란한 선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평생 추억하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선명한 장면’들이에요. 함께 지냈던 친구와 자주 그때의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그때만 추억하면 ‘아련하다’라는 말 이외에는 설명이 어려워요. 분명 힘들고 아쉬운 것도 많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것들이 되어 버려서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추억으로 남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다는 것은 다행이에요.

 

 

<본문 중에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의 기록이 담긴 3부 <작은 스케치북>에는 어쩌면 이 책의 출발점이라고도 볼 수 있는 중요한 주제가 담겨 있습니다. 처음 이와 같은 기록을 시작하시게 된 마음이 궁금합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꼭 영원한 것이 아니기에, 어떤 순간 사라질 기억도 있을 테고. 아버지와의 기억은 더군다나 물어볼 사람이 이제 없으니까 꼭 남겨 두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또한 아버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여러 가지 감정을 품고 있어서 언젠가 한 번쯤은 정리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결국 제 삶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친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보니 스스로를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기도 했고요.

 

먼 훗날, 작가님도 아버지처럼 자녀에게 손수 만든 ‘작은 스케치북’을 전하며 할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해 줄 기회가 생긴다면, ‘할아버지는 어떤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으세요?

다정한 사람. 그리운 사람. 나의 아빠. 한 마디로 딱 설명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이 책을 제 아이에게 보여주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초기 스케치>

 

 

4부 <꿈은 돌아 돌아>에는 그림, 건축, 글로 이어지는 ‘꿈의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작가님과 비슷한 고민을 했거나 하고 있을 독자 분들을 위해, ‘꿈’을 그리고 살아가는 일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세요.

내가 끊임없이 달라지는 것처럼 꿈도 당연히 시간이 흐르면 변하고, 움직이고, 흔들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 어떤 꿈을 꾸고 있고, 무언가를 계속하고 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겉으로 보기엔 달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건축 디자인, 그림 그리기, 글쓰기 모두가 어떤 면에서는 교집합을 공유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느끼시기에는 각각의 일에서 어떤 점이 비슷하고 또 다를지 궁금합니다.

비슷한 것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에요. 그것들을 벽과 바닥 사이에 담아내는지, 아니면 스케치북이나 책 속에 담아내는지만 차이가 있을 뿐, 결국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요. 많이 관찰하고 오래 생각해야만 잘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초기 스케치>

 

 

앞으로도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나갈 작가로서의 다짐, 그리고 그려나가고 싶은 관심 있는 주제도 궁금합니다.

저의 가장 큰 무기는 ‘꾸준함’이라고 생각해요. 늘 비슷한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해 나가고 있어요.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 볼 생각이에요. 대신 아주 조금씩 발전해 나가 보려고요.
제 삶에 중요한 것들을 더 발견하고 더 많이 그려 보고 싶어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하나씩 하나씩 모두 그려 볼 예정입니다.

 

“나에게 『작은 스케치북』은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선물’, 아버지께 처음 받은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로 시작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이야기들을 모아 이렇게 하나의 책으로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선물 같은 일이에요. 그리고 독자 분들에게도 선물 같은 이야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모두의 선택을 응원하고 지지하며, 어떤 길이든 걷는 동안 안전하고 평온하기를 바라요. 그리고 제 책 『작은 스케치북』을 통해 아주 조금은 가볍고 평온해지실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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