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와 나> 이승희 작가 인터뷰
“함께 산다는 건 분명 쉽지 않지만
혼자일 때는 느낄 수 없는 행복을 얻을 수 있기도 해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9 중소출판사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
길고양이와 나의 미묘한 감정을 부식 동판화 작업으로
생생하게 담아낸 『미미와 나』
이 책을 쓰고 그린 이승희 작가를 만나 보았습니다.
▲ 표지 이미지
▲ 스토리보드
2019 중소출판사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 『미미와 나』
2020년 고래뱃속 첫 그림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출간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더미북으로만 남겨질 수 있었던 미완성의 이야기가 고래뱃속을 만나 출간까지 무사히 마치며 잘 완성이 된 것 같아 무척 기쁩니다. 판화 원화의 느낌도 잘 살아있는 것 같아서 더욱 좋습니다.
이 책은 어떻게 만들게 된 건가요?
이야기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미미와 나』는 고래뱃속을 만나기 2년 전에 SI그림책학교를 다닐 때 졸업작품으로 만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제가 가장 잘 알고 잘 표현할 수 있는 대상과 이야기를 선택해야 했기 때문에 두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겪는 저의 감정과 에피소드를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글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구성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저는 말이나 글보다 그림을 통해 저라는 사람, 제가 느끼는 감정이 더 솔직하게 표현된다고 믿습니다. 『미미와 나』는 다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실제 고양이 집사로서의 저의 경험과 감정이 판화로 충분히 표현되었다고 생각이 들어서 글 없이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글로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기본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지라 독자들이 글보다 그림에 더 집중해서 천천히 감상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 작가가 기르고 있는 반려동물 – 봉봉이(왼), 레오(오)
그림책에 나오는 고양이는 실제로 키우는 고양이인가요? 작가님이 기르고 있는 반려동물이 있다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두 고양이를 모델로 그렸습니다. 레오는 사람 품을 너무나 좋아해서 밤에 잘 때는 팔베개를 해줘야 하는 강아지 같은 고양이입니다. 그에 반해 봉봉이는 자기 몸을 함부로 만지는 것을 싫어해서 잘 안기지는 않지만 발밑에서는 발라당 애교를 매일 보여주는 반전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요?
서로 다른 두 존재가 만나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길에서 태어나 피부병 때문에 어미에게 버림받았던 새끼 고양이 봉봉이를 구조해서 처음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을 때, 고양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봉봉이가 3살 무렵이었을 때 새끼였던 레오를 입양했었는데 그때 봉봉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레오와 친해지기까지 1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었습니다.
사람과 고양이, 고양이와 고양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와 다른 타자와의 만남에서 고통이 따르는 경우는 흔합니다. 그 고통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한다면 우리는 스스로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고 타자와의 평화로운 공존도 가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 부식된 동판
▲ 직접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완성된 장면들
동판화 작업 중에서 에칭으로 작업을 하셨는데 표현이 매우 정교하면서도 장면 연출이 무척 섬세합니다.
『미미와 나』의 등장인물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장면들에 등장하는 배경 연출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거의 모든 장면을 직접 촬영한 사진을 보고 판화의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공간적 배경은 제가 예전에 살던 동네와 집, 현재의 집 내부입니다. 주인공들의 모습 또한 삼각대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고양이들을 달래가며 최대한 스토리보드와 비슷하게 상황을 연출해서 원하는 컷이 나올 때까지 계속 찍었습니다. 레오와 봉봉이의 도움이 없었다면 현재와 같은 『미미와 나』는 결코 탄생할 수 없었을 겁니다.
▲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혹은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을까요?
고양이를 혼자 집에 두고 집을 나서는 여자의 모습에서 예전 일이 생각나고 봉봉이에게 많이 미안합니다. 봉봉이와 둘이 살던 어느 겨울날 저는 가파른 내리막길에서 넘어져 무릎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구급차를 불러야 했습니다. 저는 봉봉이에게 ‘엄마 금방 올게.’라고 말하고 병원으로 향했고 동생이 가끔씩 집에 들러 봉봉이를 챙겨줬지만 저는 수술 후 2주 후에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이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고양이가 창문으로 들어와 여자와 처음 만나는 장면을 맨 처음으로 작업했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작은 크기의 판화를 주로 찍었기 때문에 A3 크기 정도의 판화를 찍는다는 것이 처음에는 많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가느다란 선으로 훨씬 커진 면적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명암의 단계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등등 밑그림부터 판화를 찍는 것까지 모든 단계가 쉽지 않았습니다.
▲ 고양이를 주제로한 다른 작업들
고양이 관련 전시도 하신 걸로 아는데 어떤 주제를 담은 내용들이었나요?
길고양이 사진을 찍으시는 작가님과 몇 번 작업을 같이 했습니다. 가장 최근에 했던 판화 작업에서 길고양이 로드킬 문제를 다뤘습니다. 길에서 태어나 가족들을 하나둘씩 잃게 되고 홀로 남게 된 길고양이에게 한 사람이 손을 내밉니다. 이 작업도 공존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다음 활동도 기대가 되는데요. 계획하고 작품이 있다면 어떤 내용인지 독자들께 살짝 귀띔해 주세요.
감정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체에 가해지는 물리적 폭력도 사람에게 큰 고통을 주지만 가볍게 내뱉는 말 한마디, 별생각 없이 쓴 글이 누군가에게는 훨씬 더 깊고 아픈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미미와 나』는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일상’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고양이 집사 9년 차이다 보니 서로의 생활패턴에 익숙하지만 여전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해서 그 책임감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저의 기본적인 성향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서 타인과 감정을 교류하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 버거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집사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존재들과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힘들어도 매일 노력해야 하는 저의 일상생활과도 같습니다.
독자들이 『미미와 나』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림으로만 이어진 이야기라서 조금 어렵게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부담 갖지 마시고 편안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산다는 건 분명 쉽지 않지만 혼자일 때는 느낄 수 없는 행복을 얻을 수 있기도 합니다. 혼자도 좋지만 조금씩 노력해서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