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오늘이 그날이래> 이재경 작가 인터뷰
“내가 느낀 것을 누군가 같이 느끼고
공감해 준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어요.”
‘왜 학교에 가는 게 두려운 걸까?’
‘나만 이렇게 걱정하는 걸까?’
학교에 가기 두려워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그 감정이 당연한 것임을 발견하게 하는 그림책
『헉! 오늘이 그날이래』를 쓰고 그린 이재경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 표지 이미지
『헉! 오늘이 그날이래』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드디어 내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는 게 정말 기뻐요. 후련한 느낌이에요. 부족한 부분도 많겠지만, 뒤돌아보지 않으려고요.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우연히 신문을 읽다가 신학기가 되면 아이들과 부모님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그에 못지않은 부담감과 두려움을 가진다는 기사를 접했어요. 그때 “아! 아이들만 힘든 게 아니라, 강할 것만 같은 선생님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구나.”라고 공감하게 되더군요. 학교에 가는 걸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어요.
작업 기간은 얼마나 걸리셨어요? 작업 과정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016년 6월 섬네일을 작업했을 때부터 2018년 6월 책이 나오기까지 2년 정도 걸렸네요. 주제는 변함없지만 원래의 이야기는 지금의 이야기와 조금 달랐어요. 예전의 이야기는 어떻게든 결론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쉽게 풀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결말을 열어 놓기로 결정한 이후로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죠.
▲ 초기 섬네일
작업 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나 어려웠던 점, 즐거웠던 점 등을 이야기해 주세요.
작업을 그냥 즐겼던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등장인물들과 교감을 나누게 돼요. 늦은 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작업에 푹 빠져 있는 시간이 행복했어요. 어려웠던 점이라면 그림을 출판사에 보내고 피드백이 오기까지의 기다림이랄까요? 또 고민하며 만들어 낸 인물이나 스토리가 주변으로부터 공감을 받지 못했을 때 “아직 나만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깨닫기도 했죠.
▲ 초기 채색본 (이후 섬네일부터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혹은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을까요?
아이가 인형 친구들을 학교에 데리고 가겠다고 하는 장면이 왠지 정이 가요.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한 가지 이유만 있어도,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학교에 가는 게 싫지는 않을 것 같아요. 책 속의 아이는 든든한 인형 친구들이 있으니 용기를 낼 거예요.
▲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요?
아무래도 마지막 장면이 고민이 많았어요. ‘학교 가기 싫어하는 인물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을까? 과연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할 수 있기는 한 걸까?’ 등등 생각이 많았죠. 그런데 열린 결말로 가기로 결정하고 가슴이 뻥 뚫린 듯 시원했어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너도 학교 가기 싫지? 나도 그래! 그래도 같이 힘내자.’라는 느낌만 전달돼도 좋을 것 같아요.
▲ 고민이 많았던 마지막 장면
어떤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나요?
처음에는 익숙한 재료인 아크릴을 주로 사용하고 악센트를 주기 위해 색연필을 사용했어요. 그런데 아크릴의 무거운 느낌이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색연필을 주로 쓰게 됐어요. 재미있고, 장난스럽고, 가볍고, 따뜻한 느낌을 표현하는 데는 색연필이 딱인 것 같아요.
▲ 초기 채색 스타일 (아크릴 물감을 주로 사용함)
▲ 변화된 채색 스타일 (색연필을 주로 사용함)
상상력과 위트 있는 그림 연출이 돋보여요. 주변의 소품이나 배경을 살펴보면 마치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한두 장면을 예로 들어 어떤 의도로 장면을 연출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이가 엄마(선생님)를 깨우는 장면을 보면 벽에 천사의 날개옷이 걸려 있고 엄마가 원숭이 인형을 껴안고 엄지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어요. 이 장면은 앞 장면에 나왔던 아이들과 연결이 돼요. 아이들과 선생님의 마음이 같다는 것을 의미하죠. 아이들도, 선생님도 모두 학교에 가기 두려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요.
▲ 이불 속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엄마(선생님)를 딸이 깨우는 장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온갖 핑곗거리를 찾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요. 혹시 작가님도 이런 경험이 있으세요?
어린 시절의 저는 규칙에서 벗어나는 걸 두려워하는 편이었어요. 남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혼자서 조용히 학교에서 소소한 재미를 찾는 아이였죠.
선생님을 깨우고 학교에 가게 하는 인물이 어린 딸인데, 이 부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상호보완적인 것 같아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바쁘고 잘 챙겨 주지 못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의젓한 경우가 많죠. 반면 엄마가 항상 곁에 있는 아이들은 많은 부분을 엄마에게 의존하게 되고요. 학교 가기 싫어하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엄마를 둔 아이라면 아무리 어려도 엄마를 다독여 주지 않을까요?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고요.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처음 그림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공감’이라는 단어가 줄곧 떠올랐어요. 내가 느낀 것을 누군가가 같이 느끼고 공감해 준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았거든요. 그림책을 그리는 한 늘 그 부분이 신경 쓰일 것 같아요. 짧은 텍스트 한 구절, 그림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싶어요. 이 책을 작업하면서도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가장 신경을 썼어요.
▲ 이전 채색본
▲ 이전 스케치
작가님의 그런 마음 때문인지 『헉! 오늘이 그날이래』는 뭔가 교훈을 주려고 하기보다 학교에 가기 두려워하는 마음 자체를 표현하고 공감하는 데 집중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그림책을 그리면서 경계하는 부분이 누군가에게 교훈을 주려는 태도예요. 잔소리를 싫어하거든요. 재미와 공감 속에 나름의 깨달음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 책이 아이들에게 우선, 재밌게 읽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면 기쁠 거예요.
앞으로 어떤 책을 만들고 싶으세요? 구상하고 있는 책이 있나요?
재미있고 따뜻한 책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어렸을 때는 그림책이 많지 않았어요. 만화 잡지나 글만 잔뜩 있는 책들뿐이었어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는 엄마가 되고 나서야 제대로 된 그림책을 접하게 되었죠. 마지막 페이지를 덮기 아쉬워 다시 펼쳐 보고, 또 보고, 또 보게 되는…… 그런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요.
“나에게 『헉! 오늘이 그날이래』는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늦은 밤 잠 못 들게 하는 열정이다.
▲ 초기 원화
▲ 최종 원화
독자들이 『헉! 오늘이 그날이래』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최고이거나 주목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주변의 평범한 아이들과 선생님이에요. 학교에 가기 싫어서 온갖 핑곗거리를 만들어 내죠.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나만 힘든 게 아니었어. 조금만 용기를 내면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저 또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어느 곳에 있든, 어느 위치에 있든 용감하게 내딛는 첫 걸음이 두 번째, 세 번째 걸음으로 이어지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줄 거라고, 그러니 힘을 내라고, 너만 힘든 게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