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숲』 이현영 작가 인터뷰
그동안 우리가 부정적으로만 바라봤던
흰머리와 나이 듦에 대해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어요.
<표지 이미지>
『하얀 숲』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오랫동안 공들여 작업했는데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어 정말 기뻐요.
쌀쌀해지기 시작한 이 계절,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으니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하얀 숲』은 언제나 지지 않는 마음의 고향인 ‘엄마’라는 세계를 ‘숲’이라는 공간으로 형상화해 담아낸 그림책입니다.
이 이야기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어느 날 거울을 보다 발견한 삐죽 솟은 흰 머리카락 한 올에서 『하얀 숲』이 시작되었어요. 어렸을 때, 엄마의 흰 머리카락이 보이면 족집게를 가져와서 뽑아 드렸어요. 흰 머리카락이 있으면 할머니 같다고 생각했고, 우리 엄마가 남들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게 싫었거든요.
그런데 어른이 되고, 그때 엄마의 나이가 되어 내 흰머리와 마주하고 보니 흰머리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그 시간 속에는 우리를 위한 엄마의 희생, 함께한 추억과 사랑이 가득 들어 있는 거더라고요.
<초기 작업>
숲의 검푸른 풍경과 하얀 잎새 등으로 시간에 따른 변화를 표현하신 점이 인상적입니다.
숲의 변화를 나타내는 연출과 이야기 구성에 있어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독자분들이 책을 읽으면서 나이 듦과 그에 따른 변화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느끼기 바라며 구성하였습니다.
<초기 작업>
장면마다 숲속을 누비며 함께하는 아이와 엄마의 다채로운 일상이 포근하고 따뜻하게 담겨 있습니다.
두 사람 간의 에피소드를 책 안에 담아내시면서 특별한 선별 기준이나 고민의 과정이 있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엄마의 배려, 관심, 사랑을
찐 일상 에피소드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의 모든 순간을
엄마가 지지하고 응원해 주고 있는 모습이 잘 드러나도록이요.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그리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을까요?
저는 첫 페이지에 풍성하고 짙푸른 숲을 엄마와 아들이 마음껏 웃으며 자유롭게 누비는 장면이 제일 좋아요. 나이가 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순리라지만 엄마의 싱그러운 젊은 시절과 그 품 안에서 아무 걱정 없던 나의 어린 시절이 너무나 그립거든요.
<초기 섬네일>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책의 마지막 장면을 두고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편집자님과도 제일 많이 얘기를 나눴던 부분인데요. 아름답고 따뜻하게 여운을 주려고 했는데 독자분들에게도 잘 전달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아이패드로 작업했어요.
머리카락에 깃든 셀 수 없이 많은 추억처럼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색연필 선으로 무수히 덧대어 그렸어요.
『하얀 숲』은 흑백 그림책인데요, 작업해 보니 컬러가 없는 책이 더 어렵더라고요.
같은 검은색이라도 근거리와 원거리를 표현해야 해서, 손힘을 잘 조절하는 게 관건이었어요.
또 머리카락이라는 게 한두 개만 작업해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ㅎㅎㅎ
인내심을 가지고 열심히 작업하였습니다.
<초기 채색>
이 책을 통해 작가님께서 전하고 싶으셨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책의 결말에 담고 싶으셨던 의미도 궁금합니다.
고생을 많이 해서 흰머리가 생겼다거나, 흰머리가 생기면 나이 들어 보인다거나, 그동안 우리가 부정적으로만 바라봤던 흰머리와 나이 듦에 대해서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어요.
함께한 시간들을 품고 반짝반짝 빛나는 흰머리를 자연스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작가님에게 ‘어머니’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합니다. 작가님께서 성장해 온 숲은 어떤 풍경과 이야기를 지니고 있었나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얀 숲』을 구상하였어요.
저에게 엄마는 온기가 가득한 숲이셨어요. 늘 곁을 지켜 주시며 격려와 응원으로 큰 힘이 되어 주셨지요. 제가 엄마가 되고 보니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그런 것들이 결코 당연한 게 아니더라고요. 언니와 동생과 함께 만든 엄마의 흰머리 속 이야기들은 소중한 추억이랍니다.
저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은데, 쉽지가 않아요.
<초기 채색>
그 숲의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추억 가운데, 독자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어머니와의 추억이나 특별한 가르침이 있으신가요?
정말 수많은 추억이 있지만, 그중에 하나를 얘기해 보면
제가 초등학생 때 엄마께서는 매일 아침 도시락에 편지를 써서 넣어 주셨어요. 도시락을 열 때마다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느낄 수 있었지요.
이 책의 주인공처럼, 검은 숲이 하얀 숲이 되기까지 저마다의 시간을 마주하고 나아갈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려요.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변화가 찾아오겠지요.
자신이 살아 온 시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시고, 흰머리에 깃든 추억과 사랑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초기 작업>
‘그림책’이란 장르에 애정을 갖게 되신 이유와 그림책 작가의 삶을 선택하신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른이 되고는 그림책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아이를 낳고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면서 그림책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어요.
짧은 그림책 속에 재미, 감동, 깨달음이 다 표현될 수 있다는 게 정말 엄청난 매력인 것 같아요. 작년에 ’제9회 상상만발책그림전‘, 올해 ’제1회 한국그림책출판협회 그림책 공모전‘에 연이어 수상하게 되면서 작가의 삶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서게 되었어요.
<초기 스케치>
다음으로 새롭게 구상 중이신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소개해 주세요.
출판사와 계약되어 출간 준비 중인 작품은 4개가 있고요. 그 외에도 출판사와의 인연이 닿기를 기다리고 있는 작품들이 가득하답니다.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내용으로 쓴 작품도 있고요. 판타스틱한 저희 집 아이들의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있답니다. 기대해 주세요.
“나에게 『하얀 숲』은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나에게 『하얀 숲』은 ( 엄마와 나의 보석 상자 )이다.”
독자들이 『하얀 숲』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책을 읽으면서 엄마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며 가슴 벅찬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한 올 한 올 소중한 추억 많이 만드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