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딱팔딱 목욕탕> 전준후 작가 인터뷰
“누구나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열린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무더위를 날려 버린 목욕탕 대소동!
답답한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특별한 공간!
어른이 아이가 되는 팔딱팔딱 목욕탕!
『팔딱팔딱 목욕탕』을 쓰고 그린 전준후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 표지 이미지
『팔딱팔딱 목욕탕』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예전에 <토미 웅거러 스토리(The Tomi Ungerer Story)>란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내용 중에 ‘종이는 세 번 태어난다’는 얘기가 있더군요. 그중 마지막이 독자와의 만남을 통해서라고 하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사실 지난 일주일 동안 약간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어요. (이제는 좀 차분해지려고요.) 무엇보다 작업 막바지에 기분이 좋게 끝났다는 사실이 다행이고 많은 분께 고맙습니다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작가 소개에도 적었다시피, 실제로 목욕탕을 자주 가구요. 그곳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예전에 목욕탕에서 직장 상사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는데, 서로 좀 겸연쩍어 했던 기억이 납니다. 왜 우리는 낯선 사람들에게는 자기 벗은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여주는데 아는 사람과는 부끄러워할까? 또 밖에서는 조금이라도 인연이 있으면 서로 마구 대하지 않는데, 모르는 타인들에게는 함부로 대할까? 이런 아이러니에 대해서 생각하다가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 초기 섬네일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걸리셨어요? 또 작업 과정은 어떠셨는지요?
아! 이 질문 때문에 인터뷰하는 것이 꺼려지지만, 계약 시점부터 세면 거의 7년 정도는 걸렸습니다. 처음에 사무실을 퇴근하고 작업을 하는데 시간을 빼서 매일 해줘야 되는데 그릴 장소도 찾아야 하고 시간도 확보하면서 자기만의 리듬을 찾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그 사이 직장에서 인사이동 같은 개인적 사정도 좀 있었고요.
이 책에서 목욕탕이 가장 큰 주인공이고, 또 준우가 주인공이지만 다른 등장인물도 적절히 목욕탕에 등장해야 되기 때문에 목욕탕의 구조에 신경을 많이 썼고요. 이런저런 목욕탕도 가보고(하하)…… 너무 현대식 목욕탕은 제 이야기랑 어울리지 않더군요. 그렇게 적절한 목욕탕을 설계하고 그다음은 등장인물마다 성격을 부여한 캐릭터를 설정했습니다. 나머지는 다른 그림책처럼 섬네일, 스케치, 컬러 등으로 이어졌지요.
▲ 초기 채색본
작업 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나 어려웠던 점, 즐거웠던 점 등을 이야기해 주세요.
에피소드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따로 작업실이 없다 보니 체인점 카페에서 주로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잘 상상이 안 가시겠지만 쪼그마한 팔레트와 수건, 물감 봉지 등을 나름 가장 콤팩트하게 만들어 가져가서 대형 커피숍 구석에서 작업을 했었는데요. 그때 매일 가는 카페가 있었는데, 갔을 때 제가 주로 작업하는 지정석(?)이 비어있을 때엔 기분이 좋았습니다.
책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을까요?
전 과정을 산을 오르는 것에 비교해 보면 힘든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을 수 있는데, 제가 신인이다 보니 그런 거에 대해 전혀 예상을 못 하고 그냥 맨손으로 기어서 산을 오른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에 목욕탕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부분의 윤곽이 잡히면서 ‘아, 이제 어느 정도 이 산을 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등장인물이 잘 나올 수 있고, 또 다음 이야기에도 적절하게 배치 되게 만들어야 하는 공간이었거든요.
▲ 목욕탕 전경
어떤 재료와 기법을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어릴 때부터 그림은 계속 그렸지만 제가 정규 미술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사실 재료를 많이 다뤄 보지 못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제일 다루기 편한 아크릴물감(혹은 과슈)을 사용하게 되었고, 저한테 잘 맞는 거 같고 편합니다. 기법도 제가 아는 바가 별로 없어서 그냥 그리던 대로 그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 채색 중인 그림들
위트와 유머가 있는 그림 속 장면들이 재미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탄생됐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가능하면 다양한 연령대와 계층, 직업군 등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벗은 몸에 그런 느낌을 전하기 위해 제 나름 작은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제일 늦게 놀이에 참여하는 대머리는 돈 많은 사장님, 분홍색 두 부자간은 부잣집 사람 등으로 묘사했습니다. 좀 피둥피둥하게 하려고 분홍색으로 했는데(가끔 저 사람들은 왜 분홍색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더군요) 피부에 그런 개성을 넣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 초기 캐릭터 연구
▲ 목욕탕 등장인물
작가님에게 목욕탕은 어떤 공간인지 얘기해 주세요.
어릴 때는 왜 가야 하는지 모르고 아버지를 따라다녔던 답답하고 숨 막히는 공간이었어요 크면서 저도 휴식하러 가는 공간이 되었고요. 대중탕 문화가 있는 나라가 많지 않은 거 같은데요. 예전에 일본이랑 터키에 갔을 때 모두 그곳 대중탕을 갔었습니다. 그만큼 목욕탕 덕후라고 해야 되나요. 거기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목욕탕의 구조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고요. 그곳에서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요. 어쩌면 제 첫 책의 소재가 될 수밖에 없었겠네요.
팔딱팔딱 목욕탕에서 목욕탕은 마치 작은 해방감을 느낄 수 있는 놀이터처럼 보이는데요.
공간에 따라 사람들 태도가 달라지는 거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제 직장인 법원은 어쩌면 특이한 공간이잖아요. 법원은 들어오는 순간부터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불편하게 만들죠. 그렇지만 제겐 9시부터 6시까지는 일상의 공간이고요. 그런 불편하고 딱딱한 공간에서 서로 가능하면 자존심 상하지 않고 편하게 될 순 없을까 그런 고민이 있습니다. 왜 외국영화 같은데 보면 미국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과도 쉽게 날씨 얘기든 뭐든 하잖아요. 왜 우리는 그런 게 안 될까 뭐 이런 고민도 하고요.
그게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가끔은 서로 너무 날이 선채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군요.
▲ 표지 시안들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사실 이 책은 대단한 얘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끝날 때쯤 마음 한구석이 조금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어릴 때 아버지 따라 산에 갔을 때 모르는 사람들 하고 막 인사하는 모습이 되기 멋있어 보여서 산을 내려오는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하면 내려온 기억이 있습니다. 일종의 놀이가 되었던 거죠.
한 명 한 명은 낱알 같은 존재지만 연대감을 느낄 때 사람들은 행복도도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덮었을 때 그런 느낌이 조금이라도 전해지면 좋겠어요.
앞으로 어떤 책을 만들고 싶으세요?
지금은 역시 관계와 소통의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아무래도 제가 다니는 직장 영향인 거 같아요.
“나에게 『팔딱팔딱 목욕탕』은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새로운 시작(?)
독자들이 『팔딱팔딱 목욕탕』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글쎄요, 저는 영화도 열린 이야기가 있는 구조가 좋아요. 제 책도 가능하다면 그런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좀 어설프지만 나도 참여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이 들고… 책을 덮고도 준우의 일상이 궁금해진다고 해야 되나요? 하하, 아무튼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