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숙
돌려줘요, 스마트폰

By 2017년 05월 17일8월 17th, 2021작가 인터뷰

<돌려줘요, 스마트폰> 최명숙 작가 인터뷰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드는 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랫집 윗집 사이에』로 층간소음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냈던 최명숙 작가님이 2년 반 만에 새로운 책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책 역시 층간소음만큼이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이야기예요.

『돌려줘요, 스마트폰』의 최명숙 작가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 표지 이미지

 

『아랫집 윗집 사이​​에』에 이은 두 번째 그림책이 출간되었어요.
아무래도 첫 번째 책과는 느낌이 좀 다를 것 같은데요. 두 번째 책을 받아 본 순간의 느낌이 궁금합니다.
『아랫집 윗집 사이에』는 마치 첫아이를 낳았을 때 같았다면, 『돌려줘요, 스마트폰』은 둘째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의 기쁨과 같았어요. 좋은 책을 만들고 싶다는 맘으로 열심히 준비했던 만큼 기쁘고 행복했어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좀 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이 부분을 이렇게 해 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어요.

출간의 기쁨이 아이를 안았을 때의 느낌과 같다는 말씀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그렇다면 둘째아이와 같은 『돌려줘요, 스마트폰』이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누구에게 보여주셨나요?
당연히 제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델이자 스토리 소스를 제공해 준 저의 아이들에게 제일 먼저 보여 주었어요. 이제는 훌쩍 커 버렸지만, 본인들의 모습이 보이는 장면에서 더 좋아했고, 재미있게 봐 주었어요. 또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요즘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라고 말해 주었어요.

 

첫 작품에 이어 이번 책에서도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주제를 다뤘는데요,
특별히 이런 주제들로 이야기를 쓰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층간소음도 그렇고 스마트폰 중독도 그렇고 심각한 문제라는 데 공감하면서도 뚜렷한 해결방안은 없다는 게 안타까웠어요. 대안도 없이 아이들에게 “뛰지 마.”, “하지 마.”라고만 말하는 것도 미안하게 느껴졌고요. 그래서 그림책을 통해서 이런 문제들을 터놓고 이야기함으로써, 함께 생각해 보고 함께 해결 방법을 찾아보기를 바라는 맘으로 만들었어요.
사실 이 책의 주인공 우주는 제 둘째아이가 모델이 되었어요. 둘째아이가 어느 해 겨울 크리스마스 선물로 스마트폰을 받고 싶다고 산타 할아버지에게 편지를 쓰더라고요. 간절히 바라는 모습을 보고 스마트폰을 마련해 주었더니 언젠가부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를 않았어요. 문제라고 생각하던 차에 유아들마저 스마트폰에 중독되고 있다는 매스컴의 보도를 접했고요. 비단 우리 아이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그림책으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돌려줘요, 스마트폰』 역시 다색 석판화 기법으로 작업하셨는데요.
또다시 과정이 꽤나 어렵고 고단한 석판화로 작업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작에서 다색 석판화로 그림책을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았지만, 석판화에서 만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느낌, 색이 중첩되면서 나오는 독특한 매력을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특히 산타 마을이나 산타 공장, 선물 기차 같은 판타지 장면을 표현하기에는 석판화만한 기법이 없다고 생각했죠.
기법은 같지만 느낌은 확연히 달라요. 『아랫집 윗집 사이에』를 작업할 때는 은은한 색상과 낮은 채도로 부드러운 느낌을 강조했고, 『돌려줘요, 스마트폰』에서는 크리스마스의 밝고 경쾌한 느낌을 선명한 붉은색과 맑은 청색으로 표현했어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덮고 자연을 보고 자연에서 신 나게 놀면 좋겠다는 저의 바람을 담아 좀 더 경쾌하고 화려한 색감을 사용했죠.
석판화가 무척 매력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석판화만을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작품의 내용과 분위기에 가장 어울리는 기법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좀 더 쉽고 효과적인 기법을 써보고 싶기도 합니다.


▴ 석판화는 사용하는 색의 수만큼 판을 만들어야 한다.

 


▴ 순서대로 겹쳐 찍으면 한 장면이 완성된다.

 


▴ 장면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

 

개인적으로는 작가님이 앞치마를 메고 프레스기를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판을 바꿀 때마다 색이 한 겹 한 겹 겹쳐지는 과정도 흥미로웠고요.
모든 장면 그렇게 공들여서 작업하셨겠지만, 그래도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을 것 같아요.
산타 공장 장면이에요. 모든 장면들을 고민을 많이 했지만, 아이들이 받고 싶어 하는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느라 분주한 산타 공장을 특히 재미있게 그리고 싶었어요. 좀더 환상적이고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표현하려고 신경을 많이 쓴 장면입니다.

 


▴ 최명숙 작가가 가장 애착 가는 장면으로 꼽은 산타 공장 장면.

 

그렇다면 혹시 아쉬운 장면도 있나요? 또 작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이들이 연을 타고 하늘을 날아서 산타 마을을 내려다보는 장면이 조금 아쉬워요. 속이 확 뚫리는 느낌을 선사하고 싶었는데 판화로 표현하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석판화는 작가의 의도에 우연의 효과가 더해져 완성되는데요. 때론 우연의 힘이 더해져 멋진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는 반면, 때로는 아쉬운 결과물이 나오기도 해요. 그런 경우 맘에 드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작업하는 일이 조금 힘들었어요.


▴ 아이들이 연을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

그렇죠. 여러 번 반복하여 찍다가 애써 만든 판이 망가져서 처음부터 다시 작업한 적도 있었고요.
예술적 감각뿐 아니라 체력과 끈기까지 갖추고 있어야 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는 간단한 질문을 할게요. 『돌려줘요, 스마트폰』은 ( )이다. 빈 칸에 들어갈 말은?
노는 시간

 

‘노는 시간’ 간결하면서도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말이네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스마트폰을 덮고 진짜 놀이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되는데요, 다음 작품에 대해 살짝 귀띔해 주세요.
사랑의 가장 큰 조건은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반려동물 거북이가 집을 탈출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예요.

 

앞으로 독자분들께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그림책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고 편안하고 따뜻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남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아이들이 조그마한 네모난 화면 속 세상이 아닌 진짜 세상을 보면 좋겠습니다. 스마트폰 게임이 아니라 진짜 놀이를 하면 좋겠습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드는 데 이 책이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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