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부호> 난주 작가 인터뷰
“저를 닮고, 독자님도 닮은 책을 쓰고 싶어요.”
흩어져 있으면 어쩌면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할 수 있는 작은 점과 점들이 모여
꽃이 되고 나비가 되었습니다. 하늘이 되고 땅이 되었습니다.
제비꽃의 한살이를 살펴보며 마음속에 마침표, 쉼표, 느낌표, 물음표를 찍는
『문장부호』의 난주 작가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 표지 이미지
지난 가을에 출간했으니 시간은 좀 지났지만,
그래도 첫 질문으로는 출간 소감을 여쭤봐야 할 것 같아요.
처음 책을 받아들고 울컥했어요. 처음 만든 더미북으로 계약을 하게 되어 뛸 듯이 기뻤지만 다른 일과 병행하며 점묘로 작업하느라 책이 나오기까지 4년이 걸렸기 때문에 애 낳는 것보다 힘든 시간이었거든요. 그런데 아들 승현이를 낳을 때도 그랬지만 책 보자마자 그 힘든 기억은 사라지고 기쁨만 남았어요. 멋진 책으로 묶어 주신 편집장님과 디자이너님, 그리고 늘 따뜻한 말씀을 해주신 대표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작업 기간이 길었던 만큼, 출간했을 때의 감동도 무척 컸을 것 같아요.
감동적인 첫 책을 가장 먼저 본 사람은 누구인가요?
더미를 만들 때 승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책에 승현이에게 헌사를 썼고요. 첫 책을 가장 먼저 본 사람은 승현이였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시큰둥했어요. 늘 작업하는 걸 보아서 그런가 봐요. 그래도 아마 속으론 뿌듯했겠죠? 오히려 제가 가르치는 제자가 제 책을 보고 감탄하고, 걸린 시간에 비해 책 가격이 너무 싸다며 안타까워했어요.
아마 아드님도 겉으로는 시큰둥한 척해도 속으론 무척 뿌듯했을 거예요.
학교 가서 엄마 자랑도 많이 했을 거고요.^^
『문장부호』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한겨레 그림책 학교 다닐 때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수업을 들었어요.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버스 의자 좌석에 몸이 녹아 붙는 것 같았어요. 그 때 쉼표가 떠올랐어요. 그러다 보니 문장부호에 각각의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문장부호로 이야기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림책 작가가 되어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어요. 낮에는 골목에 나가서 고무줄 놀이, 비석치기, 말뚝박기하면서 뛰어 놀고 저녁에는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또 책도 좋아했지요.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결말이 궁금해서 밤늦도록 책을 읽기도 했어요. 그런데 2000년대 초반에 친구가 프리랜서 편집자가 되어 사무실을 내었는데 그곳을 방문하였다가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과 이야기가 만나 재미있고 아름다운 책으로 엮였더라고요. 그 때 감동을 받아서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문장부호』는 점묘화로 작업하셨는데요.
독자 여러분을 위해 점묘화란 무엇인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그리고 이 책을 이러한 기법으로 작업한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점묘는 다른 색 점들이 모여 혼색이 되는 기법이에요. 예를 들어 파란 점과 노란 점을 같은 면에 함께 찍으면 멀리서 볼 때 초록색으로 보이는 거죠. 하지만 그렇게 점을 찍자니 그림책은 멀리 두고 읽는 매체가 아닌데다 색 점들이 원색 그대로 찍히면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들어서 잉크를 조색하여 3~4가지의 색만 써서 부드럽고 통일감 있는 색으로 보이도록 작업을 했어요.
중심 소재가 문장부호이기 때문에 점을 이용하여 그린 것이 어울렸는데요. 사실 점묘를 선택하기 전에 여러 가지 시도를 했어요. 저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림책 학교의 컬러링 과정 3개월만에 제 머릿속 이미지를 자유자재로 그려낼 수 있는 재료를 찾기 어려웠어요. 화방에 가서 온갖 비싼 화구를 사서 그려 보았는데, 결국 문구점에서 파는 펜으로 점을 찍어 표현하는 것이 개성 있고 재미있게 표현 되었어요. 그래서 처음엔 흑백 펜으로 콕콕 찍어서 그리다가 자연의 푸르름과 싱그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잉크를 섞어 조색한 다음 펜촉으로 콕콕 찍어서 그렸어요.
붓으로 넓은 면을 칠하는 대신 작은 점을 하나하나 찍어서 사물과 풍경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작업이지요.
작업하시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해결했는지도 알려 주세요.
점묘는 긴 시간 동안 집중해서 작업해야 해요. 대부분 명도만 생각하면 되는 흑백 점묘를 하는데 컬러 점묘를 하다 보니 명도뿐 아니라 색감도 신경을 써야 했고요. 긴 시간 동안 노력해서 찍은 점묘를 망치지 않기 위해 내수성이 있는 잉크를 사용하였더니 하루만 지나도 젤리처럼 굳어서 다시 조색해야 했고, 전의 색과 맞추어서 조색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았어요. 잉크가 펜촉에도 달라붙어 굳는 바람에 수성 잉크로 바꿔서 작업했어요. 그랬더니 재채기나 손에 묻은 미세한 물기에도 번져서 여러 번 수정해야 했어요.
▴ 점묘화에 필요한 도구들. 여러 가지 색의 잉크와 펜,
▴ 초기 기획시에는 흑백으로 작업했다가 자연의 푸르름과 싱그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컬러로 방향을 바꾸었다
▴ 애써 조색해 놓은 잉크가 자꾸 굳는 바람에 나중에는 입구가 좁은 아주 작은 병에 담았다.
어느 한 장면 손이 덜 간 것이 없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을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이에요. 모든 자연은 그렇게 서로 관계를 맺고 함께 공존한다는 내용이 담긴 장면이기 때문이에요.
혹시 좀 아쉬운 장면도 있나요?
아쉬웠던 부분은 없어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기 때문이에요.
아쉬움이 남을 정도로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다는 말씀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나에게 『문장부호』란 ( ________)이다!
빈 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신가요?
‘문’ 같아요. 첫 책을 짓고 책으로 묶기까지 겪은 경험을 통해서 작가로서의 문이 열리고, 독자님들과 만남의 문이 열렸으니까요.
작가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가 되는데요.
어떤 작품을 구상하고 있는지 귀띔해 주세요.
쉿, 비밀이에요! 있어 보이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사실은 이야기 씨앗은 여러 개인데 아직 주제에 대한 생각이 여물지 않은 것들이라서 말씀 드리기가 힘드네요. ㅜㅜ
네. 벌써부터 다음 책이 기다려집니다.
앞으로 독자분들께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책을 읽는 분이 자신의 이야기인 것 같다고 생각될 만큼 공감하는 이야기를 짓는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부족하지만 제가 지향하는 바예요. 저를 닮고, 독자님도 닮은 책을 쓰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 구매는 사랑이에요!
그림책 많이 사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