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영
안녕,멍멍 컹컹

By 2021년 08월 03일8월 17th, 2021작가 인터뷰

<안녕, 멍멍 컹컹> 손미영 작가 인터뷰

“우리가 서로의 존재를 귀하게 여길 수 있다면
우리의 현실도 많이 바뀔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을 담았어요.”


▲ 표지 이미지

『안녕, 멍멍 컹컹』 개정판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떤가요?
처음 『안녕, 멍멍 컹컹』이 출간되었을 때가 기억나시나요?
기쁘고, 감사하죠.
출간한 지 8년 된 그림책이 개정판으로 다시금 세상에 나와 새롭게 독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기쁘고, 개정판이 나올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신 출판사에 감사해요.
처음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이런 날이 오는구나, 드디어!”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제 그림책 중 『안녕, 멍멍 컹컹』이 기획 단계에서 출간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책이기 때문에 출간된 것이 믿기지 않았을 정도였어요. 출간된 책을 받아 보고 몇 번이나 보고 또 보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 여러개의 더미 북
▲ 스토리 보드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어쩌다 개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이 나오는 TV 프로그램 보는 것을 너무 좋아했어요. 영국에서 그림책 공부를 하던 중 과제로 ‘관찰 드로잉(대상을 직접 관찰하고 현장에서 그리는 것)’을 하게 되었어요. 내가 관심 있는 동물을 과제의 주제로 하면 지치지 않고 그릴 수 있겠다 싶어서 동물원과 동물 보호소, 동물 병원에 자주 가서 그림을 그리다가 개에게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런데 동물 보호소의 개들은 내가 보아 온 반려견의 모습과 매우 달랐어요. 아직도 축 처진 귀, 쓸쓸한 눈망울이 잊히지 않아요. 버려진 아픔을 가진 개들도 새로운 가족을 만나 행복하기를 바라게 되었고, 그런 희망을 담아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 캐릭터 디자인

『안녕, 멍멍 컹컹』에 나오는 개들을 어떻게 고르게 됐는지, 그중에서 특히 애정이 가는 종의 개가 있나요?
외국에서 살면서 우리나라 말의 특징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하게 된 것 같아요. 영국에서 공부할 때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공용 공간인 부엌이 종종 토론의 장이 되곤 했어요. 그 당시 제 관심이 온통 개에 있다 보니 세계 각지에서 온 친구들한테 너희 나라말로 개 짖는 소리를 어떻게 내냐고 물어보게 되었고, 여러 종의 개에 따라 짖는 소리도 여러 언어로 표현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나라별로 대표적인 개들을 조사했고, 잘 알려진 종과 그렇지 않은 종을 적절히 고려하고 다양한 크기나 모습을 담을 수 있도록 골랐어요. 특히 애정이 가는 종은 아무래도 소년과 가족이 되는 흰 강아지가 아닐까 싶네요. 마지막까지 유기견 돌봄 센터에 남아 있어서 더 많은 모습을 그려야 했고, 작고 몸도 조금 불편한 녀석이라 신경이 더 쓰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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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요?
안타깝게도 현실에는 버려지는 개, 외로운 사람이 많지만, 그림책의 중심에는 ‘우리가 서로의 존재를 귀하게 여길 수 있다면 우리의 현실도 많이 바뀔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담았어요. 이 그림책을 보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도, 개들도 많구나!’라고 열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다름에 대한 차별이 아닌, 다름에 대한 포용을 조금이라도 실천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생각해요. 인종이나 개종 모두 포괄하는 생각입니다.

 

​▲ 타이포 그래피

작업 과정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업 과정에 있었던 에피소드나 어려웠던 점, 즐거웠던 점 등을 이야기해 주세요.
그림책에 크기도 모습도 다양한 개들이 등장하는데, 각각의 개들이 짖는 소리를 개의 특징과 나라의 특징을 살려 타이포그래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는 저 나름대로 구체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한글 서체로 존재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죠. 그래서 결국 출판사에서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서체를 하나하나 일일이 확인하고 찾아서 고를 수밖에 없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 생각과 비슷하거나 일치하는 서체를 찾을 때마다 엄청난 쾌감이 있었죠.​


▲ 소년이 흰 강아지를 데리고 가는 장면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을까요?
모든 장면에 애착이 가지만 꼭 한 장면을 고르라면, 소년이 흰 강아지를 데리고 가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유기견 돌봄 센터가 텅 비게 되는 장면이기도 하고, 처음부터 센터 앞을 지키고 서 있던 소년과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흰 강아지가 가족이 되는 장면이라 뭔가 뭉클하고 뿌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건 처음 밝히는 것인데 유기견 돌봄 센터 옆이 꽃 가게인 것도 나름대로 의도가 있었어요. 함께 가는 소년과 흰 강아지가 꽃길만 걷길,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할 수 있죠.

 

▲ 표지 시안들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요?
모두가 어우러지는 공원 장면도 고민이 많이 되긴 했지만, 그야말로 가장 고민을 많이 하게 했던 것은 표지였던 것 같아요. 그림책의 내용과 그것을 시각화하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다 보니 표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할 땐 벌써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였어요. 『안녕, 멍멍 컹컹』 이후에는 표지에 관한 생각도 작업을 진행하는 틈틈이 하게 되었죠. 그에 비하면 개정판 표지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의견 조율되어 신속하게 진행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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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스케치는 주로 연필로 하는데 채색에 들어가면서 여러 가지 재료와 기법을 섞어 쓰는 경우가 많아요. 색연필, 수채화, 모노 프린트 등의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여러 질감의 종이가 동원되기도 해요. 이렇게 작업한 것을 하나하나 퍼즐을 맞추듯 구도와 크기에 맞게 컴퓨터에서 재구성하는 일종의 디지털 콜라주 기법을 썼습니다.

▲ 스케치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이 질문을 대하자마자 ‘조화와 어우러짐’이란 단어가 떠오르네요. 그림책의 구성에서 글과 그림의 조화와 어우러짐도 중요한 요소이고, 그림에서의 심미적인 조화와 어우러짐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반려견 사이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세상을 이룰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중시하며 작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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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계속해서 그림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자신을 너무 다그치면서 작업을 했었는데, 좀 더 여유를 갖고, 삶도 즐기고, 건강도 위하면서 꾸준히 작업하는 그림책 작가로 남는 게 꿈이라면 꿈이에요. 그림책 작업과는 별도로 구례 협동조합과 지역에 맞는 기념품 개발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올해는 많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고, 일러스트레이션 브랜드를 만드는 계획도 진행하고 있어요. 차근차근 준비해 어느 날 ‘짜잔!’ 하고 오픈하게 되면 연락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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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안녕, 멍멍 컹컹』은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희망? 터닝포인트?
사실 몇 년간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안녕, 멍멍 컹컹』 개정판 작업을 하면서 힘들고 지친 마음은 조금 내려놓고 오롯이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다시금 독자를 만난다는 마음이 계속 작업할 수 있는 희망으로 자리 잡은 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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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안녕, 멍멍 컹컹』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모와 함께 그림책을 볼 때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반복을 통해 안식을 찾는다고 해요. 아이들이 충분히 빠져들 수 있도록 기다려 주시기를, 그 즐거움을 빼앗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안녕, 멍멍 컹컹』에는 수 개념을 익힐 수 있는 구조가 있어서 학습적으로 접근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학습보다 ‘놀이’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아요. 수 개념도, 의성어도, 다양한 캐릭터들도, 개정판에서 새롭게 선보인 발자국으로 이루어진 면지도 놀이의 요소가 될 수 있어요.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책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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