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백혜영 작가 인터뷰
‘내일을 따라가는 오늘’과
‘내일이 따라오는 오늘’의 삶은,
방향이 다르다는 걸
<표지 이미지>
『내일』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아주 즐거웠지만 정말 힘든 작업이었어요. 그래도 결국 작가가 되다니, 아직 너무 신기해요. 무사히 출간할 수 있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 이야기는 ‘지나간 내일’이라는 한 문장을 만들면서 시작됐어요. 내일 해야 할 일을 걱정하고 두려워하다가, ‘내일이 벌써 지나갔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정지 화면처럼 생각이 끊기고 멍해졌어요. ‘내일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는데 내일이 없어진다면… 오늘 뭐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제서야 내일을 준비하느라 미뤄뒀던 일이나 스스로 막고 있던 생각이 마구 떠올랐어요.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됐습니다.
<주인공의 캐릭터>
주인공의 캐릭터는 어떻게 잡게 되셨나요?
캐릭터는 제가 쉽게 그릴 수 있는 걸로 잡았어요. 특별한 요소가 없는데도 실제 저를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서 놀랐어요.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과 요소들은 모두 현실 세계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표현하신 이유와 그 의미들이 궁금합니다.
감정이 느껴지는 그림을 좋아하는데요, 그런 느낌의 그림을 찾아다니다 보니 제 그림도 닮아 간 것 같아요. 특정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림에 생명체, 남녀노소를 다양하게 등장시키고, 각각의 팔다리 개수나 크기를 자유롭게 표현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과 요소>
작품 속에는 다양한 길이 이어지며 등장합니다. 길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같은 방향으로 길을 가다가, 마지막에 길이 반대로 틀어집니다. ‘내일을 따라가는 오늘’과 ‘내일이 따라오는 오늘’의 삶은, 방향이 다르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그리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을까요?
표지에 쓰인 장면입니다. 수정 없이 한 번에 그리기도 했고, 처음 채색 연구할 때 기준이 된 장면이에요. 내일의 얼굴이 무척 궁금한 느낌을 그리고 싶었는데, 모두의 뒷모습만으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보니 모두가 내일을 따라가는 느낌도 들어서 마음에 들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수없이 그린 마지막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작업을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고민했습니다. 다른 장면들과 어울리면서도 반전이 되고, 가득 차지만 복잡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와 오늘과 동화되는 느낌을 주며, 캐릭터들이 부각되는 한 장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그렸어요. 장면이 너무 안 나와서 마지막 장 없이 출간되는 꿈을 꾸기도 했답니다! 고래뱃속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었을 거예요.
<초기 스케치>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포스터 컬러로 밑색을 옅게 칠하고 여러 가지 연필과 색연필을 사용했습니다.
<채색 연구>
작가님의 첫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에게 그림책,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일까요?
너무나 다른 분야에서 살아온 제가 그림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된 『내일』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입니다. 연필, 지우개와 종이를 사는 것부터 시작했으니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작업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작품처럼 실제로 내일을 따라가다가 오늘을 살게 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이야기를 구상하던 당시에는 IT 기획자로 회사에 근무하고 있었어요. 너덜너덜 지쳐 있던 시기에, 내일이 안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고 큰 용기를 내어 퇴사를 했어요. 따라갈 내일이 없어지니 저는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고요. 이제는 내일이 저를 따라와요.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즐겁게 작업하는 것! 이야기를 재구성할 때나 채색을 연구하다가 막힐 때면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지치고 피하게 되더라고요.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거우려고 시작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즐겁게 작업할 수 있을지 동료를 구해 보기도 하고, 작업실을 구해 꾸미기도 하며 ‘즐거운’ 작업을 지켜 냈어요.
<작업실>
“나에게 『내일』은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나에게 『내일』은 (또 다른 오늘)이다.”
독자들이 『내일』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야기의 끝에서는 ‘내일’이 ‘오늘’을 따라오지만, 사람마다 다른 결말을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오늘을 위해 살고 싶은 사람도 있고, 내일을 위해 살고 싶은 사람도 있어요. 때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요. 『내일』을 읽고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삶에 마음을 쏟고 싶은지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