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명은주 작가 인터뷰
걱정하지 마
잠시 뒤 그곳에서 모두 다시 만날 테니까
바로 곁의 전혀 다른 세상
우리가 모르는 우리 삶의 장막 너머로
『잠』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잠』은 제가 처음으로 쓰고 그린 그림책입니다. 뿌듯함과 함께, 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감사함을 느낍니다.
『잠』이 앞으로 제가 평생 만들 수많은 그림책 중 첫 번째 작품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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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라는 주제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침대에 누웠는데 잠에 빠지지 못해서 한참을 뒤척거리던 날이 있었습니다. 잠에 푹 빠져 있는 남편 옆에서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데, 문득 남편과 제가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분명히 한 공간에 있는데, 이 현실의 세상에 저만 남겨진 듯한 느낌이요. 그 순간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잠’이란 것이 낯설고 신비롭게 느껴졌어요. 그 느낌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초기 채색>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잠과 관련된 익숙한 일상의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웃음 짓고 공감할 수 있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처럼 잠에 쉽게 빠지지 못해서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 분들께 작은 위로를 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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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 대한 수많은 단상들 중 책에 실린 에피소드들은 어떻게 모으고 정하셨나요?
잠이란 것이 평생 동안 매일 접하는 워낙 친숙한 소재라, 잠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마음먹으니까 많은 에피소드들이 나왔습니다. 흐름상 아쉽게 삭제해야 했던 에피소드들이 여러 가지 있는데 언젠가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아이디어 스케치>ᅠ
형체도 없고 규정하기도 힘든 잠과 잠든 후의 세상을 어떻게 상상하고 표현해 내셨나요?
의식이 있는 현실 세상에서 잠이라는 무의식의 세상으로 빠질 때 열리는 가상의 구멍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 구멍에 어쩔 수 없이 빠져 버리기도 하고, 방해를 받아서 빠지지 못하기도 하고, 구멍을 찾지 못해서 괴로워하게도 되지요.
의식이 사라지면서 잠에 빠지는 순간은 깜깜하지만, 잠 속에 깊이 빠지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가까운 사람이나 전혀 뜻밖의 사람을 마주치기도 하고, 무의식 속의 옛 기억을 꺼내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달콤함을 느끼기도 하고 시련을 겪기도 하는 또 다른 세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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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에서 잠은 어쩔 수 없이 빠지는 것이기도, 닿기가 힘든 먼 대상으로도, 간절히 기다리는 것이거나 망설이게 되는 것으로도 그려집니다. 잠에 대한 다채로운 심상들은 작가님의 경험들인가요? 작가님의 잠은 어떤지, 작가님께 잠은 어떤 의미인지도 궁금합니다.
모두 제 경험들입니다. 밤마다 잠에 빠지는 것이 힘들어서 잠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생각하게 되었고, 그게 책을 시작하게 된 출발점이었습니다. 자야 될 때는 잠에 못 빠지고, 자면 안 될 때는 잠에 빠져 버리고, 가장 익숙하면서도 통제가 안 되는 것이더라고요.
책 작업을 하면서 흐른 적지 않은 시간 동안 개인적인 성장통도 겪으면서 인생관이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많은 것들을 통제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하되 흘러가는 대로 살자고 마음을 내려놓기 시작하니까, 책이 완성될 즈음에는 눕기만 하면 포근한 잠에 푹 빠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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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그리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을까요?
모든 에피소드들이 다 애착이 가서 고르기가 힘드네요. 제일 공감이 가는 건 팽팽한 긴장의 끈 때문에 잠에 못 빠지는 장면, 그리고 잠에 빠지는 통로를 찾으려고 밤새 삽질하다 실패하는 장면입니다. 실제로 제일 많이 겪었던 상황이라서요. 가족들은 다 잠에 빠지고 혼자만 남아 버린 장면도, 그 외로움이 공감이 가서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아이디어 스케치>ᅠ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잠 속 세상을 어떻게 묘사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참고할 내용이 있을까 해서 수면의 과학에 대한 책들도 읽어 보았고요.
잠에 빠지는 통로는 각각 다르지만, 자는 시간 동안 머무르는 곳은 결국 잠이라는 거대한 또 다른 세상인 것으로 상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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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스케치>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물감, 먹, 색연필 등으로 만든 질감을 스캔해서 활용하고, 아이패드로 드로잉해서 그림을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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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첫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에게 그림책,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떤 의미일까요?
다른 작가님들의 그림책을 보면서 위안과 감동을 얻곤 했는데, 직접 그림책을 출간하게 되다니 신기하고 기쁩니다. 그림책 창작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한겨레 그림책 아카데미 이경국 선생님, 김상인 선생님과 초짜 작가를 끝까지 디렉팅해 주신 고래뱃속 출판사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직장도 퇴사하고 비장한 마음으로 도전했기 때문에, 완벽하게 해내야 된다는 생각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처음에는 오히려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냥 가볍게 내 이야기를 나눈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내려놓으니까 비로소 자유롭게 책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일상의 작은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고, 이 작품이 그 첫 발걸음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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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인생의 방향을 잡지 못해서 방황하던 시절에 만든 이야기라 처음에는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의 원고로 시작했습니다. 출판사 미팅을 거듭하면서 ‘잠’이라는 주제만 빼고, 내용도 그림도 분위기도 전부 바뀌게 되었습니다. 책의 완성과 함께 저도 많이 성장하게 된 것 같네요.
<초기 채색>ᅠ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잠에 빠지는, 또는 빠지지 못하는 순간들을 어떻게 하면 더 공감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제일 많이 고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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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잠』은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나에게 잠은 또 다른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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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이 『잠』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책 속의 에피소드들이 마음에 와 닿으셨으면 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