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우, 박광명
아홉 시 신데렐라

By 2022년 10월 11일작가 인터뷰

『아홉 시 신데렐라』 박윤우, 박광명 작가 인터뷰

저는 늘 희망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그런 주제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희망이 없다면 어떻게 살 수 있겠어요?

<표지 이미지>

 

『아홉 시 신데렐라』가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박윤우) ‘아홉시가 땡’치면 들어오는 엄마라는 아이의 일기에서 시작해 이야기로 엮기까지 무척 먼 길을 걸어왔네요.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니 반갑고 고맙습니다. 작은 에피소드지만 이를 위한 취재와 조사, 답사 등이 아주 많았습니다.^^

(박광명) 언젠가 한번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기회로 엄마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작품을 만나게 되어 기뻤습니다. 나의 엄마 그리고 현재 엄마가 된 나의 모습을 돌이켜 보며 작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번 수정하며 그림을 완성해 나갔지만 혹여 제 그림이 글의 의미를 다 담지 못할까 봐 두려움도 사실 컸어요. 그림을 완성했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이야기가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큽니다.

 

<초기 스케치>

 

이 책은 엄마와 아빠의 빈자리로부터 비롯된 불안감에 시달리던 아이가, 상상하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며 마음의 키가 한 뼘 자라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주제에 주목하게 된 이유와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박윤우) 저는 늘 희망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그런 주제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희망이 없다면 어떻게 살 수 있겠어요? 명아네 가족도 깊이 들여다보면 상처가 깊고 어두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죠. 제 안에 명아와 명아의 엄마가 존재했어요.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엄마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자기식으로 도전하고 시도하지요. 드러내 놓고 할 수 없으니 더 의심스럽게 보이겠죠. 명아는 그런 엄마의 변화를 의심하고 걱정하지요. 이 지점을 주목하고 이야기를 진행시켰어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박윤우) 상황을 바꾸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의심받게 마련이에요. 둘은 결국 만나게 되는데 그 지점이 모두가 성장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작품에 드러나진 않지만 절망을 넘어서기 위해 엄마가 얼마나 큰 용기를 냈던 것인지를 느낄 수 있었으면 더 좋겠어요.

 

그림 속에서 화려한 색채와 조명 속에서도 묻어나는 쓸쓸함, 그러면서도 그 끝에 맴도는 묘한 따스함이 느껴집니다. 그림의 방향과 톤은 어떻게 잡게 되셨나요?

(박광명) 누구에게나 그림자가 따라다니죠. 어두운 그림자가 느껴질 수 있도록 모노톤으로 채색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도 무도장에서 반짝이는 원색의 불빛들이 제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림자의 먹색 그리고 투명한 원색의 조명들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 이야기의 끝은 결국 사랑이잖아요 그래서 사랑스런 캐릭터와 귀여운 모습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어요.

 

<초기 스케치>

 

아홉 시 종이 땡 치면 집에 돌아오는 엄마, ‘아홉 시 신데렐라’의 비밀을 파헤친다는 설정이 흥미롭습니다. 이야기 구성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윤우) 엄마를 의심하는 아이, 그 아이의 의식 흐름과 엄마 찾기 여정을 재미있게 전개할 방법을 찾다가 추리 기법을 생각했어요. 온갖 꾀를 써서 엄마를 찾아가는 방법이 긴장감 있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추리가 빗나갔을 때는 더 재미있겠다 생각했지요.

 

주인공인 명아와 명아와 함께 비밀 수사극을 벌이는 미진이, 그리고 그 수사 대상인 명아의 엄마. 이야기 속에서 두드러지는 이 세 인물의 성격이 뚜렷하게 특징지어졌는데요. 인물의 캐릭터는 어떻게 잡게 되셨나요?

(박윤우) 우선 제 작품에 기본이 되는 갈등은 엄마와 딸 사이의 갈등이에요. 제 안에 공존하는 캐릭터죠. 둘은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서로에게 냉정한 감시자이기도 하지요. 거기에 불을 끼얹는 건 춤을 추고 싶어하는 뻥가시네예요. 그 애의 눈엔 모든 일이 춤과 연관이 되어 있으니까요. 미진이가 멋대로 상상해 낸 상황은 실제 상황을 자꾸자꾸 더 나빠지게 만들어요. 세 사람은 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지만 극적 효과를 위해 조금 더 과장한 면이 있지요.

 

<초기 스케치>

 

이야기 속 인물들의 감정이 번지듯 부드러운 먹과 같은 질감, 그와 더불어 다양한 색채의 조화가 눈에 띕니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박광명) 디지털 작업으로 진행했고요. 처음부터 먹물 브러쉬로 스케치를 잡아갔어요. 글을 보고 느껴지는 감정들을 툭툭 그려 나가는 느낌으로 작업했습니다.

 

명아와 미진이가 엄마의 행방을 찾아 수사극을 벌이는 과정에서, 무도장이 주요한 소재이자 바탕으로 등장합니다. 무도장이라는 공간을 미스터리의 중심에 놓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박윤우) 이 글은 제가 살고 있는 동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저희 동네에 있는 시장 한복판에 무도장이 있어요. 저는 그곳을 늘 지나치면서 호기심과 신비감을 동시에 느끼곤 했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 속에서 낯선 공간이 주는 긴장감을 주기 위해 선택한 공간이고요. 미진이의 역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이곳이 필요했어요.

 

무도장이라는 화려한 공간과 고단한 현실의 빛바랜 생활, 걱정스럽게 엄마 뒤를 쫓는 미스터리한 추적과 소녀들의 유쾌한 장난 등 대조적인 여러 감정과 장면들이 뒤섞인 이야기인데요, 상반된 분위기를 표현해 내는 것이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박광명) 무도장을 표현하는 적나라한 단어들과 걱정스런 소녀들 그 사이에서 고민이 있었습니다. 작품을 읽을 때 제 어릴 적 생각을 많이 해 봤어요. 제가 어릴 때 작은 일로도 온갖 무서운 상상을 했었고 어른이 느꼈던 두려움보다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 생경한 느낌의 공포를 나타내 보려고 노력했어요.

 

<초기 채색>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박윤우) 명아가 엄마를 찾으러 가는 길에 미진이를 끌어들이는 장면입니다. 여러 가지 버전으로 만들었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는데 뻥가시네 미진이가 이야기 속에 들어옴으로써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었어요.

(박광명) 아이들이 위글위글 니글니글 댄스를 추는 장면을 그릴 때 가장 즐거웠어요.
어린 시절 친구들과 깔깔 웃으며 장난쳤던 기억들이 떠올랐거든요. 놀이처럼 느껴지는 춤들을 상상하며 들떠 있는 머리카락이나 웃는 입술 등을 그렸어요. 콩콩 뛰는 장면을 보고 있으니 절로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박윤우) 명아가 텅 빈 알로에 가게를 들여다보는 장면이에요. 아빠는 일찌감치 먼 곳으로 돈 벌러 갔고요. 얼마 전까지 엄마도 텅 빈 알로에 가게를 지키며 한숨을 내쉬곤 했지요. 그러다 엄마가 사라져버린 거예요. 명아의 두려움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면 좋겠다고 생각해 많이 고쳤던 부분이에요.

(박광명) 사실 많은 장면이 어려웠지만요. 여러 번 수정하고 고쳐 나간 장면은 제비와 여자가 춤추는 모습을 그린 장면입니다. 비밀스럽게 탱고를 추고 있는 남녀의 모습을 어떤 동작으로 담을까 고민했어요.

 

 

<초기 채색>

 

주인공 명아의 불안과 의심으로부터 비롯된 상상 속 장면들도 많이 등장하는데요. 아이디어들을 어떻게 얻으셨나요?

(박광명) 처음으로 떠오른 건 ‘가면’이었습니다. 가면 속에 숨어 있는 사람의 모습은 알기 어렵기 때문에 뭔가 위험하게 느껴졌어요. 작업을 진행하면서 점점 보통 사람들이 일탈을 즐기기 위해 달려나가는 느낌으로 자리잡아갔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반전은 이 책 속의 주인공들에게뿐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긴 여운을 남깁니다. 결말을 통해 특별히 전하고 싶으셨던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박윤우) 명아와 엄마처럼 늘 함께 고민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저에게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런 존재였지요. 얼마 전 돌아가셨는데 새록새록 고맙고 그립습니다. 명아도 엄마를 오해하고 의심했지만 이제는 가족들에 대한 확신이 생겼을 것 같아요.

 

주인공 명아처럼, 아이들은 때때로 부모님의 빈자리를 마주하게 됩니다. 그 마주함이 갑작스럽고 혼란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 계기를 통해 아이들은 때때로 성장의 기회를 갖게 되기도 하지요. 누군가의 빈자리 앞에서 서성이고 있을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박윤우) 명아라면 어떤 기분으로 이곳을 보았을까, 가족이 해체될까 두려운 아이에게 낯선 무도장이 어떤 느낌일까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았습니다. 그럴 때 이 순간이 잘 지나고 나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보세요. 부모님은 돌아오고, 나는 견디는 힘까지 생겼을 때. 행복할 준비가 되어 있겠죠.

 

<초기 스케치>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박윤우) 명아의 심리, 특히 엄마를 찾으러 나서는 절박감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이 짧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장편 못지않은 조사와 답사가 있었고 그런 우여곡절 끝에 스토리가 완성되었어요.

(박광명) 소녀의 걱정과 불안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명아는 가정이 파괴될지도 모른다는 상상까지도 했으니까요. 엄마가 춤을 추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아버지와 떨어져 살고 있는 명아는 당분간 맘 편히 살지 못할지도 모르겠네요. 불안한 아이만큼 측은하고 안타까운 모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작업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박윤우) 알로에 가게라는 생소한 가게가 반찬 가게와 옷 가게 옆에 덩그러니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알로에는 어디에 쓰는 건지, 알로에를 쓰면 뭐가 좋은 건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 가게가 오래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이 가게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시장통을 걸으며 엄마와 같이 찾아보았어요. 그리고 시장의 여기저기를 뒤지고 돌아다녔고, 마사지 숍을 찾게 되었죠. 명아 엄마가 이걸 알았다면 정말 행복했을 것 같아요.

(박광명) 제가 지금 원래 하고 있는 생업도 하면서, 아이도 키우고 있거든요. 하루 일과가 끝나고 가족 모두가 잠든 밤 작업을 했습니다. 작업을 하다 보면 새벽 3, 4시가 훌쩍 넘어가곤 했는데요. 그때 느껴지는 고단함에서 명아 엄마와의 공감이 크게 이루어졌습니다. 명아 엄마가 창문에 기대어 고심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뒷모습이 저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초기 스케치>

 

“나에게 『아홉 시 신데렐라』는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박윤우) ‘기다림’입니다. 착상에서부터 다양한 취재와 퇴고를 거쳐 숙성시킨 이야기이고 그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명아와 엄마가 다시 만날 수 있었어요.

(박광명) ‘내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입니다. 결국은 해피엔딩!

 

그림 곳곳에, 이런 것도 눈여겨보면 재미있을 거라고 독자들에게 살짝 귀띔해 주고 싶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박광명) 평소에 전통 시장을 좋아하고 또 광장 시장 같은 곳에 가서 식사하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시장에 애정이 있습니다. 시장 속 가게 상호명을 재밌게 지어보려고 했는데 어떤가요?

 

독자들이 『아홉 시 신데렐라』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윤우) 엄마와 명아가 서로를 의심하고 확인했듯이, 제가 이 글을 쓰며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된 것처럼, 여러분들에게도 그런 행복한 만남이 있기를 바랍니다.

 

<초기 채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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