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인
구멍 난 양말

By 2024년 09월 12일작가 인터뷰

『구멍 난 양말』서수인 작가 인터뷰

나의 구멍 덕분에

내 인생이 더욱 아늑하고 따듯해지는 것 같아요.

<표지 이미지>

 

구멍 난 양말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여러분! 드디어 저의 첫 그림책 『구멍 난 양말』이 나왔어요.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을 만큼 기뻐요!

‘어제까지 내 아이패드 속에만 있던 그림이 진짜로 책이 되어서 나오다니 너무 신기하잖아?’

 

구멍 난 양말은 양말에 난 구멍을 발견한 주인공이 필사적으로 구멍을 감추려 노력하는 이야기를 컷 만화 형식으로 재치 있게 풀어낸 그림책입니다.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새로운 이야기의 소재를 무얼로 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항상 머릿속에 가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면 문득 어느 한 찰나에 소재들이 찾아와요.

『구멍 난 양말』의 아이디어도 꼭 그처럼 찾아왔는데요. 어느 날,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라는 일본 영화를 보다가 한 남성이 양말에 난 구멍을 다른 발로 휙 가리는 장면이 나온 순간! ‘어? 어??’하며 일시 정지를 누르고 방으로 달려가 노트에 ‘구멍 난 양말!’이라고 적었어요. 『구멍 난 양말』은 ‘아무도 부끄러움이라고 알려 주지 않았는데, 왜 우리는 구멍을 본능적으로 가리게 되는 걸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우주의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각양각색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요. 우주와 외계의 존재들로 이야기를 구상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든 독자님들이 주인공에게 이입할 수 있도록 주인공의 성별을 특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외계인이라면 어떤 외모를 가졌든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배경과 인물이 외계 행성으로 정리된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SF소설에 빠져 있어서 ‘당연히 우주를 배경으로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초기 스케치>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 각 장면을 컷 만화 형식으로 작업하시면서 특별히 신경 쓰신 점은 무엇이었나요?

작업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었다면 함께 소개해 주세요.

‘어린이 독자가 이 책을 읽는 시간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가 주요한 포인트였어요. 『구멍 난 양말』은 컷 만화 형식이라, 책을 읽어 주는 사람이 연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많아요! 저도 작업을 할 때 항상 큰 소리로 감정을 넣어서 연기하듯 읽어보며 몰입도를 체크했어요.

『구멍 난 양말』은 2022년에 계약을 하고 2년 만에 나온 책입니다. 작업 도중에 스토리가 막혀서… 별별 이야기를 다 만들어 본 것 같아요. 주인공이 양말의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도 하고, 양말 자체가 되어 버리기도 하고, 발가락 세포가 되기도 하고….

그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엄지발가락에 왕만 한 구멍을 뚫고 샌들을 신고 거리를 걸어 다니고, 카페 가서 커피도 마시고, 신발 가게에 가서 구멍 난 채로 신발도 구매하며 주인공의 감정이 어땠을까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어요.

 

모든 캐릭터가 저마다 지니고 있던 구멍들이 반짝이며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밤하늘에 수놓인 무수한 별들과 닮아 있는 듯 느껴집니다.

이 책을 통해 작가님께서 전하고 싶으셨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어떤 외계 행성의 밤하늘에서 지구라는 별을 봤을 때도 엄청 환하게 빛나겠지?

지구란 별에 사는 사람들은 특이하게도 부족한 사람, 힘들어하는 사람, 나보다 약한 사람을 보면 도와주고 손잡아 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지구인의 특징을 맛보고 싶다면 너의 구멍에 살짝 힘을 풀어보길!”

 

구멍으로부터 비쳐 들어오는 빛줄기를 통해 양말에 난 구멍을 밤하늘의 별로 표현하신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나요?

스토리가 풀리지 않아 거의 1년 동안 스토리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 두번 째로 코로나에 걸렸던 날, 방문을 꽉 닫고 격리되어 방 안에 있는 책들만 보고 있었어요. 그 책들 중 하필 별이 그려진 책을 펼쳤는데 그 별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어? 별? 이거 양말에 난 구멍을 닮았잖아? 아? 구멍은 별이구나!’ 유레카의 순간이었죠.

 

<채색 변화 과정>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그리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을까요?

사실 모든 장면이 다 마음에 들어요! 『구멍 난 양말』은 채색 스타일도 3번 바뀌었고 편집자님과 디자이너님께서 디테일을 올려라, 색감을 더 살려 달라, 여러 가지 피드백을 주셨거든요. 그때마다 ‘디테일! 그게 뭔데? 그림책에서 말하는 색감을 살린다는 게 뭔데? 이 장면이 설명적이라고? 설명적이지 않다는 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며 다시 고민하고 그려 보고 하는 과정의 반복이 있었었어요. 편집자님과 디자이너님께서 제 손을 잡아 주시지 않았다면 『구멍 난 양말』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을 거예요.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주인공이 친구들에게 ‘나 양말에 구멍이 났어!’라고 외치는 장면의 전 단계에서,

‘주인공에게는 어떤 감정의 변화가 있었길래 친구들에게 구멍의 존재를 외치게 된 걸까?’라는 부분이 이야기를 1년간 고민하게 된 지점이었어요.

 

<초기 스케치>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저는 아이패드의 ‘프로크리에이트’를 이용해 『구멍 난 양말』을 작업했습니다.

프로크리에이트에 진짜 다양한 브러쉬가 많잖아요. 처음엔 기본 브러쉬들로 작업을 하다가 나중엔 브러쉬 커스텀도 하고 다른 작가의 작업을 프로크리에이트로 똑같이 구연해 보려고 브러쉬도 직접 만들어 보며 연구를 많이 했어요.

아이패드로 그렸지만 최대한 디지털 느낌을 덜어 내고 손으로 그리는 떨림들을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작가님의 구멍 난 양말>

 

작가님께서도 양말에 구멍이 난 경험이 있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그날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주세요.

초등학교 1학년 무렵이었어요. 학기 초라 아직 반 친구들이랑 친해지지도 않았는데 그날 양말에 구멍이 났어요 하필 그날 실내화가 없었어요. 들키지 않으려고 구멍 난 양말을 쭈욱~ 잡아당겨 발가락 사이에 끼우고 한참을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중학교 때는 검은 스타킹에 구멍이 나면 친구들이랑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구멍 뚫린 부분을 칠했는데 움직일 때마다 구멍 위치가 이동해 다리에 엄청 많은 검은 점을 그렸던 기억도 있어요. 구멍 난 양말은 부끄러웠던 기억과 재미난 기억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결국 주인공이 구멍 난 양말을 친구들에게 고백한 순간 이후 이어지는 책의 결말에 담고 싶으셨던 의미가 궁금합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약점을 꽈악 움켜쥐고 있을수록 시야가 나에게만 집중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는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건, 용기 내어 나의 약점을 드러내는 선택을 해야 그다음이 온다는 사실!

 

작가님께서 지니고 살아가는 구멍은 무엇인가요? 그 구멍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작가님만의 마음가짐이나 생각이 궁금해요.

저는 멈춰 있는 걸 불안해해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니 뒤처지는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항상 일을 만들어서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열심’과 ‘좋은 결과’는 동의어가 아닐 때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나의 영역과 신의 영역을 분리하기로 했어요. 결과는 신에게 맡기고 나는 오늘 할 수 있는 나의 최선을 다하자!

 

<초기 스케치>

 

이 책의 주인공처럼, 지금도 어딘가에서 저마다의 구멍과 함께 살아가고 있을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나 응원, 조언 부탁드려요.

꽉 움켜쥐고 있는 구멍이 있다면 살짝 힘을 풀어 보는 건 어때?

 

이 책은 독자들이 아무 근심 없이 웃을 수 있도록 즐거움을 선물하고픈 작가님의 바람을 가득 안고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음으로 새롭게 구상 중이신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두 권의 그림책이 더 나올 예정입니다.

첫 번째는 저의 아토피로 생긴 긁적이는 습관과, 첫 사회생활을 하던 20대 시절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꾹꾹 삼키며 뜬금없는 곳에서 짜증을 부렸던 기억을 소재로 만들어진 유쾌한 이야기입니다. 『구멍 난 양말』과 마찬가지로 읽고 나면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는 이런 이야기예요. 제가 어느 날 밤 꿈을 꿨어요. 드넓은 해변에 엄~~청 커다란 조개 하나가 떡하니 있길래 우와! 하고 달려가 조개를 잡아 입을 열어 보았어요! 그런데 이게 뭐람? 대. 반. 전. 처음엔 누군가의 태몽인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 태몽 같은 꿈의 주인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 꿈은 내가 가져야지! 하며 시작된 이야기! 과연 커다란 조개 입속엔 무엇이 있었을까요?

 

<초기 스케치>

 

나에게 구멍 난 양말(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다행이다!

어린 시절에는 마냥 부끄럽다고 생각했었던 나의 약점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니 그것으로 인해 더욱 단단하게 내 손을 잡아 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순간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나의 구멍 덕분에 내 인생이 더욱 아늑하고 따듯해지는 것 같아요.

 

독자들이 구멍 난 양말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재미나게 읽어 주세요! 연기를 아주아주 과장하며 읽어 주시길 바랍니다!

『구멍 난 양말』을 읽는 시간이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기억의 한 페이지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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