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주
탱탱볼

By 2025년 02월 17일2월 28th, 2025작가 인터뷰

『탱탱볼』 김희주 작가 인터뷰

다양한 경험을 할수록 다채로운 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요.

모두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표지 이미지>

 

 

탱탱볼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당연히 너무 신나고 좋지요. ‘드디어 세상에 나왔구나’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하고요.

 

 

탱탱볼은 장난감 탱탱볼을 주인공으로, 장난감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러한 설정을 떠올리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아이가 활동적이지 않은 편이라 몸을 쓰게 해주고 싶어서 오래된 문구점에서 탱탱볼을 하나 샀어요. 그런데 아이가 집에 와서 공으로 소꿉놀이를 하거나 그냥 앉아 있거나 들고만 다니는 거예요. 던져 보라고, 굴려 보라고 몇 번을 말하고 나중에는 답답해서 짜증스럽게 공을 가져와서 제가 직접 굴리는 걸 보여 주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자기 방식대로 놀더라고요. 포기하고 멍하니 앉아서 아이를 바라보는데 그렇게 놀고 있는 아이가 즐거워 보였어요. 그걸 느끼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그냥 재미있으면 되는 건데 내 방식을 아이에게 강요했구나’라는 생각에 너무 후회되고 창피하더라고요. 제가 느낀 것을 탱탱볼을 통해 보여 주고 싶었어요.

<초기 구상안>

 

 

탱탱볼의 새로운 친구 총총이와 그의 가족은 토끼로 묘사되었는데요, 이에 특별한 이유가 담겨 있을까요?

너무 단순한 이유인데요. 그 당시에 아이가 토끼를 너무 좋아해서 베개, 인형, 장난감, 책 모든 게 토끼였어요. 그래서 토끼로 하게 되었어요. 하하하.

<섬네일 스케치>

 

 

탱탱볼을 흔히 아는 탱탱볼이 아닌 자신만의 장난감으로 가지고 노는 총총이의 캐릭터는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받으셨나요?

제 딸아이를 보면서 만든 캐릭터예요. 뭐든 새롭게 만들고 자기 방식대로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랍니다.

 

 

탱탱볼을 작업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탱탱볼이 처음에는 총총이의 놀이를 이해하지 못해요. 이건 노는 게 아니라며 부정하죠. 하지만 여러 가지를 함께 하면서 총총이의 놀이 세계에 점점 빠져들어 좋아하게 되지요. 그 과정을 ‘츤데레’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탱탱볼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그리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을까요?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총총이가 탱탱볼이 들어있는 상자를 뒤지는 장면이에요. 아빠가 오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마음에 드는 장난감이 나올 때까지 상자 안에 몸을 넣고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서요. 하지만 똑같은 상자를 다섯 번이나 그려야 했어요. 하하하.

그리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총총이가 탱탱볼을 처음 가지고 노는 장면이에요. 호기심 가득한 총총이와 당황스러워하는 탱탱볼의 표정과 몸짓을 표현하는 게 즐거웠어요.

<초기 구상안>

 

 

그렇다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총총이가 탱탱볼을 아기 토끼로 생각하고 재우는 장면이요. 사실 처음에 구상할 때는 그 내용이 아니었거든요. 어떻게 하면 총총이와 탱탱볼 사이의 유대감을 잘 느끼게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만들어진 장면이랍니다.

<초기 구상안>

 

 

탱탱볼을 통해 작가님께서 전하고 싶으셨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책의 결말에 담고 싶으셨던 의미도 궁금합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고정 관념에 대한 이야기예요.

탱탱볼이 처음에는 총총이가 노는 모습을 보고 이게 뭐 하는 거냐며 정색을 해요. 계속되는 새로운 놀이에 조금씩 흥미를 느끼면서도 도대체 언제 놀 거냐며 심드렁하게 말하기도 하죠. 결국은 총총이의 놀이에 푹 빠져 자기도 모르게 ‘깡충깡충’이라고 잠꼬대까지 해요. 사람들은 보통 선호에 따라 반복적인 선택과 경험을 하고 그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평소에 나의 선택지에 없던 일은 잘 하지 않게 되죠. 내가 예상한 것과 다를 수도 있는데 말이죠. 총총이의 놀이를 부정했던 탱탱볼은 어느새 내일 또 놀아줘야겠다며 총총이와 놀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요. 총총이처럼 노는 것도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된 거예요.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해주죠. 다양한 경험을 할수록 다채로운 나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요. 모두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 재미있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즐겁지 않을까요?

<초기 구상안>

 

 

이 이야기는 탱탱볼과 총총이가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는데요, 작가님께서 새로움을 받아들이시는 마음이 궁금합니다.

저는 안정적인 것을 좋아해요. 새로움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새로운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에요. 일상의 평온함을 선호하지요. 선택적이긴 하지만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의 새로움은 설렘과 즐거움을 주는 것 같아요. 특히 새로운 음식, 장소, 사람을 만나는 일은 소풍 가기 전날처럼 가슴을 두근거리게 해요. 요즘은 기회가 되면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작가님 특유의 보드라운 색채가 전작 할머니의 감기약에서는 손녀의 움츠러든 어깨를 감싸는 할머니의 품처럼 느껴졌다면, 탱탱볼에서는 총총이의 순진무구한 분 냄새를 풍기는 듯 다가와요. 전작 할머니의 감기약을 그리실 때 사용한 그림 기법과 무엇이 비슷하고,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둘 다 수채화와 색연필을 사용한 건 똑같아요.

할머니의 감기약에서는 채도가 낮은 색을 주로 쓰고 촉촉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도록 수채화 위주로 채색하고 색연필은 묘사할 때 부분적으로 썼어요.

탱탱볼에서는 채도 높은 쨍한 색을 주로 사용했고 색연필로 아웃라인을 그리고 수채화로 깔끔하게 채색하는 방식이에요.

<초기 채색>

 

 

재미있는 발상과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성, 마음을 가득 채우는 그림을 완성해 내는 작가님만의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마음에 들 때까지 그냥 하는 거죠, 뭐. 다른 책도 많이 보고 오랫동안 고민하다 보면 ‘이거다!’ 싶은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다음으로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어떤 그림 방식이나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으신가요?

아직 준비 중인 작업은 없어요. 언젠가 정형화되지 않고 거친 느낌의 그림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나에게 탱탱볼(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이 이야기를 만들 수 있게 해준 딸아이 이름을 넣고 싶어요.

 

 

독자들이 탱탱볼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새침한 탱탱볼이 총총이의 놀이 세계에 천천히 빠져드는 과정을 느끼며 읽어 주세요. 그리고 평소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 보고 몰랐던 나를 만나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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