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은 어디로 갔을까?
2017 아침독서 추천도서
2017 학교도서관협의회 추천도서
풍선을 따라 떠나는 생각 여행
얼음은 물로 깨어나고,
물은 물고기로 깨어나고.
정말, 사라진 것들은 없어.
모든 것들은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어.
사라진 것들은 없다
아, 이런! 아이가 풍선을 놓칩니다. 풍선은 둥실둥실 날아가 버리고, 아이는 발을 동동 구릅니다. 순식간에 날아올라, 어느덧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올라가 버린 풍선. 이 풍선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요? 하늘 끝까지 날아갔을까요? 어디론가 날아가다가 터져 버렸을까요? 고래뱃속의 새 책『풍선은 어디로 갔을까?』는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 봤음직한 이런 궁금증에서 시작한 그림책입니다. 잃어버린 풍선이 상징하는, 잃어버린 것들, 잊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또 잊어버리고 삽니다. 안타깝게 잃어버리기도 하고, 애써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저 무의식으로 가라앉은 것들도 있을 테고요. 이렇게 우리는 한때 소중히 여겼던 것들과 이별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잃어버렸다는 것 자체도 잊어버리곤 하지요. 풍선을 잃어버린 아이도 마찬가지입니다.풍선을 잃어버리고 울다 지쳐 잠에 들었던 아이는, 그러나 곧 날마다 돌아오는 하루하루를 보내며 풍선의 존재를 잊어버립니다.
이 그림책은 아이가 놓쳐 버린 풍선을 따라가며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잊어버린 것들에 대해 돌아보게 만듭니다. 그런 것들에는 풍선이나 우산, 장난감 같은 것들도 있고,우정이나 사랑 같은 것들도 있을 거예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러한 것들이 사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어딘가에 어떠한 모습으로든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는 어떤 것이 더 이상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이 사라지지 않고 존재한다고 믿는 ‘대상 영속성’에 대한 이야기이며, 존재하는 모든 것은 소멸하지 않고 단지 모습을 바꿀 뿐이라는 ‘에너지 보존 법칙’과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모든 것은 변할 뿐입니다. 없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 이렇게 돌고 돌 뿐 절대로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피타고라스
모든 것들은 다시 돌아온다
날마다 해가 뜨고 집니다. 낮과 밤이 돌고 돕니다. 차디찬 겨울이 지나면 또다시 봄이 찾아오고, 말라 죽은 줄 알았던 나뭇가지에 푸릇푸릇한 새순이 돋습니다. 계절도 돌고 돕니다. 지구도 돌고, 회전목마도 돌고, 우리의 매일매일도 돌고 돕니다. 모든 것이 돌고 돕니다.
아이의 손을 떠난 풍선도 돌고 돕니다. 아이 방 창문을 지나 부엉이가 잠든 나무 위로,비행기가 날아다니는 높은 하늘로 여행하던 풍선은 어느 순간 터져서는 조각의 형태로 여행을 이어 갑니다. 바닷속으로, 목장으로, 시장으로 여행하던 풍선은 돌고 돌아 다시 아이 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 책은 풍선의 여행을 통해 ‘모든 것은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일은 어제와 내일의 어떤 일과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것은 모든 것에 대한 원인이 된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우리가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단단히 엮여 있는 끈을 따라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필연인지도 모릅니다.
또 자연과 환경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소한 행동이,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자연에서 우리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 우리 인간 역시 자연이라는 네트워크의 일부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은 모든 것에 연결돼 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우리보다 먼저 죽은 자들 그들은 돌아오리라.
다시 돌아오고야 만다. 붉은 지구가 돌고 도는 한.
나뭇잎 하나 나무 한 그루조차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
하물며 영혼이 덧없이 사라지겠는가.
– 루디야드 키플링
딸이 글을 쓰고 엄마가 수놓은 그림책
『풍선은 어디로 갔을까?』는 딸이 글을 쓰고 엄마가 수놓은 그림책입니다. 엄마를 통해 세상을 하나씩 배우고 어른이 된 딸은 글 속에 엄마가 전해 준 이야기를 담고, 엄마는 그 글에 마음을 보태 수를 놓았지요.
김채린 작가는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으며, 송영애 작가는 광목, 삼베 같은 소박하고 편안한 헝겊 위에 고운 색깔의 실을 골라 자수로 아름답게 그려 냈습니다. 두 작가는 독자들이 책을 보며 질문을 던지고 다양하게 해석하기를 바라면서, 글과 그림에 많은 여백을 남기고, 곳곳에 은유와 상징들을 숨겨 놓았습니다. 이 책을 보는 독자들은 책장을 앞뒤로 넘겨 가며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작은 단서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읽어 내고,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작가 소개
김채린
글 · 구성.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서 온 외계인입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지구로 왔어요. 그런데 타임머신이 부서져서 지구에서 계속 살고 있어요. 투명 하트 사탕 100만 개를 모으면 타임머신을 고칠 수 있다고 하면서 모은 사탕을 매일매일 먹어 버리는 바보랍니다.
송영애
자수. 아이들을 돌보아 주는 일을 하는 540살이 된 요정입니다.
이 요정의 손을 잡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하여 ‘자신감 요정’이라고도 불려요. 21세기에는 아이들을 더 많이 만나기 위해 책으로 비행기를 만들고 있는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