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2022 문학나눔 선정도서
2022 책씨앗 교과연계 추천도서
2022 학교도서관사서협의회 추천도서
2023 아침독서 추천도서
2023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2023 북토큰 선정도서
오늘을 모두 바쳐 붙잡고 싶지만
영원히 손에 쥘 수 없는, 내일
내일을 따라가는 삶에서
내일이 따라오는 삶으로
아무도 본 적 없는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저절로 따라가게 되는 것. 늘 앞서가기에 아무리 붙잡고 싶어도 잡히지 않는 것. 과학자, 미래학자, 점술가도 예측하기 어렵고 누구도 어떤 모습인지 확인할 수 없는 것. 하지만 놓칠 것 같은 불안감에 쉼 없이 스스로를 다그치게 되는 것. 바로 내일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내일은 어제, 오늘과 한 쌍을 이루어 붙어 다녔습니다. 수없는 일기와 계획표에 등장하고 수많은 약속의 말들 속에 들어 있었죠. 내일은 목표와 희망의 다른 말로도 쓰입니다. 어제와 오늘의 노력으로 내일이 만들어진다는 믿음은 내일을 더 나은 것, 더 완벽한 것으로 부풀려 놓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주 내일에 매혹되고 사로잡힙니다. 오늘을 사는 이유로 가장 먼저 내일을 손꼽고, 내일을 위해서 쉽게 오늘을 희생시키기도 합니다. 몸은 오늘에 있지만 영혼은 내일에 붙들린 채 살아가는 것이죠.
하지만 내일은 뒷모습만 있을 뿐 얼굴이 없습니다. 애초에 미정이고 미완이고 미결인 것이 내일의 본질입니다. 수학 문제처럼 어제와 오늘의 결과로 논리 정연하게 도출되지도 않으며 어디로 어떻게 튈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아무런 이유 없이 내일이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내일은 우리에게 아무런 확답도 확신도 주지 않습니다. 내일이 원래 없는 것이라면, 내일을 지우고 나면,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내일을 준비하느라 미뤄 뒀던 일, 내일에 대한 염려 때문에 가둬 놓았던 생각들은 무엇인가요? 이 책은 내일에 과도하게 사로잡힌 우리의 시선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리게 만듭니다. 정신없이 내일만 따라가던 삶에서, 내일이 자연히 따라오는 삶으로 바뀌는 순간을 경험하게 합니다.
시간을 멈출 수는 없지만
시선을 돌릴 수는 있습니다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길 위에서 펼쳐집니다. 길은 직선이기도 하고 구부러지기도 하고 가끔 어둠 속에 감춰지거나 외나무다리처럼 불안하게 흔들리지만 사라지지 않습니다. 길은 우리가 걸어가는 물리적인 공간이면서 동시에 멈추지 않고 흐르는 시간입니다. 시간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계속 이어집니다. 붙잡아 둘 수 없으며 도망칠 수도 없습니다. 책을 펼치면 처음에는 길 끝에서 달려가는 내일만 보입니다. 모두가 내일을 향해 가고 있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숨 가쁘게 그를 따라가게 됩니다. 미친 듯이 속도도 내어 보고 힘겹게 계단을 올라도 보지만 내일은 자꾸만 멀어집니다. 지치고 넘어지고 길을 잃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됩니다. 오늘의 길 끝에서 만나는 것은 결국 내일이 아니라 또 다른 오늘이라는 것을요. 책의 마지막에서 길의 방향은 반대로 틀어집니다. 내일을 따라가는 오늘과 내일이 따라오는 오늘은 같은 길 위에 있지만 시선의 방향이 다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그림 속의 길을 따라가며 내 삶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을 멈출 수는 없지만 나의 시선을 어디에 둘지는 선택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내일에만 초점을 맞췄을 때 흐릿했던 여러 풍경이 먼지를 털어 내듯 제 색깔을 찾아갑니다. 그중에 눈길이 오래 머무르는 곳이 있는지, 마음을 잡아끄는 것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내일에게 붙들려 있던 마음을 그곳에 돌리면 내 시간의 방향, 내 길의 방향이 새롭게 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새 내일이 오히려 오늘을 향해 달려와 함께 선명해질 것입니다.
내일이 숙제가 아니라 축제가 되기를
Seize the day, 카르페디엠, 욜로…. 이미 일상의 클리셰가 되어 버린 말들입니다. 오늘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하지만 실제의 삶에서는 오늘만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늘에 집중해야 할 때도 있지만 어제를 되새겨야 하는 날도, 내일을 바라보아야 하는 날들도 있습니다. 이 책은 오늘과 내일을 대립각으로 세우지 않습니다. 인생은 그렇게 양분해서 나누어 생각할 수 없는 복잡한 것이니까요. 오히려 이 책은 두려움을 내려놓자는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내일은 알고 갈 수가 없는 곳입니다. 누군가가 내일에 가장 근접한 예측을 내놓았다 하더라도 우리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확정하고 싶어 합니다. 정답을 확인하지 못하면 앞이 보이지 않는 동굴에 갇힌 듯이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 실체 없는 두려움과 공포를 날려 버리라고 말합니다. 내일이 실재하지 않기 때문에 두려움도 만들어진 것일 뿐입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면 길이 아니라 길 위에 있는 것들이 비로소 보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보이고, 잊고 있던 내 이름이 되살아나고, 내가 피워 올리고 싶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도 보입니다. 오늘을 향한 삶이든 내일을 향한 삶이든 상관없습니다. 알 수 없는 두려움 때문에 삶을 숙제처럼 무겁게 받아 들지 않는 것, 실제로 벌어지고 만져지는 것들, 살아 움직이는 것들 가운데 서서 삶을 축제처럼 즐기라는 것. 이 책이 들려주는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는 바로 행복에 대한 것입니다.
낯선 존재들과 낯선 공간에서 달려가는 우리들
책 속 세상은 현실 세계와는 사뭇 다릅니다. 등장하는 생명체들은 어디선가 본 듯하지만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인 듯 동물 같기도 하고 괴물인 듯 요정 같기도 합니다. 땅 위에서 자라난 식물들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들도 색다릅니다. 이런 그림은 우리가 매일 겪는 일상과 공간을 낯설게 만듭니다. 낯설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입니다. 익숙함 사이사이에 섞인 고정관념과 편견들 때문에 제대로 감각해 내기 어려웠던 내 모습을 이 낯선 그림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이 책 속의 인물들은 보편적입니다. 특정한 곳의 특정한 사람들에 갇히지 않고 모두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서 작가는 남녀노소, 팔다리 개수, 크기까지 자유로운 형태의 다양한 존재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래서인지 무채색 톤의 기묘한 그림에 자꾸만 공감하게 됩니다. 포스터 물감 위에 수없이 많은 연필선을 겹쳐 그려 낸 그림은 우리 삶의 스크래치들을 닮았습니다. 반듯하고 매끈하지 않은 삶의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이루어 내는 오늘처럼 자연스럽고 두텁습니다. 그림 속을 걸으며 우리는 안도감을 느끼며 더 즐겁게 오늘을 걸어 내일로 갈 수 있습니다.
작가 소개
백혜영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내일을 따라가다가 우연히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그림책과 함께 그동안 잊고 있던 오늘을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울림을 주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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