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차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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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콩달콩 숲속 친구들의
사랑스러운 초대장
세대 간 순환하는 ‘성장’과 ‘독립’에 대한
재치 넘치고 뭉클한 이야기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작은 알 하나
숲속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멋진 날씨를 즐기던 어느 날, 공놀이를 하다 멀리 날아가 버린 공이 툭, 떨어진 자리에 난데없이 웬 하얀 알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어미도, 둥지도 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 혼자 남은 이 알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친구들은 고민 끝에, 이 작은 알을 집에 데려가 보살피기로 결정합니다. 마음씨 착한 친구들 모두 서로 제가 데려가겠다고 나섰지만, 똑똑한 작은 알이 똑 부러지게 순서를 정해 줍니다. 차례대로 한 명씩, 돌아가면서 맡아 달라고 말이지요. 그렇게 어느 날 숲속의 친구들은 작고 작은 알을 만나, 생각지도 못한 ‘합동 양육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좌충우돌 프로젝트를 지켜보며 우리는, 나의 차례가 다가왔을 때 주어진 인연과 기회를 두 팔 벌려 환대하고 성심을 다하는 일뿐만 아니라, 나의 다음 차례가 다가왔을 때 단정한 기쁨으로 다음 차례에게 바톤을 넘겨 주는 일 모두가 무척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우리가 서로를 통해 배우고, 함께 보살피며 성장해 나가는 이 울창한 삶이라는 숲속에서 말이지요.
작은 알이 작은 새가 되기까지,
피와 살이 되어 준 ‘당신의 집’
작은 알이 맡겨진 첫 번째 집은, 작은 알을 맨 처음 발견했던 생쥐의 집입니다. 이곳에서 생쥐는 추위에 떠는 작은 알을 위해 딱 적당한 거리에서 난로를 쬘 수 있게 살펴 주고, 귀여운 모자와 목도리도 둘러 줍니다. 어느덧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생쥐가 가장 아끼는 따뜻한 담요도 작은 알의 몸에 꼭 맞게 잘라 나누어 주지요. 덕분에 아늑한 밤을 보낸 작은 알은 다음으로 곰의 손길에 건네지고, 그 다음으론 토끼에게, 그리고 마지막으론 거북이에게 차례차례 맡겨집니다. 작은 새로 커 가는 작은 알이 친구들 각자의 집에서 보내는 이 고유한 시간들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렇게 작은 새는 친구들 한 명 한 명의 고유한 개성이 일군 집에서, 4인 4색의 보살핌을 받으며 몸과 마음의 집을 지어갔습니다. 생쥐가 나눠 준 온기와 곰이 전해 준 용기는 작은 알의 ‘피와 살’이 되고, 토끼가 선물해 준 취향과 거북이가 건네 준 상상은 작은 새의 영혼을 이루는 ‘뼈와 육체’가 되었지요. 그렇게 함께라는 울타리 안에서 스스로 서는 힘을 조금씩 조금씩 키워가던 작은 새는 어느새, 자기만의 집을 가질만큼 독립적인 개체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안겨 있던 품에서 자라난 날개,
새로운 바람을 싣고 오다
친구들은 처음엔 작은 새가 자기만의 집을 지었다는 사실을 당황스러워하고 한편으로는 섭섭해합니다. 아직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작은 새가 염려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제 자신들은 더 이상 작은 새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아쉬움 때문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작은 새는 그 작은 몸에 똘똘 뭉쳐 꼭꼭 담겨 있는 단단함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하지만 이젠, 내 차례야!”
그렇게 스스로를 돌보고 책임질 ‘차례’를 갖게 된 작은 새는 그 오밀조밀한 손끝으로 지은 집에 친구들을 초대합니다. 어쩌면 이 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바로 이 부분에 실려 있습니다. 작은 새가 자기만의 집을 지어 스스로 삶의 터전을 꾸렸을 뿐 아니라, 그 안에 자신을 돌봐 준 친구들을 초대하고, 스스로를 위한 새 이름을 지어 부름으로써 우리들의 ‘차례’는 돌고 돈다는 것을 암시해 주거든요. 친구들이 품어 준 작은 존재가 다시, 그 친구들을 품어내는 작은 기적은 잠들어 있던 땅속에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새싹으로 움트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이 각자 자기만의 집에서 자기만의 씨앗을 작은 새의 가슴 속에 심어주었듯, 작은 새 역시도 자신의 집에 초대받은 친구들의 가슴 속에 새로운 물음표를 가진 씨앗 하나씩을 심어 주었거든요. 그 물음표는 바로, ‘나는 누구인가?’, ‘나의 이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네 차례에 쥐여 준 답은
다시 내 차례의 질문으로 돌아오고
작은 새는 그저 불리는대로 살아 온 다른 친구들과 달리 자신이 불리고 싶은 이름, ‘레옹’을 스스로 지어냅니다. 여기서의 이름은 비단 음절 몇 개로 이루어진 단어 뭉치가 아닙니다. 레옹은 자신의 이름을 선택함으로써 ‘원래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고 싶은 삶을 고민하고, 그런 삶의 모양새를 스스로 선택하고, 그에 어울리는 마음의 집을 지어갈 수 있는 바탕을 그려냈습니다. 자신들이 나누어 준 것을 모두 지도처럼 마음에 간직한 채, 그 지도 위에 자기만의 집을 짓고 그 집 앞에 자기만의 이름으로 된 명패를 스스로 걸어 단 ‘작은 새’의 날갯짓은 친구들의 마음속에 반짝이는 돌멩이 하나를 떨어뜨려 파동을 만들어냅니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 걸까?”
친구들이 다시 그 질문의 파동 위에서 새롭게 그려 나갈 오늘의 시간은, 바로 어제 우리가 함께 나눠 온 시간 위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게 질문과 답을 끊임없이 주고받는 어제로부터 이어지는 오늘과 내일, 하루만큼 매일 더 울창해지는 숲 안에서 지치지 않고 피어나는 새로운 이름들은 숲을 지탱하는 뿌리가 되어 온 오래된 이름들과 함께 서로를 부르고 또 서로에게 불리우며 메아리처럼 울려퍼지겠지요.
세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기대고 기대하는 이름, 마리안느 뒤비크
『사자와 작은 새』, 『난 네 엄마가 아니야!』, 『모두모두 한집에 살아요』와 같은 전작들에서처럼, 마리안느 뒤비크는 이번 신작에서도 ‘관계’를 바탕으로 새롭게 덧입혀져 가는 우리네 삶을 담아냈습니다. 어쩔 땐 바늘 끝처럼 예리한 통찰력으로 가슴 한 켠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는 듯하다가 결국은 내내 다정한 시선으로 관계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마리안느 뒤비크.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자면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그림 속에 숨겨진 아기자기한 단서들과 부드러운 색연필 선은 매 작품마다 ‘마리안느 뒤비크’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절로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드는 큰 즐거움들 중에 하나입니다. 우리는 이번 이야기를 통해서도, 나눠 주면 부메랑처럼 되돌아오는 선한 영향력을 함께 지켜보았습니다. 언제나 함께일 것임을 기억하는 ‘온기’와, 스스로에게 알을 깨고 나올 힘이 쥐어져 있음을 기억하는 ‘용기’, 세상의 온갖 다채로운 것들을 맛보며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갈 수 있는 ‘자신감’과, 상상을 바탕으로 나의 현실을 멋지게 꾸려갈 수 있는 ‘호기심’까지도 말이지요. 물흐르듯 흘러가서 단번에 후루룩 읽게 되지만 책을 덮고 나서도 오래 여운이 남아 ‘끝나지 않는 이야기’로 우리의 일상 속에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는 목소리,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다음에도 계속 ‘마리안느 뒤비크’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일 겁니다.
작가 소개
글‧그림 마리안느 뒤비크 Marianne Dubuc
캐나다 몬트리올 퀘벡 대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하고,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으로 본 엉뚱하고 재미난 이야기와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전 세계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2011년 ‘독일 청소년 문학상’과 ‘메릴린 베일리 그림책상’ 최종 후보로 올랐으며, 2014년에는 『사자와 작은 새』로 캐나다에서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인 ‘총독문학상’(일러스트 부문)을, 2016년에는 『생쥐 우체부의 여행』으로 ‘캐나다 퀘벡 서점대상’과 ‘루스 앤 실비아 슈워츠 상’을, 2018년에는 『산으로 오르는 길』로 ‘몬트리올 캐나다 어린이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는 『그런데요, 아빠』, 『사자와 작은 새』, 『난 네 엄마가 아니야!』, 『산으로 오르는 길』, 『생쥐 우체부의 여행』, 『자코의 정원』, 『모두 모두 한집에 살아요』, 『하나, 둘, 셋 학교 가자!』, 『곰과 바람의 속삭임』, 『니나와 밀로』 등이 있습니다.
옮김 백지원
기억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기억 이전의 마음으로 책과 이야기를 사랑해 왔습니다. 그 사랑으로 숨을 쉬고, 그 숨을 함께 나누면서 더 커다랗고 깊은 세상의 마음을 알고 안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소망이 있어 오늘의 제가, 내일의 당신이, 그리하여 우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