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

봄날의 아콩이

윤성은
그림 김주희
발행일 2025-02-17
ISBN 9791193138649 73810
형태 양장 190x247mm 64쪽
정가 ₩12,000

고래뱃속 창작동화 18

 

생명에게서 생명에게로

세대를 이어 연결되는 삶과 희망의 노래

 

평화를 염원하는 모든 존재들에게 전하는

봄날의 기적 같은 이야기

 

 

고요하던 숲을 흔드는 외침

아침 햇살이 굴참나무 숲을 깨워요. 엄마 굴참나무 가지에 매달린 아기 도토리들이 눈을 뜨자마자 조잘조잘 떠들어요. 그중 가장 자그마한 막내 도토리가 바로 아콩이랍니다. 지금은 형제들에게 쪼끄맣다며 놀림을 받지만, 아콩이에겐 훗날 엄마처럼 커다란 나무가 되어 모두와 함께 살고 싶은 꿈이 있어요. 그러려면 엄마 품을 떠나 흙 위에서 단단히 홀로 서야 하죠.

그런데 어느 날, 난데없이 폭탄이니 전쟁이니 하는 무시무시한 소식이 들려와요. 산 너머에선 나무들의 비명 소리가 가까워져 오고, 꼬마 아이인 그루 가족과 몇몇 사람들도 폭격을 피해 숲으로 찾아오는데…. 평화롭던 숲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과연 아콩이와 사람들은 앞으로 닥칠 험난한 전쟁을 무사히 견디고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막내 도토리는 ‘언제까지나’라는 말을 조그맣게 따라 했어요. 그 말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깨지지 않는 단단한 약속 같았어요._본문 10쪽

 

 

함께할 때

비로소 피어나는 생명의 힘

엄마의 품을 벗어난 순간부터 아콩이는 매 순간 위험한 고비를 넘나듭니다. 제힘으로 헤쳐 가야 하는 크고 작은 시련들부터, 처음 마주하는 전쟁의 불길과 혼란까지. 이를 맨몸으로 부딪히고 구르며 아콩이는 온 힘을 모아 소리칩니다.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자!”

이 이야기에서 끝없는 메아리처럼 줄곧 되풀이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살아남자’란 외침이에요. 엄마 굴참나무가 처음 세상에 난 아기 도토리들에게로, 아콩이가 전쟁의 불길 속에서 희망을 잃어 가던 형제들에게로. 폭격을 느낀 나무들이 온 숲의 생명들에게로, 생명을 향한 의지는 끊임없이 이어져 갑니다. 나 자신을 위한 다짐이 되었다가, 서로에게 전하는 응원이 되고, 나아가 우리를 지켜주는 약속이 되는 그 메아리에 가만 귀 기울여 보노라면 알게 되지요. 생명을 이어간다는 건 우리가 함께 연결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요. 오늘을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옆엔 언제나 함께 숨 쉬는 이들이 함께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살아남는 게 쉽지는 않단다, 아가야. 그래도 끝까지 버티고 살아남아야 해.’_본문 35쪽

 

 

생명에게서 생명에게로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평화의 씨앗

『봄날의 아콩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생명에게 무궁히 이어져 온 생명력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자연과 사람, 모든 생명들이 서로를 지키고 보듬어 가며 함께 살아가려는 힘이 생생히 녹아 있지요. 각자의 자리에서 생명을 이어 가려는 노력이 서로에게 닿아 전해지는 순간을 하나하나 그려 가며 작가가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평화를 향한 희망이었습니다. 모두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며 마침내 새잎을 틔워 내는 아콩이처럼 작디작은 씨앗 하나에도 담겨 있는 의지. 다양한 생명이 깃든 자연을 지켜 내려 폭격을 온몸으로 막아 내는 숲과 나무들의 품 안에서, 전쟁의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밀어주고 끌어 주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생동하는 힘. 바로 생명과 생명을 이어주는 연대의 힘이지요. 엄마에게서 나에게로. 나에게서 다음 세대에게로. 그렇게 생명에서 생명으로 대를 이어 전해져 온 힘으로 서로의 삶을 함께 이루고 지켜 가려는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염원하는 평화의 시작일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야 다른 생명들도 살 수 있단다. 모든 삶은 이어져 있으니까.”_본문 61쪽

 

 

희망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 있도록

전작인 『안녕, 내 사랑!』을 통해 누군가를 사랑으로 호명하는 일, 사랑으로 호명되는 일이 이룰 수 있는 기적을 보여주었던 윤성은 작가가 고래뱃속의 두 번째 창작동화로 돌아왔습니다. 다채로운 캐릭터와 서사를 아우르는 세계관 속에서 윤성은 작가가 끊임없이 발견하고 비추어 내는 이야기는, 언제나 삶을 향한 희망과 닿아 있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무수히 부딪혀 오는 세상의 벽과 현실의 어둠 앞에서 우리는 언제나 함께 연결되어 살아 있음을 기억할 수 있도록 힘과 온기를 전해 주는 것만 같지요. 이렇듯 생명력 가득한 서사를 그림으로 담아내기 위해 김주희 작가는 이 이야기를 섬세한 판화로 빚어냈습니다. 한 땀 한 땀 사람의 손끝을 거치며 생명력을 발휘하는 판화는 그 안에 담기는 정직한 땀과 노력이 빛을 발하는 화풍이지요. 살아 움직이는 손길과 숨결을 고스란히 머금은 듯 묵직한 선과 깊이가 돋보이는 그림들이 이야기를 풍성히 채웁니다. 두 작가가 온 힘으로 틔워 낸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이어져 뿌리 내릴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우리가 이야기를 통해 언제든 함께 연결되어 살아갈 수만 있다면, 서로의 옆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일을 언제까지나 되풀이할 수 있겠지요.

 

아콩이는 여전히 크고 싶어요. 자신의 뿌리가 가족들의 뿌리와 맞닿을 때까지 더 크게 더 길게! 그렇게 함께 살고 싶어요._본문 61쪽

 

 

작가 소개

글 윤성은

사회복지학과 심리학을 공부했습니다. 2021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 『금순이가 기다립니다』, 『안녕, 내 사랑!』, 『너의 작은 친구 이지룡』, 『하루하루 오하루: 새똥을 세 번 맞은 날』 등이 있습니다.

 

그림 김주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였습니다.

생물의 다양성과 생태계의 신비로움을 그림으로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