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와 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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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틀린 선택은 없어
마음을 따라가면 결국 길 끝에 닿을 테니
돌풍에 날아간 밀로와 친구를 찾아 나선 니나
갈림길의 선택들을 함께하는 놀이책
매 순간의 선택들은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갈까?
니나와 밀로는 함께 놀 때가 가장 좋은 친구들입니다. 낚시를 하러 간 어느 날, 갑작스레 불어온 돌풍에 밀로가 날아가 버립니다. 니나는 곧장 친구를 구하러 나서지만 밀로는 점점 하늘 위의 점으로 작아지더니 이내 사라졌습니다. 니나가 가진 거라곤 주머니 속 할머니의 파이와 반짝이는 돌멩이, 작디작은 나비뿐이고 길 위에선 밀로를 찾는 것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일들만 벌어집니다. 잔뜩 화가 난 오리와 야단법석 토끼들과 불을 뿜어 대는 용과 비눗물투성이의 곰을 맞닥뜨리죠. 니나는 친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계속 길은 갈라지고 니나는 어느 쪽이 좋을지 판단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니나는 밀로를 찾는 일을 멈추지 않습니다. 친구를 꼭 찾고 싶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싶으니까요. 매 순간의 선택들은 니나를 어디로 데려갈까요? 니나는 무사히 밀로를 찾아 집에 돌아올 수 있을까요?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니나와 함께 갈림길의 결정들을 내려 볼 수 있습니다. 선택에 따라서 각기 다른 페이지로 책장을 넘기며 길을 따라가 봅니다. 그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밀로를 찾고 싶은 마음만 잊지 않는다면 밀로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마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마음이 결국 우리를 길 끝으로 데려다줄 테니까요.
문제는 열쇠가 아니라 연결을 통해 풀린다
니나는 밀로를 찾고 싶어 길을 나섭니다. 하지만 밀로를 구하러 가는 길 내내 밀로와는 상관없는 일들만 벌어집니다. 딱정벌레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열두 마리 아기 토끼들이 달려들고 화가 난 오리에게 엉덩이를 물릴 뻔하지요. 연약해 보이기만 하는 나비 한 마리가 따라오더니 천둥처럼 불을 뿜는 용이 튀어나옵니다. 쓸데없는 일들을 해결하느라 밀로를 영원히 잃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지요. 니나는 당장의 문제들을 먼저 풀어 나갑니다. 외면하거나 되돌아가거나 뛰어넘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귀를 닫거나 눈을 감고서 밀로만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러자 충실히 풀어낸 이 자리의 문제가 작은 파문을 일으켜 다음의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딱정벌레 덕분에 할머니의 파이를 챙겼더니 파이 덕분에 토끼들을 따돌릴 수 있게 됩니다. 토끼들 덕분에 돌멩이 하나를 주웠더니 그 돌 덕분에 작은 나비 아서를 도울 수 있게 되죠. 아서 덕분에 기분이 풀린 용은 결국 니나를 밀로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줍니다. 원래의 문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내 안에 있는 지혜에만 기대지 않고 걸음을 옮기며 작은 해결들을 쌓아 가자, 모르는 사이에 원래의 문제로 다시 돌아오고 그 문제도 저절로 풀립니다. 우리가 원하는 문제의 해결은 커다랗고 확실한 단 하나의 열쇠가 아니라 평범하고 작은 여러 개의 연결 고리로 이루어질지도 모릅니다.
순간의 선택으로 인생이 달라지진 않아
이 책은 독자들이 주인공과 함께 이야기의 다음 장면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놀이책입니다. 니나와 함께 골라야 하는 크고 작은 선택들은 전혀 답을 예상할 수 없는 것들이지요. 마치 삶 속에 놓인 수많은 선택들처럼요. 우리는 늘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그러다 보니 선택 앞에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여태 살아왔던 것과 앞으로 살아갈 것들을 총동원해서 잘못된 것을 고르지 않기 위해 애를 씁니다. 실수라도 하면 인생이 망하지 않을까,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들어서는 것은 아닐까, 무섭고 무겁습니다. 그런데 니나의 선택들을 따라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선택 때문에 결과가 달라질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을요. 무엇을 선택하든 겪게 될 일은 겪게 되고 이루게 될 일은 이루게 된다는 사실을요. 결과를 달라지게 하는 건 결과를 이루고 싶은 우리들의 간절함이지 그곳을 향해 가는 도구와 방법에 있진 않았습니다. 그러니 좀 더 자유롭게, 가볍게, 마음껏 선택해 보아도 됩니다. 나의 선택 안에는 나의 마음이 깃들어 있기 마련이고, 내 마음을 믿는 것처럼 그 선택을 믿으면 될 일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니나를 도우는 것은 날카로운 판단력과 영리한 선택이 아니라 니나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할머니의 파이, 너무도 예쁘게 반짝여 주머니에 챙겨 넣고 싶은 작은 돌멩이 하나, 믿고 응원하고 싶었던 친구의 날갯짓이 니나와 밀로를 구하고 살립니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중력을 거스르는 마리안느 뒤비크의 세계
마리안느 뒤비크의 그림책은 더없이 평화롭고 작고 예쁜 것들로 채워져 있는 듯 보입니다. 이 책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면지처럼 얼핏 보면 고운 꽃이 수놓인 벽지를 보는 것 같죠. 그런데 면지를 채우고 있는 것은 꽃이 아니라 돌풍에 날아가는 수많은 밀로들입니다. 마리안느 뒤비크의 세계는 이처럼 잔잔하게 우리 마음속에 돌풍을 일으킵니다. 그 돌풍은 먹구름 가득한 무서운 것이 아니라 안온한 미풍과도 같습니다. 책장을 여는 순간 두둥실 가볍게 날아올라 낯선 길들을 지납니다. 그러는 동안 상쾌한 바람이 계속 불어와 굳어진 마음들을 경쾌하게 부수어 날려 보내 줍니다. 마리안느 뒤비크의 길 위에 커다란 단 하나의 주인공은 없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연약한 나비조차 친구들을 구해 내죠. 자신에게 날개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던 나비가 날아오르는 순간, 우리는 우리 모두에게 반짝이고 힘 있는 것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할머니에게는 파이가, 니나에게는 돌멩이가, 밀로에게는 니나가, 용에게는 노래가, 곰에게는 아기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모두의 의미와 이야기를 가지고서 분주히 움직입니다. 거인이 바위를 들어 올리는 힘만이 중력을 거스르지는 않는다는 것, 나비의 작은 날갯짓도 그와 같은 힘을 가진다는 사실을 마리안느 뒤비크는 가볍고 즐겁게 들려줍니다. 말랑하고 너른 새 마음들이 자라날 즈음, 돌풍은 가라앉고 우리는 다시 고소한 향내가 풍기는 따뜻한 집으로 돌아옵니다.
작가 소개
글‧그림 마리안느 뒤비크 Marianne Dubuc
캐나다 몬트리올 퀘벡 대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하고, 그림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마음으로 본 엉뚱하고 재미난 이야기와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전 세계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2011년 ‘독일 청소년 문학상’과 ‘메릴린 베일리 그림책상’ 최종 후보로 올랐으며, 2014년에는 『사자와 작은 새』로 캐나다에서 가장 영예로운 문학상인 ‘총독문학상’(일러스트 부문)을, 2016년에는 『생쥐 우체부의 여행』으로 ‘캐나다 퀘벡 서점대상’과 ‘루스 앤 실비아 슈워츠 상’을, 2018년에는 『산으로 오르는 길』로 ‘몬트리올 캐나다 어린이 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으로는 『그런데요, 아빠』, 『사자와 작은 새』, 『난 네 엄마가 아니야!』, 『산으로 오르는 길』, 『생쥐 우체부의 여행』, 『자코의 정원』, 『모두 모두 한집에 살아요』, 『하나, 둘, 셋 학교 가자!』, 『곰과 바람의 속삭임』 등이 있습니다.
www.mariannedubuc.com
옮김 백지원
기억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기억 이전의 마음으로 책과 이야기를 사랑해 왔습니다. 그 사랑으로 숨을 쉬고, 그 숨을 함께 나누면서 더 커다랗고 깊은 세상의 마음을 알고 안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소망이 있어 오늘의 제가, 내일의 당신이, 그리하여 우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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