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그림책

엄마가 화르륵

홍주연
그림 홍주연
발행일 2025-03-31
ISBN 9791193138717 77810
형태 양장 210x280mm 36쪽
정가 ₩16,000

뜨겁다 못해 탄내 나는

엄마와 딸의 역할 교환식

 

당신이 되어 비로소 만나는

당신의 마음

 

 

고양이, 고양이!

고양이 없이는 밥 안 먹을래!

엄마와 함께 유치원에 가는 길이었어요, 눈에서 하트가 뿅뿅 나올 만큼 귀여운 고양이를 만난 건! 고양이는 유치원에서도, 집에 돌아와서도 온종일 제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죠. 그래서 저는 양손을 허리에 척! 얹고, 선언했어요. “나 고양이 키울래!” 하지만 역시나 엄마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아주 심각하고 진지한 제 표정에도 꿈쩍하지 않고 그저 안 된다고 할 뿐이었죠. 흥, 그럼 별수 있나요. 필살기를 쓰는 수밖에요. 식사 시간에 사탕 먹기, 목욕 시간엔 도망가기, 위험한 곳에 올라가기까지! 어라? 그런데 초특급 엄마 말 안 듣기 종합 세트도 전혀 안 통하는 게 아니겠어요? ‘난 정말 고양이를 키우고 싶단 말이야!’ 속상한 마음에 문을 ‘쾅!’ 닫아 버렸죠. 그때였어요. 킁킁, 방문 밖에서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나서 문을 열어 보았더니 글쎄, 새까만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지 뭐예요? 야호! 드디어 고양이가 생겼어요! 흐흐흐, 내가 엄마처럼 진짜 잘 돌봐 줄게!

 

 

까맣게 타들어 가는 속,

까만 고양이로 변해 버린 엄마

아, 우리 딸을 도대체 어쩌면 좋을까요? 아무리 아이를 어르고 달래도, 딸에겐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저 고양이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할 테죠. 내가 어떤 마음에서 아이를 말리는지 눈에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을 거예요. 엄마의 마음이나 생각을 알기보단 본인이 바라고 원하는 것을 얻는 게 더 중요하게 느껴질 테니까요. 그래요, 그럴 수 있죠, 딸은 아직 어린아이니까··· 아무리 그래도 세상에, 저 고집은 도무지 비집고 들어갈 손톱만큼의 여지도 없는··· ‘쾅!’ 아니 잠깐만,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가슴속에 뜨거운 불길이 솟은 것 같았는데··· 내가··· 고양이가 된 건가?

 

 

꼭 나 같은 고양이를 만났다

엄마와 딸 사이의 갈등이 기막힌 역할 교환식으로 펼쳐지는 한 편의 드라마, 『엄마가 화르륵』은 화가 난 엄마가 그만 고양이가 되어 버리고 만 시점으로부터 다시 이야기의 새로운 막을 올립니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는데도, 처음엔 기뻐하던 아이의 얼굴에서 어느덧 히죽히죽 웃음기는 거두어지고 그렁그렁한 왕방울 눈물이 맺히게 되죠. 고양이 키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걸까요? 엄마가 저에게 그러하듯, 아이는 정성스레 고양이를 돌봅니다. 고양이 모래 때문에 온 집안이 사막이 되어도, 목욕을 시키려다 물바다가 되어도 꾹 참으면서요. 하지만 고양이는 아이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우당탕 뛰어다니더니, 쨍그랑! 저금통까지 깨트리고 말았네요. 결국 아이는 그만 울음을 터뜨립니다. 아, 엄마의 마음이 이랬을까요? 엄마와의 관계와 비슷한 관계를 맺고 그 반대의 입장에 서서, 똑 닮은 상황을 겪어봄으로써 이제는 아이도 알게 됩니다. 너무도 당연하고 익숙하게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는, 그저 딸이기만 했을 때는 몰랐던 감정을요. 보살핌에는 어마어마한 노력과 인고가 따른다는 것을, 또 누군가를 보살피는 입장이 되었을 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하나에서 열까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요.

 

알아 주는 마음,

안아 주는 마음

아이의 설움이 폭발한 그때, 엄마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품으로 아이를 안아 줍니다. 엄마가 ‘화르륵’ 하던 마음을 아이가 똑같이 느끼고 엄마를 떠올리며, 두 사람이 비로소 같은 마음을 나누는 그 순간이었죠. 『엄마가 화르륵』은 이 장면을 통해, 마음이 힘에 부칠 때 상대가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아 주는 것’만으로도 다시금 서로를 이해하고 품어 주며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 찰나의 연결로 잠시나마 우리가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해도, 역시나 딸은 딸이고 엄마는 엄마이기에 우리는 또 가끔 처음처럼 부딪히게 될지도 몰라요. 이 책의 마지막 면지에 숨겨진 작은 힌트처럼요. 그래도 우리가 겪었던 찰나의 포개짐은 우리 안의 꺼지지 않는 빛으로 남아, 또다시 우리의 눈이 감감해질 때 작은 등대의 신호처럼 깜빡여 줄 거예요. 애틋하고 눈물겹고, 때론 한없이 달라 보여도 결국엔 나와 그리 다르지 않은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요.

 

사랑의 의지가

나와 당신에게 불러일으키는 마법

홍주연 작가는 흐물흐물 지쳐 버린 몸과 마음을 감싸 주는 전작 『아빠가 주르륵』에 이어, 이번에도 사랑스러운 마법을 펼쳐 보입니다. 퇴근 후 욕조에서 몸을 녹이다 정말로 ‘주르륵’ 녹아 버려 젤리가 된 아빠처럼, 불같이 화가 난 엄마가 ‘화르륵’ 불타올라 고양이가 되어 버렸죠. 젤리가 된 아빠도, 고양이가 된 엄마도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주는 열쇠는 어김없이 그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안아 주는 가족이었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게 받는 따스한 공감은 종일 일에 시달린 아빠의 어깨를 펴 주고, 화난 엄마의 입가에 미소를 되돌려 주었죠. 『엄마가 화르륵』은 상대의 마음에 가닿는 여러 가지 경로 중 ‘직접 상대방이 되어 보는’ 길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머릿속으로 골똘히 생각해 보는 것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책을 읽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직접 상대방이 되어보는 것만큼이나 순도 높은 공감은 어려울 테니까요. 어떤 방식이 되었든 사랑의 의지로 상대방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렇게 잠깐이나마 상대의 마음에 기대어 그 안의 소리를 들어보는 일은 우리를 더 깊이 연결 짓고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작가는 이 특별한 시리즈를 통해 우리에게 넌지시 전하고 있습니다.

 

 

작가 소개

글‧그림 홍주연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지만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는 어린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백 번, 천 번 참다가 화를 내고, 또 후회하는 보통의 엄마입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아빠가 주르륵』, 『어느 날 불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