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와 세 아빠』 김청엽, 전다은 작가 인터뷰
어떤 가족의 모습이든 틀린 건 없어요.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요.
모두 같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표지 이미지>
『달래와 세 아빠』가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김청엽) 사실 『달래와 세 아빠』는 오래전에 썼던 원고예요.
우연한 기회에 다시 꺼내 보게 되었는데 이렇게 출간까지 이어져서 출판사분들께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노트북 폴더 속에서 잠자고 있던 달래가 기지개를 켜고 방긋 웃는 것만 같아서 너무 행복합니다. 달래를 사랑스레 그려 주신 전다은 작가님께도 무척 감사합니다.
(전다은) 감개가 무량합니다! 최종 파일을 받았을 때 벅차오르는 기분이 들었어요. 달래가 많은 독자분들을 만나고 사랑받았으면 좋겠네요.
『달래와 세 아빠』는 특별한 가족의 형태를 가진 ‘달래’라는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별별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화입니다.
이와 같은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청엽) 저 어릴 적만 해도 정상 가정과 비정상 가정을 둘로 나누는 시선이 많았어요. 정상 가정은 두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완전체 가족을 말했고, 비정상 가정은 그 외의 한 부모부터 조손, 이혼, 다문화 등 수많은 형태를 가리켰지요. 어린 제 눈에는 그 둘을 나누는 경계가 너무 높고 차갑게 느껴졌어요. 과연 누구를 위한 경계인지도 알 수 없었고요. 그때 느꼈던 불편한 감정과 의문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된 거 같아요.
<초기 스케치>
『달래와 세 아빠』 원고를 처음 만났을 때 어떠셨는지, 그림의 방향을 어떻게 잡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전다은) 원고를 처음 읽을 때 자연스럽게 달래의 캐릭터가 떠올랐어요. 이런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밝고 사랑스러운 달래를 그리면서 다른 캐릭터들도 비슷한 분위기로 잡게 되었고, 그에 걸맞게 알록달록 귀여운 느낌으로 채색했어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김청엽) 가족의 형태에 따라 정상 가정, 비정상 가정으로 나누는 시선이 있어요. 시대착오적인 생각들이요. 예전엔 ‘콩가루 집안’이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고 써 가며 비난도 했어요. 그저 가족의 형태가 다수의 형태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요.
아이들에게 가족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 주어지는 환경이잖아요. 어떤 가족의 모습이든 틀린 건 없어요.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요. 모두 같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누군가 “우리 가족은 다른 가족들과 달라.” 하고 가족의 형태에 대해 걱정한다면 말해 주고 싶어요. “그게 어때서?”
하나도 둘도 아닌 세 아빠들로 달래네 가족을 설정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김청엽)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제가 좀 산만해서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뒤죽박죽 섞일 때가 많아요. 옛이야기를 좋아해서 옛이야기 속의 과장된 캐릭터를 가져오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두 부모 가정이 아닌 별별 가족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요. 그러다 ‘어리숙한 삼 형제 아빠가 아이를 키우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까지 다다랐고요. 그렇게 달래네 가족이 만들어졌어요.
<캐릭터 구상 1>
진진아빠와 큰아빠, 막내아빠와 더불어 달래의 일상을 함께 보듬어 주는 이웃사촌들과 정담마을 분위기가 따뜻하고 생동감 있게 연출되는데요.
작품 안에서 다양한 캐릭터들에 숨을 불어넣는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청엽) 마을과 이장님의 이름을 짓느라 고민했던 기억이 나요. 이 마을은 도시에서 밀려난 달래네에게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 주는 곳이고, 이장님은 그런 달래네를 편견 없이 품어 주는 인물로 나오잖아요. 그런 이미지를 살릴 이름을 짓고 싶었어요. 그러다 고민 끝에 정다운 마을이라는 뜻의 ‘정담마을’, 남을 품어 줄 마음의 방이 많다는 뜻으로 ‘방만수’ 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이 이야기의 배경인 정담마을 풍경의 분위기와 톤을 구상하시면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전다은) 마을 이장님이 등장하고 입학생이 두 명인 작은 학교인 만큼 소박하고 정겨운 마을의 분위기를 담고 싶었어요. 시골 마을 풍경을 많이 찾아보았답니다.
아기자기한 파스텔 톤의 색감과 컷 만화 형식의 귀여운 그림들이 인상적입니다.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전다은) 첫 스케치는 연필로 슥슥 그렸다가 본 작업 때는 아이패드를 사용했어요. 정겹고 따뜻한 분위기를 담고 싶어서 손 그림 느낌이 나는 색연필이나 수채화 브러시로 작업했어요.
‘멧돼지나 놀러 오는 깊은 산골’, 정담마을이라는 배경 설정에 대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청엽) 달래네가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별별 가족이잖아요. 이런 달래네가 눈치 안 보고 살아갈 동네가 필요했어요. 그러다 옛이야기처럼 특별한 시공간을 떠올리게 되었지요. ‘옛날에’로 시작하는 이야기에는 별별 캐릭터가 다 나오잖아요. 그런데도 이야기 속에서 잘 어울려 살아가고요. 그래서 누구를 등장시켜도 자연스러운 옛이야기에서 배경을 슬쩍 빌려 왔어요.
옛이야기의 특별한 주문 “옛날 옛날 어느 깊은 산골 마을에~”를 살짝 바꿔서 “멧돼지나 놀러 오는 깊은 산골에”로 저만의 마법을 걸어 보았습니다.
<캐릭터 구상 2>
이야기 속에는 저마다 개성이 강한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각 캐릭터들의 묘사와 아이디어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전다은) 글에서 드러나는 인물의 성격과 제 나름대로의 상상을 더해서 캐릭터를 떠올렸어요. 눈썹이나 머리 모양, 옷차림 등으로 특성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하게 된 달래의 활기 넘치는 하루하루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에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으셨나요?
(전다은) 달래는 통통 튀고 생동감 있는 캐릭터로 느껴졌어요. 글에서 느껴지는 달래의 생명력이 더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게 표정에 신경 써서 그렸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혹시 있으셨나요?
(전다은) 아무래도 달래입니다. 가까운 지인 몇 명에게 보여줬는데 저와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마도 약간은 제 모습이 투영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더 정이 가고요.
<초기 스케치>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김청엽) 달래네가 입학식에 가는 길이 기억에 남아요. 세 아빠와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가거든요. 세 아빠는 각자의 위치에서 저마다의 보폭으로 달래 곁을 지키고요. 특별한 이벤트의 장면은 아니지만 이런 일상의 모습이 달래네를 잘 보여주는 것 같아서 꼽았어요.
(전다은) 이장님이 달래를 업고 가는 장면이에요. 힘을 빼고 편안하게 그렸어요. 배경의 조그만 건물들을 그리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김청엽) ‘어리숙한 어른들 틈에서 자라는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를 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아마도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이 확연히 드러나지 않을까요. 그 사이의 간극을 달래가 어떻게 메워 나갈지를 잘 그려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2장에 속담 이야기를 넣었어요.
그간 달래는 환경 탓에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어요. 학습에 있어서는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접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는 것들이 많은 아이지요.
속담은 그 뜻을 알지 못하면 암호나 수수께끼 같아요. 읽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고요.
이야기 속에서 속담을 오해한 달래가 서쪽에서 해가 뜨길 바라는 장면이 나와요. 해가 서쪽에서 뜨면 아빠들의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믿는 거죠.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의 꿈을 응원하잖아요. 그런데 가족 구성원의 하나로 달래도 부모의 꿈을 응원하고 바라는 모습을 그려 보았어요. 함께 성장하는 가족의 모습을 상상하면서요. 이건 달래네라서 가능한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우려스러운 점도 있지만 달래가 바르게 성장할 거라는 믿음을 주고 싶었어요.
(전다은) 입학식 장면이요. 입학생이 달래와 칠복이 단둘이라서 두 페이지의 풀 컷에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이 책의 모든 등장인물이 나오는 장면이기도 하죠. 심심해 보이지 않고, 가운데에 걸리지 않도록 배치하느라 수정도 여러 번 거쳤어요.
학교 참관 수업을 준비하며 가족의 조건에 대해 하나씩 고민하고 알아가는 달래의 모습을 통해 담아내고 싶으셨던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김청엽) 가족이 무언지 생각해 볼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우리 가족은 서로 간에 어떻게 행동하는지, 서로를 위해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등등 가족마다 혹은 개인마다 나눌 수 있는 가치가 다양할 것 같아요.
아이들도 그저 부모에게 돌봄을 받는 존재만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면 좋을지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라고요. 나아가 내가 생각하는 가족은 무언지 우리 가족의 조건을 세워 보고 가족들과 이야기 나누어 봐도 재밌을 거 같아요.
<초기 스케치>
달래네 가족이 위기에 처한 순간, 나타나 도움을 준 이장님에게 달래는 따뜻함을 느끼고 안정을 찾게 됩니다. 결말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의미는 무엇인가요?
(김청엽) 우리는 다양한 주거 형태의 별별 가족 시대를 살아가고 있잖아요. 이렇게 삶의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는데, 가족의 개념도 조금은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호적에 기반한 전통적인 의미로는 오늘날 삶의 방식을 온전히 담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더 확장된 개념이 필요하다고요. 혹은 확장된 의미의 새로운 단어가요.
달래는 ‘가족의 조건이 집집마다 모두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께서 마음속으로 그리는 가족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김청엽) 전에는 가족을 위해선 무조건적인 희생도 불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가족 구성원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조건은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는 관계예요. 그렇게 각자 앞으로 한 발 나아가는 개인이자 공동체가 가족의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미래엔 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어요.)
(전다은) 가족에 대한 생각은 제 안에서도 꽤 오랫동안 화두예요. 일반적으로는 나를 낳아 주고 키워 준 사람들과 서류상으로 엮여 있는 사이, 내가 선택해서 혼인으로 엮인 사이가 가족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죠. 세상에서 인정하지 않는 가족의 형태도 많고요. 아직 저도 결론은 못 내렸지만 지금의 제가 생각하는 가족의 조건은 편안함과 애정인 것 같아요. 가족의 개념이 넓어지면 좋겠어요. 그럼 서로를 조금 더 너그러운 눈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김청엽) 제가 꿈꾸는 가족의 이상을 달래네 집에 담으려고 했어요.
완벽한 가족은 없다고 생각해요. 부족하기도 하고 아귀가 딱 들어맞지도 않지요. 그러느라 삐걱대기도 하고 아예 멈춰 버리기도 해요.
하지만 그래도 함께 어울려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채화 채색 샘플>
작업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전다은) 『달래와 세 아빠』 제안을 받았을 때 독일에 머물고 있었어요. 편집자님의 메일을 받고 화방에 가서 기분 좋게 새 연필을 샀던 기억이 나네요.
스케치 작업은 독일에서 했어요. 그러다가 한국으로 귀국해서 채색 작업을 마쳤어요. 이 작업을 떠올리면 독일에서 작업하던 풍경이 떠오른답니다.
이야기가 품은 고유한 정서를 그림으로 담아내는 데에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다은) 이야기가 품은 정서와 제가 가진 정서를 더해서 상상으로 떠올린 모습을 구현해 내려고 해요. 시각적인 모습으로 표현하는 건 제 몫이니까 이야기를 읽으면서 최대한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는 게 도움이 돼요.
<초기 채색>
경계 없이 열린 가족의 의미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김청엽) 저 어렸을 적만 해도 가족의 모습엔 정답이 있었던 것 같아요. 부모 두 분과 자녀가 모두 함께 사는 집. 그러니까 두 부모 가정이 정답이자 표준이었어요. 다수의 가정이 두 부모 가정이었고요. 하지만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다양한 모습의 가족이 살아가잖아요. 그럼 정답에 들지 못한 가족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그들은 틀린 걸까요? 가족을 형태로 나누는 건 누군가에겐 폭력이 될 수도 있어요.
더군다나 급변하는 시대 속 다양한 주거 형태가 튀어나오는 지금, 가족의 울타리가 더 넓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다음으로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어떤 그림 방식이나 캐릭터에 도전해 보고 싶으신가요?
(전다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야기가 몇 개 있어요. 만화를 좋아해서 내년까지 만화책 한 권을 작업해 보고 싶어요. 아마 자전적인 만화가 될 것 같아요.
“나에게 『달래와 세 아빠』는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김청엽)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짝 핀 봄꽃”이다.
(전다은) “가족”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에게 애정을 품고 있어요. 책은 끝이 있지만 이야기 안에서 언제나 잘 살아가길 응원해요.
이런 마음이 가족에 대한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독자들이 『달래와 세 아빠』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청엽) 아직 다양한 가족을 접하지 못했을 독자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두 부모 가정을 두지 않아서 “우리 가족은 이상한 가족인가?” 걱정하는 독자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 주고 싶어요.
“얘들아 있잖아,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가족의 모습은 전부 달라. 얼굴 생김새가 모두 똑같다면 얼마나 이상하겠어? 다른 건 틀린 게 아니야.
그러니까 세상 모든 가족은 정답이야.” 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