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주
할머니의 감기약

By 2024년 01월 15일작가 인터뷰

『할머니의 감기약』 김희주 작가 인터뷰

고통은 무뎌지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내 곁을 지켜준다면, 혹은 내가 누군가의 옆을 지켜준다면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요.

<표지 이미지>

 

할머니의 감기약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좀 미묘해요. 기쁘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한데,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힐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해요.

 

이 책은 바쁜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 할머니와 함께 사는 아이인 담이의 하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람’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그려 봐야지 생각하다가 키워 주신 할머니 생각이 났어요. 겨우내 감기를 달고 살던 저에게 생강차를 타 주시고, 항상 다 마실 때까지 지켜봐 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을 그려 보고 싶었어요.

 

<초기 캐릭터 연구>

 

담이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할머니의 모습 안에 작가님이 특별히 담아내고 싶으셨던 정서가 있다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실망한 담이 마음을 알지만, 아는 체하지 않고 위로해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요. 묵묵히 곁을 지키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느낌이 묻어났으면 했어요.

 

<초기 스케치>

 

작가님의 마음에 남은 할머니에 관한 단상이나 추억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할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이 길어서인지 안 해 본 음식이 없어요.

콩 삶아서 메주 띄우기, 고추장 담그기, 도토리묵 만들기, 돌절구로 인절미 만들기, 맷돌로 빈대떡 만들기, 유과 만들기 등 여러 가지 음식을 할머니와 함께 만들었던 기억이 많아요. 같이 요리를 하며 할머니에게 도란도란 옛날이야기 듣던 일이 가장 많이 생각나네요.

 

가족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가족의 형태와 의미가 훨씬 더 다양해진 오늘날, 작가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계속 생각해 보았는데 너무 어려워요.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내가 딸로서 가족을 떠올릴 때와 엄마로서 가족을 떠올릴 때 드는 생각이 다르더라고요.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하는 존재인 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적어도 그렇게 하려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화목한 가정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초기 스케치>

 

누구나 저마다의 이유로 생긴 마음속 빈자리를 품고 있기 마련일 텐데요. 어느 날 그 빈자리에 스치는 외로움과 쓸쓸함으로 아파하는 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위로가 있으신가요?

아마도 진짜 빈자리가 아닐 거라 생각해요. 분명 그분들을 사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초기 표지 구상>

 

몸과 마음의 감기를 이겨낼 수 있는 작가님만의 팁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멀티 비타민과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면 앓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마음의 감기는 많이 움직여야 해요. 대청소를 하거나 조깅을 하거나 무엇이든 몸을 많이 움직이면 도움이 됐어요. 우울감에 잠식되지 않도록 마음을 환기해 주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책을 작업하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담이가 느끼는 감정선에 개연성을 담는 것이요.

 

<섬네일 스케치>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그리면서 가장 좋았던 장면이 있을까요?

담이가 생강차를 마신 뒤 ‘사르르 몸이 녹았다’ 하는 장면이요. 내내 울상이던 담이가 세상에서 가장 평온한 표정을 하고 있어서 미소 짓게 돼요.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이것 역시 가장 좋았던 장면과 같아요. 담이의 몸이 사르르 녹는 장면에서 노곤하고 흐늘흐늘하면서도 따뜻한 느낌을 담아내고 싶었는데, 원하는 느낌대로 그림이 나오지 않아서 시간을 두고 여러 장 그렸어요.

 

<초기 스케치>

 

담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겨울의 풍경과 그 풍경을 감싸주는 할머니의 온기가 그림 곳곳에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색감으로 녹아 있는데요.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할머니의 감기약』은 수채화로 그린 작품이에요. 붓질이 많이 보이지 않도록 문지르거나 번지게 해서 채색하고 그 위에 색연필로 세밀한 요소들을 그려 넣었어요. 특별한 부분이 있다면 머리카락 부분만 면봉으로 채색했어요. 붓으로 채색하면 물감이 부드럽게 스미기 때문에 면봉으로 문질러서 종이 표면을 거칠게 만들어 보슬보슬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림을 그리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이야기에 어울리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가님에게 그림책은 어떤 의미인가요? 앞으로 그려내고 싶은 이야기들은 어떤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그림책은 제 인생의 전환점이자 활력소예요. 그림책을 지을 때는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을 때처럼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어요. 물론 작업이 잘 안 될 때는 괴로움이 따른다는 게 다르지만요.

앞으로 만들어갈 이야기는 소소한 것들로 채워가게 될 것 같아요.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여운이 남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요.

 

<초기 섬네일 작업>

 

나에게 할머니의 감기약(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내가 태어나서 두 번째로 가장 잘한 일

 

독자들이 할머니의 감기약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담이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들떴던 담이가 크게 실망했지만 그 마음을 직접적으로 표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지,

방황하고 난 뒤에 괜히 겨울이 정말 싫다며 투덜거리는 본심이 무엇일지 생각하며 읽으시면 담이의 마음을 온전히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상처받고 회복하는 일은 평생 겪어야 하는 일인 거 같아요. 고통은 무뎌지지 않는다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내 곁을 지켜준다면, 혹은 내가 누군가의 옆을 지켜준다면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요. 위로가 필요한 순간마다 따스함이 사르르 스며들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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