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아의 시간』 윤정선, 홍지혜 작가 인터뷰
고통도 슬픔도 없는
영원의 시간을 찾아서
살아 있다는 건
어둠과 빛의 시간을 모두 기억하는 것
『루아의 시간』이 출간되었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윤정선) 오랜 숙제를 끝낸 기분입니다. 또 기쁘고 감사합니다. 아무쪼록 『루아의 시간』이 세상에 나가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홍지혜) 독자들에게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시간과 영원, 삶과 죽음, 자유 등 다양한 주제들이 들어 있는 책입니다. 이런 주제들에 주목하게 된 이유와 책을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윤정선) 오래전부터 ‘시간’이란 주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책을 쓰게 된 건 어느 날 시계방에서 뻐꾸기시계가 노래하는 것을 보면서부터였어요. 사람들에게는 뻐꾸기시계가 노래하는 것이 신기하지만, 정작 시계 속에 있는 뻐꾸기는 어떨까 하는 질문이 문득 들었습니다. 맨날 똑같은 노래를, 같은 시각에 부르는 것이 지루하지는 않을까? 사람과 뻐꾸기시계의 시간. 같은 시간 속에서 서로 다른 감정의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초기 스케치>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윤정선) 살면서 힘든 시간을 만날 때, 그 어둠의 감정들을 회피하지 않고, 고통과 절망의 시간을 용기 있게 직면했을 때, 통과했을 때, 이전과는 다르게 더 단단해진 스스로를 만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었습니다.
럭키, 루아라는 두 인물이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이야기들이 모두 연결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야기 구성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윤정선) 책에서 뻐꾸기시계가 그런 말을 합니다. 시간이 앞을 향해서만 흐르지 않고, 어쩌면 둥글게 이어진 것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든다고요. 이야기의 구성도 그렇게 순환하는 구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민담처럼요. 세상을 사는 우리 모두가 서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야기 구성을 통해서 보여 주고 싶었어요.
두 인물의 캐릭터는 어떻게 잡게 되셨나요?
(윤정선) 처음부터 캐릭터를 딱 설정한 게 아니라 고통, 두려움, 슬픔 같은 어둠의 감정들에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던 것 같아요. 그런 감정들이 어떻게 발현이 되고 승화되는지, 그 과정을 따라가며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잡아 갔습니다. 루아와 럭키 모두 아픈 시간들을 보냈으니까요.
(홍지혜) 주인공들이 사람이 아니다 보니 캐릭터 위주의 표현보다는 장면의 내용을 설명하는 쪽으로 화면을 구성했습니다.
<초기 스케치>
숲의 생명들을 박제해 숲을 지배하는 주술사는 어떤 캐릭터인가요?
(윤정선) 타인을 괴롭히고 조종하는 나르시시스트 캐릭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악하고 나쁜 사람이죠. 본인은 시간 관리 잘 하며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지만, 살면서 정말 소중한 순간들은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어떤 재료와 기법, 효과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셨어요?
(홍지혜) 수채화 기법을 이용했습니다. 처음 편집 회의에서 캐릭터들의 상징 색을 뚜렷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흑백으로 배경을 그리는 게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었습니다. 처음 도전해 보는 표현법이라 완전 흑백 작업까지는 무리였지만 몇몇 장면은 작업 의도가 잘 드러나게 완성되어 좋았습니다.
<초기 채색>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윤정선) 마지막에 루아가 기억을 찾아서 하늘로 날아오르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요. 뻐꾸기시계가 되어 똑같은 노래만 불렀던 루아가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되찾아 노래하는, 그래서 정말 자유로워지는 장면입니다.
(홍지혜) 고양이는 표정을 넣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릴 때 즐거웠습니다.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윤정선) 고양이 럭키가 주술사와 만나는 장면이요. 이 둘의 만남에서 따뜻한 환대와 두려움, 슬픔, 분노 등의 다채로운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죠. 또 그 감정의 파고 속에서 둘의 관계도 극적으로 변화하지요.
(홍지혜) 처음 원고를 읽었을 때 떠오르는 장면들이 대체적으로 어두운 배경들이 많은 점이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배경에 채색을 넣게 되었습니다.
루아가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던 단 하나의 기억은 왜 ‘숲 너머로 날아가던 날 얼굴에 쏟아지던 햇살’인가요?
(윤정선) 루아가 용기를 내서 처음으로 숲 너머로 날아갔던 날, 얼굴에 쏟아지던 햇살이잖아요. 그동안 자신을 가두었던 한계를 벗어나, 자신 안의 가능성을 만났던 순간이었죠. 그래서 루아가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을 겁니다.
작가님에게 루시스 숲은 어디인가요?
(윤정선)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순간이 모두 루시스 숲 같아요.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지금, 여기’의 일상이 너무도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걸, 더욱 체감하고 알게 된 것 같아요.
이 책을 작업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으세요?
(윤정선) 재미있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삶과 죽음, 시간, 영원, 자유 등 『루아의 시간』에서 언급되는 이러한 화두가 철학적이고 묵직하게 느껴지지만 어찌 보면 살면서 누구나 공감하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홍지혜) 영원한 생명이라는 실체 없는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주인공의 여정. 이런 신비한 이야기를 어떻게 이미지로 그럴듯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초기 채색>
작업 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도 궁금합니다.
(윤정선) 원래 고양이 럭키를 하얀 고양이로 설정했다가 도중에 검은 고양이로 바꿨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검은 고양이를 불길하게 바라보지만, 서양에서는 검은 고양이를 행운의 상징으로 바라보는 것이 어느 날 문득 떠올랐어요. 행복과 불행이 양날의 검처럼 우리 삶 속에 함께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삶의 고통을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것이 깨달음이 되고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요. 재밌는 것은, 럭키를 검은 고양이로 바꾸고 나서 동네에서 럭키와 비슷하게 생긴 검은 길고양이를 만났다는 사실이에요. 신기했어요.
“나에게 『루아의 시간』은 ( )이다.” 빈칸에 어떤 말을 넣고 싶으세요?
(윤정선) “나에게 『루아의 시간』은 지금이다.”
독자들이 『루아의 시간』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윤정선) 무엇보다도, 재밌게 읽어 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루아의 시간』을 읽으며 ‘나의 시간’, ‘나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작은 시간을 가져 보았으면 합니다.